아침과 저녁 무렵 선선한 느낌이 드는 가을이 왔다. 가을이 되면 선선해지는 기온과 함께 찾아오는 단풍은 반가운 손님이다. 온 산을 빨강, 노랑 색색으로 곱게 물들인 단풍은 가을이 되어야만 볼 수 있는 정취이기도 하다.
엽록소 대신 나타나는 카로티노이드와 안토시아닌단풍은 어떻게 물드는 걸까. 나무 중에서 낙엽이 지는 낙엽수는 일 최저기온이 5℃ 이하로 떨어지면 단풍이 드는 조건이 된다. 나뭇잎이 녹색을 띠는 이유는 잎 속에 엽록소라는 색소가 있기 때문이다. 기온이 떨어지면 엽록소가 분해되어 녹색이 사라지고 다른 색상이 나타나면서 단풍이 든다고 말할 수 있다.
노란색을 띠는 카로티노이드(Carotenoid) 색소가 드러나게 되면 노란색으로 단풍이 들게 되며, 안토시아닌(Anthocyanin) 색소가 드러나면 붉은색으로 단풍이 든다. 안토시아닌 색소는 광합성으로 생성된 잎 속의 당분으로부터 많은 효소 화학반응을 거쳐 생성된다. 갈색 단풍잎은 타닌(Tannin)성 물질이 산화 중합되어 축적된 결과로 나타난다.
올해 단풍, 평년보다 늦어
첫 단풍 시기와 단풍의 절정은 산에 단풍이 든 비율이 어느 정도인가로 판단한다. 산 전체 높이로 보았을 때 정상에서 2할 정도가 물든 경우를 첫 단풍으로 보며, 8할 정도 단풍이 들었을 때 단풍이 절정에 이르렀다고 한다. 단풍은 9월 이후로 기온에 따라 결정되는데, 기온이 낮을수록 단풍이 빨리 든다.
그럼 올해 첫 단풍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기상청은 중부지방은 이달 3일부터 18일, 남부지방에서는 이달 17일부터 30일 사이에 단풍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이 전망대로라면 단풍이 드는 시기가 전국적으로 평년보다 1일에서 11일 정도 늦어진 셈이다. 단풍이 드는 시기가 늦어지니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도 늦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 단풍 절정기는 중부지방에서는 10월 하순, 남부지방에서는 11월 상순경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예측을 입증하듯 기상청에서는 지난 5일에 설악산에 올해 첫 단풍이 들었다고 밝혔다. 지난해보다는 6일, 평년보다는 8일 늦게 시작된 셈이다. 설악산의 단풍 절정은 오는 10월 20일 경으로 예상된다.
10월의 날씨는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으로 맑은 날이 많고 일교차가 클 것으로 예상돼 단풍의 색도 매우 고울 가능성이 높다. 단풍은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많을수록 산뜻하고 고운 빛깔의 단풍이 든다. 이 외에도 단풍의 색은 평지보다는 산에서, 강수량이 적은 곳에서 더 아름답게 나타난다.
기온과 강수량을 바탕으로 예상하는 단풍시기
무에서 유를 만들어낼 수는 없는 법. 단풍이 드는 시기는 어떻게 예측할까. 올해 단풍시기 예측은 8월의 강수량과 9월 상순에 관측된 기온, 그리고 9월 중순과 하순의 예상기온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지난 9월 상순의 전국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2.7℃ 높은 25.1℃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상순의 평균기온인 22.5℃보다도 높은 수치이다. 8월의 전국 평균 강수량은 374.5㎜로 기온과 마찬가지로 평년의 265.0㎜, 지난해의 152.9㎜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기상청은 9월 중순에는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들어 대체로 날씨가 맑고 평년보다 다소 높은 기온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9월 하순에는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평년과 비슷한 기온을 나타내며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날씨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9월의 기온과 강수량이 높게 나타나 예상과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9월 전국 평균기온은 21.9℃도로 나타나 평년보다 1.7℃ 높게 나타났다. 평균 최고기온은 27.0℃로 평년보다 1.3℃ 높았으며, 평균 최저기온은 18.1℃로 평년보다 2.4℃ 높았다.
9월의 기온과 강수량의 비밀
기온이 높았던 이유는 북태평양고기압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여름철에 영향을 주는 북태평양고기압은 고온다습한 기단이다. 북태평양고기압은 여름이 지나면 그 세력이 축소돼 우리나라까지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런데 올해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9월 상순까지 유지됐다. 달력이 9월이 되었음에도 여름 날씨가 지속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도 받아 높은 기온을 유지했다. 그러다가 추석 즈음한 9월 22일에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 뒤로는 차고 건조한 가을 날씨가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기단이 열대해양성 북태평양고기압에서 한대대륙성 대륙고기압으로 급격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9월의 강수량은 260.5㎜로 역시 평년보다 많은 양을 기록했다. 태풍 ‘곤파스’와 ‘말로’의 영향 때문이다. 기압골이 두 번 통과하면서 내린 많은 비도 다량의 강수량에 한 몫을 했다. 일반적으로 기압골이 다가오면 날씨가 나빠진다.
조금 뒤면 도착할 가을손님, 단풍. 올 가을에는 곱게 물든 단풍을 보며 가을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 김은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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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0-10-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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