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저 터널이 화제다. 정부가 한국과 일본, 한국과 중국을 잇는 해저 터널 사업에 대한 기술적 검토에 들어가면서 많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해저 터널은 바다 아래로 터널을 만들어 해외를 육로로 연결하기 위한 구조물이다. 만약 부산과 쓰시마, 후쿠오카를 연결하는 해저터널이 완공된다면 그만큼 일본과의 왕래가 쉬워진다. 또한 국가 간의 물류 거래에 있어 우리나라를 거치게 되므로 그에 따라 얻는 이익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해저터널 검토 소식이 공개되자 우려 섞인 목소리들도 많아지고 있다. 과연 경제적으로 효율성이 있는 계획인지를 놓고 많은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해저터널을 건설하는 데 드는 비용이 천문학적일 뿐만 아니라 과정 자체도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해저 터널의 지뢰인 단층대와 연약대
현재 해저터널 공법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은 굴착기를 이용해 지상의 땅 속을 뚫듯이 해저를 뚫어 길을 내는 것이다. 지표를 뚫어 터널을 만든다는 점에서 지상에 있는 산악터널이나 지하터널과 별다를바 없어 보이지만 그 위쪽에 엄청난 바닷물이 있다는 점이 매우 큰 차이를 만든다.
해저터널 건설을 위해서는 우선 건설하고자 하는 구간을 결정해야 한다. 지상의 지반에도 약하거나 도로를 비롯한 건축물을 짓는데 부적절한 부분이 있듯이 해저도 마찬가지다. 해저 터널 건설 시 가장 주의해야할 것은 바로 ‘단층대’와 ‘연약대’다.
단층대는 한 개가 아닌 여러 개의 단층이 밀집돼 있는 지형이다. 단층은 지진이나 화산 등으로 인한 외부적 힘을 받아 지각이 끊어져 이동한 형태의 지형을 말한다. 단층대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그 지역의 지반이 지질적으로, 역학적으로도 불안정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연약대는 연약 지반이라고도 하는데 지면을 구성하는 성분이나 지형적 이유로 지지력이 부족해 건축물을 만들기에 부적합한 지형을 말한다. 이런 단층대나 연약대는 지상에서의 건축물이나 도로 건설시에도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지만 해저에선 더욱 주의해야 한다. 그 이유는 바로 터널 위로 쌓여있는 엄청난 양의 바닷물 때문이다. 자칫 터널 안으로 바닷물이 유입될 수 있다.
연약대나 단층대 주변엔 점토광물이 포함돼 있어 바닷물의 유입통로가 될 수 있으며 심하게 파쇄되고 변질된 암석이 존재하거나 가끔 팽창압을 가진 물질도 존재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염분을 가지고 있는 바닷물은 여러 건축 자제를 쉽게 부식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한다.
음파와 시추 등으로 해저 지반 조사
그러나 바닷물 유입을 걱정한다고 모든 단층대와 연약대를 피해갈 수만은 없다. 이런 불안정한 지대에선 터널을 보강하는 기술을 적용해 건설하게 된다.
그래서 모든 건축물이 그렇듯 시공 전 지반조사가 매우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그렇다면 어디가 단층대고 어디가 연약대인지는 어떻게 파악할까. 수~수십 km에 이르는 구간을 사람이 직접 내려가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지반을 조사하는 데는 기존 자료를 수집, 분석하거나 음향 탐사로 해저 지형을 파악하게 된다. 또한 해상 탄성파 탐사를 이용해 해저 지반 특성이나 기반암 두께, 연약대, 구조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바다 위에서 보낸 음파가 해저에 닿아 반사돼 올라오는 진동을 분석해 해저지형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반사된 음파의 속도나 진동수, 도달 시간, 굴절 정도 등의 차이가 지형을 분석하는데 도움을 준다. 비교적 정확한 방법이지만 이것만으로 건설을 시작하기엔 무리가 있다. 불안정한 지형으로 의심되는 지역은 직접 시추를 통한 조사도 시행해야 한다. 해상에선 매우 어렵고 고비용이 필요한 작업이지만 가장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조사한 자료를 가지고 연약대나 단층대를 지날 경우 보강 기술을 사용한 공법을 적용해 안전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거대 기계 벌레? TBM공법
해저터널 건설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공법인 TMB공법은 이렇게 조사하고 계획한 해저 지형을 거대한 굴착기를 사용해 터널을 만든다. 이는 마치 거대한 기차처럼 생겼는데, 앞쪽의 TBM본체와 TBM후속 트레일러, 후속 설비로 구성돼 있다. 후속 장비들로 단단히 고정한 후 앞쪽의 TBM본체가 회전하며 해저를 뚫게 되며 점점 전진하며 터널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 모습은 마치 땅속을 파며 이동하는 지렁이를 연상케 한다. 이 거대한 기계벌레가 터널을 뚫은 후 보강공사를 거치고 도로, 철로 등을 설치하게 된다. 직접 보지 않아도 엄청난 고가의 첨단 장비임을 알 수 있는데, 실제로 이 TBM공법은 공사 기간이 짧지만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 단점이다.
세계 기록을 휩쓴 거가대교의 침매터널
지난 9월 13일엔 우리나라의 첫 해저터널인 침매터널이 최종 연결됐다. 경남 거제시와 부산 가덕도를 잇는 부산~거제 연결도로인 거가대교의 총 8.2km 구간 중 가덕도~중죽도~대죽도를 잇는 3.7km구간이 해저터널로 건설된 것이다.
이번에 연결이 완료된 거가대교 해저터널은 TBM공법이 아닌 다른 공법을 사용했다. ‘침매터널’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침매 공법’을 이용한 것이다. 이는 거대한 터널 구조물들을 육상에서 만들어 바다 속으로 가라앉혀 연결하는 공법이다. 거가대교의 경우엔 무게만 4만5천 톤이 나가는 구조물 18개를 해저에서 차례로 연결한 것이다. 이는 지지력이 약한 연약지반에도 건설이 용이하고 공사기간이 비교적 짧은 것이 장점이다.
특히 이번 거가대교의 침매터널은 세계 최초로 파도와 바람, 조류가 심한 외해에 건설된 해저터널이며 세계에서 가장 깊은 수심(48m)의 연약지반에 시공됐다. 함체 하나의 길이가 180m로 세계 최장이며 세계 최초로 2중 조인트 함체 연결을 사용해 방수에 탁월한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 조재형 객원기자
- alphard15@nate.com
- 저작권자 2010-10-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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