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둔 지난달 21일,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호우가 내렸다. 이로 인해 도로 등이 침수돼 한때 대중교통의 운행이 중단됐고, 1만 4천 여 가구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한편 이날 내린 강수량의 편차가 매우 심했다. 21일 오후 6시를 기준으로 강서구 화곡동에서는 287.5mm의 강수량을 기록했지만 도봉구 방학동에는 86.5mm를 기록했다. 같은 행정구역임에도 두 지역의 편차가 200mm 이상이 나타난 것이다. 전형적인 국지성 집중호우였다.
찬 기단과 따뜻한 기단의 만남, 정체전선
이러한 집중호우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먼저 성질이 다른 두 기단이 만났다는 상황을 들 수 있다. 여름철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북태평양 고기압은 여름에 북상해 우리나라까지 영향을 미치다가 여름이 지나면 남쪽으로 내려간다. 그런데 이제 세력이 약해져서 내려가야 할 북태평양 고기압이 여전히 우리나라 남쪽 해상에서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몽골 지방에서 남쪽으로 이동하는 찬 대륙고기압과 만나면서 좁고 강한 정체전선이 형성됐다.
정체전선은 찬 기단과 따뜻한 기단의 세력이 비슷해 어느 쪽으로 치우친 이동 없이 일정한 자리에 머물러 있는 전선이다. 힘이 비슷한 두 사람이 손바닥을 마주 대고 서로 앞으로 밀어내는 장면을 상상해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두 사람의 힘이 비슷하므로 두 사람을 지켜보는 제 3자가 보기에는 그저 손을 마주대고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선은 온도나 습도 등 성질이 서로 다른 두 기단이 만나는 경계이기 때문에 전선이 위치한 부근은 날씨가 나쁘다.
정체전선이 있는 곳에는 날씨가 좋지 않으며 비가 올 가능성도 높다. 우리가 흔히 ‘장마전선’이라고 부르는 것이 정체전선의 대표적인 예다. 정체전선은 21일 오전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수축하면서 빠르게 남쪽으로 내려갔다. 이 추세가 계속 됐다면 아마 이날의 날씨는 다르게 나타났을 것이다.
북태평양 고기압을 정체시킨 태풍 ‘말라카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생겼다. 정체전선을 돕는 존재가 등장한 것이다. 21일 오후에 괌 북쪽 해상에서 발달한 태풍이 바로 주인공이다. 제12호 태풍인 ‘말라카스’는 열대저기압에서 태풍으로 변하면서 북서쪽을 향해 이동했다. 이로 인해 남쪽으로 내려오던 북태평양 고기압이 태풍에 막혀 계속 남쪽으로 내려오지 못하고 일본 남쪽 해상에서 정체하게 된다. 정체전선 또한 남쪽으로 내려오지 못하고 동서 방향으로 띠 모양을 이루며 서울을 중심으로 정체했다.
정체전선을 사이에 두고 북쪽에서는 찬 공기가 내려오고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남쪽에서 따뜻한 수증기를 포함한 남서풍이 올라오며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가 강하게 부딪히는 수렴대가 형성됐다. 수렴대란 공기가 수렴하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
비구름대를 발달시킨 상층의 기압골
지표면과 가까운 대기의 상태가 이러했다면 더 위의 상황, 즉 지표면과 멀리 떨어진 대기 상층은 어떠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편의상 지표면과 가까운 대기, 대기 상층 등으로 나눠 부르지만, 대기는 긴밀하게 연결된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이날 우리나라 상공에는 기압골이 지났는데, 기압골이 대기 하층의 수증기를 끌어올려 비구름대를 연직으로 크게 발달시켰다.
기압골은 일기도에서 저기압 쪽을 향해 V형 혹은 U형을 이루는 등압선이다. 대기 상층으로 올라가면 기압골은 지상과 달리 파동을 이루는 등압선이 나타나며 일정한 속도로 동쪽으로 이동한다. 그래서 기상 예보 시 대기 상층에서는 기압골의 움직임을 참고로 한다. 상층에서 기압골의 동쪽 부분이 위치한 곳에는 지상에 저기압이 있다. 저기압 중심부에서는 상승기류로 인해 구름이 생기고 비가 내릴 가능성이 많다.
- 김은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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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0-10-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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