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하다 보면 어느새 주변의 구름이 점점 바다 수면 위로 내려와 바다 위에 구름이 자욱하게 깔리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종종 목격하곤 한다.
이를 바다안개, 해무(Sea Fog)라고 부르는데 바닷가에 해무가 발생하면 바다와 구름이 붙어있는 것처럼 느껴지면서 장관을 연출한다. 하지만 해무는 보기에는 멋있게 보일지 몰라도, 시야를 1km이하로 제한하기 때문에 각종 사고를 유발하기도 한다.
최근 강릉 앞바다에서 추락한 우리 공군 전투기 F-5F 제공호의 추락원인도 해무인 것으로 밝혀졌다. 공군은 지난 6월18일 강릉 앞바다에서 발생한 F-5F 추락사고가 짙은 해무로 인해 조종사가 활주로를 발견하지 못해 일어났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공군은 언론발표문에서 “이번 사고는 임무를 마치고 기지(강릉비행장)로 귀환하던 중 착륙경로 상에 국지적인 해무 유입으로 인해 시계가 제한된 상태에서 조종사가 착륙을 시도하다가 해면과 충동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휴가철 피서객에게 멋진 풍경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우리 공군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 바다안개, 해무란 무엇인지 알아보자.
안개, 대기 중 수증기가 찬 공기와 만나 응결하면 형성
바다안개, 해무는 바다에 끼는 안개의 총칭이다. 기상학적으로 따뜻한 해면의 공기가 찬 해면으로 이동할 때 해면 부근의 공기가 냉각돼 생기는 안개를 지칭한다. 우리나라에서는 4월~10월에 주로 나타나며 휴가철인 7월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주로 경기만 일대와 남해 중부 해역 및 울릉도 근해에서 많이 발생한다.
안개는 일반적으로 대기 중의 수증기가 찬 공기를 만나 응결해 물방울의 형태로 지표 위에 떠 있는 현상을 일컫는다. 안개가 발생하면 관측자의 가시거리를 1km 미만으로 감소시킨다. 구름과 안개의 차이는 그것이 지면에 접해 있는지 아니면 하늘에 떠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지형에 따라 또는 관측자의 위치가 변함에 따라 구름이 되기도 하고 안개가 되기도 한다.
안개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대기 중에 수증기가 많이 포함돼 있어야 하며 기온이 이슬점 아래로 내려가 공기가 포화상태에 이르고 수증기가 물방울로 응결돼야 한다. 그러므로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지표 가까이의 차가운 공기와 만나거나 주변에 수증기의 공급원이 많아 습도가 높을 경우 안개가 잘 발생한다.
공기를 서서히 냉각시켜 어떤 온도에 다다르면 공기 중의 수증기가 응결해 이슬이 생기는 데 이때의 온도를 이슬점이라고 한다. 이른 아침에 비가 오지 않았는데도 지면에 있는 돌 표면이 젖어 있는 것은 야간복사에 의해 돌의 온도가 이슬점 이하로 떨어져서 수증기가 돌의 표면에 응결하기 때문이다.
대기가 최대로 품을 수 있는 수증기량을 포화수증기량이라고 한다. 한낮의 경우 온도가 높으므로 이 때 대기가 품을 수 있는 수증기량은 기온이 낮은 새벽보다 상대적으로 많다. 새벽이 되면 기온이 한낮보다 떨어지면서 포화수증기량 역시 낮아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낮 동안 대기가 품었던 수증기량은 새벽 온도가 품을 수 있는 포화수증기량을 초과한 많은 양이므로 대기 속 여분의 수증기가 물로 변하게 된다. 이 물들이 바로 안개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안개는 공기가 포화 상태에 이르면 생기지만 공장 지대에서는 응결핵이 많으므로 습도가 80% 정도인 경우에 생기기도 한다. 응결을 촉진시키는 흡습성의 작은 입자를 응결핵이라고 하는데, 응결핵이 있으면 상대적으로 낮은 습도에서도 안개가 발생할 수 있다. 바다안개인 해무의 경우에는 바다 대기 속의 염분입자가 응결핵으로 작용한다.
냉각안개, 복사안개-이류안개-활승안개 등 형성
불포화공기에 수증기를 공급하거나 공기를 냉각시키면 포화 상태에 이르게 된다. 때문에 안개는 크게 증발과 냉각에 의해 생성된다. 이에 따라 안개는 크게 냉각안개와 증발안개로 분류한다. 냉각안개는 지면과 접해 있는 공기층의 온도가 이슬점 이하가 되면서 발생하는 안개를 말하며 여기에는 복사안개, 이류안개, 활승안개가 있다.
복사안개는 지표면의 복사냉각에 의하여 지표에 접하는 공기가 냉각돼 생기는 안개를 말하며, 땅안개라고도 한다. 대부분 육상에서 복사냉각이 심하게 나타나는 가을, 겨울철에 많이 발생한다. 발생 조건은 날씨가 맑아야 하고 바람이 약하게 불어야 하며 습도가 높아야 한다.
이류안개는 따듯하고 습기가 많은 공기가 찬 지표면 위를 이동할 때 생기는 안개를 말한다. 해상에서 형성된 안개는 대부분 이류안개이며 이를 해무라고 부른다. 해무는 복사안개보다 두께가 두꺼우며 발생하는 범위가 아주 넓다. 또한 지속성이 커서 한번 발생되면 수일 또는 한 달 동안 지속되기도 한다.
활승안개는 습윤한 공기가 완만한 산의 경사면을 따라 불어 올라갈 때 공기가 단열팽창 냉각됨에 따라 생기는 안개를 말한다. 산안개는 대부분이 활승안개이며 바람이 강해도 생긴다.
증발안개, 증기안개-전선안개 등 형성
수면에서 증발이 일어나려면 수온이 기온보다 항상 높아야 한다. 따라서 따뜻한 수면에서 찬 공기로 수증기가 증발할 때 안개가 발생하며 이 안개를 증발안개라고 부른다. 증발안개에는 증기안개와 전선안개가 있다.
증기안개는 찬 공기가 따뜻한 수면 위로 이류할 때 생긴다. 이때는 수면으로부터 증발에 의한 수증기의 공급과 함께 하층이 급속히 가열되므로 대기가 불안정해져서 안개를 소산시키는 작용이 동시에 일어난다. 따라서 기온과 수온의 차가 상당히 커야 하며, 수면 위에 높지 않은 고도에 역전층이 있어야 한다. 늦가을에 호수나 강 부근에서 잘 생긴다.
전선안개는 전선에 동반해서 생기는 안개를 말한다. 전선을 따라 두 개의 공기덩이가 혼합해서 생기는 안개, 온난전선의 통과에 앞서 빗방울에서 증발된 수증기가 찬 공기 내에서 생기는 안개, 그리고 전선 통과 후에 바로 습해진 지표 위에 생기는 안개 등이 있다.
냉각-증발 모두에 의해 발생하는 바다안개
연안에서 발생하는 바다안개는 안개의 발생 조건 중에서 냉각과 증발 모두에 의해 발생한다. 우리나라 연안 해역에서는 주로 5~8월 동안 안개가 많이 끼며, 이 중 6월에 발생빈도가 높다. 특히 해상 대기 속의 작은 염분입자들이 응결핵 역할을 해 100%가 아닌 불포화상태에서도 응결이 일어나 안개가 발생한다. 넓은 바다에서는 상대습도가 80%만 되더라도 쉽게 안개가 발생하고 연안 해역에서는 대기 중에 육지 공기의 성질을 갖고 있어 85% 정도의 상대습도에서 안개가 발생한다.
동해안의 연안안개는 주로 이류안개이다. 동풍이 육지로 불게 될 때 습기를 많이 갖은 공기가 바다로부터 육지로 이류돼 오는데 새벽이나 밤에 육지의 지표온도가 해수보다 훨씬 낮아서 육지로 이동해 온습한 공기가 냉각된다. 즉 비교적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찬 지면 위를 지나가면서 냉각되고 포화돼 안개가 발생하는 것이다.
강릉과 속초 연안의 경우 이류돼 오는 습한 공기가 대관령과 같은 서쪽의 높은 산을 타고 강제 상승하면서 냉각되고 포화되어 안개가 발생한다. 따라서 이 지역의 안개는 이류와 활승이라는 두 가지 요인이 원인으로 작용해 이류-활승안개라고 한다. 늦은 봄에 연안을 따라 북한한류가 폭이 좁게 남하하면 강릉 등 동해 연안에서 공기가 찬 해수에 의해 냉각돼 연안 안개가 자주 발생하기도 한다.
여름철 서해와 남해에서도 동해와 같이 연안의 습한 공기가 육상으로 이동해 밤에 냉각된 지면을 지나면서 공기가 냉각돼 이류안개가 생긴다. 남해와 서해 연안에는 동해와 같은 높은 산이 없어서 활승안개가 생기기는 어렵지만 예외적으로 이류가 내륙까지 깊이 들어가 지리산과 같은 높은 산을 만나면 활승안개가 생길 때도 있다.
겨울철 서해의 경우 동해와 달리 난류가 없고 평균수심이 낮아 해수 전체의 기온이 낮다. 따라서 대기와의 온도차가 동해 연안보다 적긴 하지만 여전히 온도차가 존재하기에 안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강한 북서풍이 황해로 불어오므로 증발되어 냉각되고 안개가 생기더라도 곧 소산된다.
해상에서 짙은 안개가 발생하면 시계 불량으로 다른 배나 빙산과의 충돌, 암초에 좌초하는 등 큰 해상사고가 발생한다. 해상사고의 약 60%가 안개나 강수 등의 악조건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다안개가 발생할 때 항해는 시계가 불량하므로 레이더를 작동하거나 측심을 하는 등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영화로 유명한 타이타닉호의 경우 짙은 바다안개로 인해 침몰하기도 했다. 1912년 4월14일 오후 11시 40분경, 타이타닉호는 짙은 안개로 오른쪽 뱃머리가 빙산과 충돌해 승객과 승무원 2,208명중 1,513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고 장소는 대서양의 뉴펀들랜드 앞바다로 찬 해역에 따뜻한 공기가 밀려들어 짙은 안개가 끼어 있었다. 짙은 안개 속에서 빙산과 충돌한지 3시간 후인 15일 오전 2시20분 타이타닉호는 뉴펀들랜드 바다에서 침몰했다.
농무는 안개의 강도에서 보통과 강을 합한 것으로 500m밖의 물체를 확인할 수 없을 때를 말한다. 농무가 끼면 열차의 운행이 마비되기도 하고 항공기의 이, 착륙이 중지되며 해상에서는 선박이 충돌하거나 좌초하는 등의 사고가 발생한다. 동남아시아에서는 봄에서 여름에 걸쳐 농무가 많이 발생하는데 이 시기에는 장마전선이 있으나 해수온도가 아직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기온과 수온의 상승시기를 보면 기온은 7~8월경에 가장 높고 수온은 8~9월에 높아서 수온의 상승 시기가 약간 늦은 편에 속한다. 때문에 6~7월에 기온이 오르기 시작할 때 수온은 아직 낮아서 공기의 하층이 냉각되어 안개가 많이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0년 6월15일 부산 앞바다에서 엔젤 1호와 2호가 충돌하여 5명이 사망하고 18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1981년 6월16일에는 거의 동일 지점에서 엔젤 5호와 6호가 충돌했으나 피해는 경미했다.
- 이성규 객원기자
- henry95@daum.net
- 저작권자 2010-08-12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