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환경·에너지
김은화 객원기자
2010-07-19

맑은 하늘에서 소나기 내리는 이유 활발한 대류 현상으로 대기 불안정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쨍쨍 내리쬐는 햇빛. 오늘도 입에서는 “덥다, 더워”를 자연스럽게 되뇌며 이따금씩 손부채질을 하는 걸 보면 여름은 여름이다. 구름이라도 있으면 저 햇빛을 막아줄 수 있으련만, 구름 한 점 안 보이는 파란 하늘이 너무나 무심해 보인다. 공기마저도 상쾌하지 않고 텁텁한 느낌이다. 에어컨 생각이 간절해진다.

그런데 굵은 빗방울이 한 방울씩 떨어지더니 이내 비가 쏟아진다. 순간 하늘이 내 생각을 읽었다는 착각이 든다. 하지만, 손에 우산이 있을 리가 없다. 비가 그칠 때를 기다리기엔 시간이 없는데, 난감한 일이다. 문득 오늘 일기예보에서 날씨가 맑을 거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났다. 분명 맑은 날씨라고 했는데 왜 소나기가 오는 건가.


지난주 금요일이었던 9일 낮,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는 갑자기 비가 내렸다. 쏟아진 비에 사람들은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 서부, 경기북부, 강원도 지방에 소나기가 내렸으며, 이후 지역이 점차 확대되어 3시에는 전라남도, 경북 동해안 일부 지역에도 소나기가 내렸다.

이 날 뿐만 아니라 최근 전국적으로 갑자기 비가 내리다가 그치는 소나기성 강수가 잦아졌다. 경우에 따라서는 천둥과 번개까지 동반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기상청에서는 대기불안정에 의한 대류운의 발달 때문이라고 밝혔다. 어떤 상태이기에 예상에 없던 날씨를 만들어내는 걸까.

온위란 무엇인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대기는 끊임없이 움직인다. 대기의 움직임을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는 현상이 바람이다. 바람이 부는 이유, 즉 대기가 움직이는 이유는 평형 상태를 되찾기 위해서다. 평형 상태란 대기가 정지한 상태를 의미한다. 대기의 안정도는 ‘평형 상태에서 얼마나 큰 변화를 줘야 대기가 평형 상태가 아닌 상태로 되는 지’를 이용해 판단한다. 이때 ‘온위’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온위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사람이라면 온도의 오타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일상생활에서 온위라는 말을 사용하는 일은 드물기 때문이다. ‘기온’이 단순히 대기의 차고 더움을 나타내는 정도를 가리킨다면, 온위란 공기덩어리를 단열적으로 1000hPa이 될 때까지 압축시켰을 때의 온도를 의미하는 용어이다.

대기과학에서는 온위라는 개념을 더 중요하게 사용한다. 온도는 가열이나 냉각 등의 요인에 의해 변화하기 쉽지만, 온위는 어떤 고도로 이동하더라도 그 값이 일정하기 때문이다. 다만, 열과 수증기의 출입을 막는다는 가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온위의 정의에서 ‘단열적으로’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온위로 알아보는 대기안정도

온위의 개념을 이용하면 ‘대기가 얼마나 안정한가’를 쉽게 판단할 수 있다. 수증기가 불포화 상태인 공기가 단열적으로 변화할 때, 공기덩이는 연직으로 1km 이동할 때마다 10℃의 온도 변화를 보인다. 이러한 온도 변화는 비교적 건조한 공기덩이가 상공으로 올라가면서 내려가는 기온 변화율이므로 건조단열감률이라고 한다. 대류권 안에서 공기덩이의 온도는 상승할수록 감소하며 하강할수록 증가한다.

예를 들면, 지상에서 20℃인 공기덩이가 1km 상승했다면 공기덩이의 온도는 10℃가 되며, 2km 상공에 있던 0℃의 공기덩어리가 1km 상공으로 하강했다면 10℃가 된다. 습윤공기는 기온 감소율의 정도가 조금 낮아서 1km 상승 시 약 5℃의 변화를 보인다. 그러나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공기는 완전히 건조하지도, 완전히 습윤하지도 않다. 그래서 보통의 공기는 1km 상승할 때 온도가 6.5℃ 내려간다고 본다.

안정한 대기는 고도가 높아질수록 온위 높아져

해발 0m의 기압이 1000hPa이며 공기 A가 1km, 공기 B가 2km 상공에 각각 있다고 가정하자. 공기 A의 온도가 10℃라면 공기 B의 온도는 3.5℃가 된다. 공기 A를 단열적으로 기압 1000hPa인 해발 0m 지점으로 이동시키면 공기 A의 온위는 20℃가 되고, 공기 B의 온위는 23.5℃가 된다. 예시에서는 고도가 높아질수록 온위가 높아지는데, 대기가 안정한 경우 이러한 분포를 보인다.


불안정한 대기는 소나기성 강수 만들어

만약 같은 조건에서 공기 A의 온도는 20℃, 공기 B의 온도는 5℃라면 어떻게 될까? A에서 B까지 1km 이동하는데 15℃나 감소했다. 같은 고도에서 6.5℃인 기온감률보다 훨씬 큰 감률이다. 공기 A의 온위는 30℃, 공기 B의 온위는 15℃로 고도가 높아질수록 오히려 감소했다. 공기 A를 1km 상승시켜 공기 B와 같은 고도에 놓게 되면 공기 A의 온도가 훨씬 높다. 반대로 공기 B를 공기 A와 같은 고도에 놓게 되면 주위 공기에 비해 온도가 낮다.

이렇게 되면 그 고도에 머무르려는 성질보다 다른 고도로 이동하려는 성질이 더 커진다. 대류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이다. 이 상태를 가리켜 대기가 불안정하다고 말한다. 연직으로 활발하게 움직이는 공기는 수직으로 발달하는 적운형 구름을 만들고 소나기성 강수를 만들 수 있다.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는 이유

요즘처럼 일사량이 많으면 지표면의 기온이 쉽게 상승한다. 뜨거워진 지표면의 영향을 받아 지표면 부근의 대기의 온도도 상승한다. 그러나 지표면과 조금 떨어진 대기의 경우 지표면 온도 변화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 따라서 지표면에 가까운 공기와 그렇지 않은 공기의 온도차가 일반적인 기온감률 이상으로 커진다. 기온감률 이상의 온도차는 활발한 대류 현상을 일으켜 대기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적운형 구름을 만들어 소나기를 뿌리게 된다.

갑자기 내리는 비는 우리의 생활을 불편하게 하지만, 대기의 움직임을 알 수 있는 현상 중 하나이기도 하다. 짜증만 내지 말고, 발상의 전환으로 잊고 지냈던 대기의 존재를 생각하는 계기로 삼는 것은 어떨까.

김은화 객원기자
777_bluebear@naver.com
저작권자 2010-07-19 ⓒ ScienceTimes

태그(Tag)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