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걸프만에서 대형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 두 달이 지나도록 그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4월 20일, 트랜스오션 주식회사가 소유하고 영국의 석유회사 BP PLC가 대여하는 석유시추공이 폭발, 화재가 발생한 사고가 사건의 시작이다. 폭발로 11명의 인부가 사망했으며 해저 우물에서 기름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미국 루이지애나 해변에서 50마일 가량 떨어진 해저 우물 뚜껑이 열린 뒤, 시커먼 기름은 시간 당 10만 4천 갤론 단위로 쏟아져 나왔다.
유출된 기름을 처리하기 위해 특수함대가 파견됐다. 폭발 지점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해저에는, 탯줄처럼 긴 케이블로 배에 연결된 십여 대의 로봇 잠수함도 띄웠다.
두 달째 계속되는 유출, 심각한 부작용 우려6월초 시추공의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BP는 뿜어져나오는 해저의 기름 줄기가 며칠 안에 “상당히 가늘어 질 것”이라고 장담했으며,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유“출된 기름의 90퍼센트 이상이 곧 회수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지나친 낙관이었다. 특수 선박이 가까스로 43만8천 갤론을 흡수, 소각했지만 사태를 수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미 중남부 지역에 위치하고 멕시코만을 면하고 있는 미시시피 주 해변에도 거대하고 두꺼운 기름 덩어리가 나타나 주민들을 놀라게했다. 해변 관광지이자 내륙 습지에 인접해 어부들이 사용하는 해변에도 기름 덩어리는 흘러들었다. 기름 범벅이 된 펠리칸과 거북 사체도 발견됐다.
사람의 건강에 직접 미치는 영향도 우려할 수준이다. 유출된 기름은 발암물질인 벤젠 등의 휘발성 유기 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1960년대에 일어났던 기름 탱크 유출 연구는 신경과 피부가 휘발성 유기체에 노출된 결과 폐와 신장, 간 기능이 영향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2002년 스페인 해변의 기름 유출에서는 DNA가 손상된 증거도 나타났다.
독성 물질 노출이 장기적인 건강 우려를 낳는다면, 기름유출 현장을 정화하기 위한 인부들의 건강은 당장 눈 앞에 닥친 문제다. 뉴올랜즈의 최고 기온이 화씨 100도에 이르는 살인 더위도 어려움을 더한다. 자원봉사자를 포함 현재 1만 4천여 명의 인부가 일하고 있는데, 이미 100명 이상의 인부가 열사병으로 치료를 받았다.
손에 손잡고 ‘해저구멍 뚫기 멈춰주세요’사태가 심각해지자 석유 시추공 프로젝트에 대한 허가를 검토하는 흐름이 대두됐다. 플로리다 주지사를 비롯한 수백 명의 시위 인파는 26일 플로리다의 기름 오염 해변에 모여 손에 손을 맞잡았다.
전세계 여러 국가에서 유사한 시위가 진행된 바 있는데, 해변 시추공에 저항하고 석유를 대체할 깨끗한 대안 에너지를 지지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일각에서는 석유를 쓰지 말자는 급진적인 움직임도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말처럼 쉽지 않다. AP통신의 과학 전문 기고가 세스 보렌스틴(Seth Borenstein)은 6월 11일 “빅오일(Big Oil, 미국의 거대 석유자본) 보이콧은 라이프스타일의 포기”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현재는 석유 제품의 시대임을 일깨웠다.
자동차 대신에 자전거를 탄다고 해도, 자전거와 운동화 또한 석유 제품을 사용한 것이다. 에어컨을 끈다지만 선풍기의 스위치는 석유와 가스로 만들어낸 플라스틱 제품이다. 시원한 밀크쉐이크를 만들어 먹는다고 해도 석유화학기기인 분쇄기를 쓰지 않을 수 없다. 석유는 가구와 컴퓨터, 의복, 치약, 면도크림, 립스틱과 비타민 알약 등 모든 곳에 들어있다.
석유화학제품의 시대는 세계 2차대전 이후 고무를 대체하기 위해 시작됐다. 금속보다 가벼워 자동차 연료를 26% 절약하는 등 친환경적인 측면도 있지만, 사람의 호르몬 체계를 방해하고 체내에 축적되는 등 어두운 면도 크다. 때문에 환경을 고민하는 과학자들은 생분해성 플라스틱, 광분해성 플라스틱, 생붕괴성 플라스틱 등 대안을 찾으려 애쓰고 있다.
- 홍주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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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0-07-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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