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자원으로 가방과 소품으로 만드는 생활 속 환경 실천, 자원선순환 브랜드는 일부 선진국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터치포굿’이 현수막 재활용으로 유명하다. 폐기된 광고 현수막을 받아 가방 제작이 한참이다.
필리핀 여성들이 주스 포장지로 만든 ‘바주라 백’
동남아시아 국가인 필리핀에도 유사한 프로젝트가 있다. 필리핀어로 ‘쓰레기’를 뜻하는 ‘바주라’ 백이다. 자원 재활용 제품을 제작, 판매하는 업체로 주스 캔, 쌀자루, 버려진 현수막을 활용해 가방과 악세서리로 만들어낸다. 마닐라를 비롯해 필리핀 전역의 지역 매립지에서 쓰레기를 줄이는 성과를 내고 있다.
캐나다의 바주라 비즈가 10년째 후원하는 바주라 샵은, 필리핀 여성들이 스스로 노동자이자 기업가, 주주인 협동조합 형태로 꾸려간다. 처음 6명의 여성이 시작했지만 지금은 800명이 넘는 회원들이 참여한다. 절반 이상이 정규직으로 최근에는 회원들의 자녀 중등 교과 이후의 교육 과정을 위한 장학재단도 설립했다.
이들은 하루에 5만 개 이상의 주스 포장지를 모은다. 자연분해가 불가능한 주스 포장용기들은 색깔이 화려하다. 세척과 위생 과정을 거친 포장 쓰레기들은 패셔너블한 가방으로 변신, 미국과 캐나다, 프랑스를 비롯한 전세계 15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한편 아프리카 가나에는 ‘트래시 백’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멋스럽게 되살려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CNN은 6월 1일 ‘가나의 가방, 플라스틱 쓰레기를 막는 솜씨좋은 새 방법(Ghana bags a handy new way to tackle plastic waste)’이라는 제목으로 가나의 수도 아크라를 찾아 재활용 가방 제작 과정을 전했다.
가나 트래시 백, 생수 봉지 모아 350가지 디자인으로
가나에서 마시는 물은 봉지에 담아 센트 단위로 판매한다. 쉽고 편하기 때문에 가게마다, 행상마다 이를 판다. 하지만 다 마신 후 종종 바닥에 버려지는 봉지가 문제가 된다. 차창밖으로 내버리는 광경을 목격할 수도 있다. 거리는 쓰레기로 숨막히고 플라스틱 쓰레기는 하수구로 흘러가 배수를 막는다.
아크라 동부의 해변으로 뒤엉킨 채 흘러가는 쓰레기는 홍수의 원인 중 하나가 되기도 하지만, 분리수거하는 적절한 방법이 없다. 사람들은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에 대해 교육받지 못했으며, 집에서조차도 수돗물을 마시기보다는 봉지 물을 사 마신다.
영국의 기업가 스튜어트 골드는 이를 NGO의 사업 기회로 풀고자 했다. 거리를 청소하고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는 소셜 벤처다. 버려진 봉지를 모아 세척한 뒤 하나로 꿰매면 밝은 빛깔의 패셔너블한 가방이 되지 않을까? 아이디어를 떠올린 때로부터 2년 반이 지났다.
트래시 백(Trashy bags)은 한 주에 250개 가량의 생산품을 만들고 350가지 다른 디자인의 가방, 지갑, 심지어 우비까지 갖춘 훌륭한 기업체가 되었다. 더욱 중요한 성과로, 쓰레기 수집자들의 네트워크는 아크레의 거리에서 1천5백만 개에 달하는 플라스틱 봉지를 모아왔다.
관광객에게 큰 인기, 지역 일자리 창출도
재활용은 초기 단계이며 매립지도 포화 상태지만 분리수거는 천천히 자라나고 있다. 트래시 백은 사람들로 하여금 빈 봉지를 수거해오게 하여 100개당 20센트 가량을 지불했다. 찾기가 힘든 아이스크림이나 과일 주스, 요구르트 봉지에는 가격을 좀더 지불했다.
빈 봉지를 분류한 후 손으로 씻어내고 살균 소독을 거쳐 햇볕에 말린다. 손으로 평평하게 편 뒤에 한 장의 천으로 바느질한다. 디자인 견본대로 잘라낸 뒤 조립하면 가방, 지갑, 우비까지 완성된다. 쓰레기를 녹여 만든 재료가 아니라, 플라스틱 그 자체를 활용하기 때문에 ‘재활용상품’임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전 과정이 노동집약적이기 때문에 대량 생산 제품보다 가격이 비싸다. 1달러짜리 지갑부터 26달러짜리 스포츠 가방까지 가격대가 다양한데, 관광객이나 외부인에게 인기가 많으며 일본, 독일, 덴마크 등으로 수출하기도 한다. 4.30달러인 재활용 가능한 쇼핑백은 가나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노동집약적인 생산 과정은 한편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가져다준다. 작업장에만 60명의 가나인을 고용하고 있으며 회사 밖 빈 봉지 수집가는 100여 명에 달한다. 상당수가 봉지 수집만으로 생계를 꾸린다. 트래시 백의 영향으로 봉지를 모아서 수집가에게 파는 시민들도 생겨났다고 CNN은 전했다.
- 홍주선 객원기자
- js_alissa@naver.com
- 저작권자 2010-06-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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