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로 미국에 진출하여 ‘공룡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임 종덕 박사가 서울 봉천동에 위치한 중앙대 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았다. 임 박사는 공룡에 대한 재미있는 얘기로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공부방 초등학생들의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임 박사가 발굴한 공룡 뼈 화석들을 직접 보여주면서 진행된 강연장의 뜨거운 열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영화 ‘쥬라기공원’의 과학적 오류
몸길이 20미터가 넘는 거대한 공룡인 브라키오사우루스는 우리나라에서도 살았던 공룡이다. 경남 진주에서 브라키오사우루스류 공룡의 이빨이 발견된 것이 그 명확한 증거인 셈이다.
‘쥬라기공원’에서 브라키오사우루스가 티라노사우루스에게 공격을 받는 장면이 나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하지만 쥬라기에 살았던 브라키오사우루스는 티라노사우루스에게 공격을 당한 적이 한번도 없다. 브라키오사우루스를 공격할 수 있었던 공룡은 알로사우루스 같은 공룡이지, 백악기 말기에 살았던 티라노사우루스가 아니다. ‘쥬라기공원’에 등장하는 주연급 공룡들의 대부분이 사실은 쥬라기가 아닌 백악기 말기의 공룡들이었다.
중생대에 살았던 공룡은 하늘을 날거나 바다 속에서 살지 않았다. 공룡은 땅 위에서만 살았다. 간혹 어린이책 등에서 익룡을 하늘을 날았던 공룡이라고 소개한 것도 있는데, 그건 잘못된 것이다. 바다 속에서 살았던 수장룡도 공룡이 아니라 해양 파충류이다.
공룡을 파충류와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다리 모양이다. 공룡은 다리가 몸체에서 직선으로 뻗어 내려간 반면, 파충류는 ‘ㄱ’자 형태로 꺾여 있다. 몸체 위에서 똑바로 내려다보면 공룡은 다리가 보이지 않지만 악어 같은 파충류들은 몸체 옆으로 다리가 드러나게 된다. 공룡은 이렇게 직선으로 뻗은 다리로 직립 보행을 할 수 있었다.
화석을 통해 다시 태어난 공룡
1834년 이구아노돈이라는 공룡의 골격 일부가 발견되었다. 과학자들은 그 뼈를 바탕으로 그림과 복원 모형을 만들었는데, 코 위에 코뿔소 모양의 큰 뿔이 있고 긴 꼬리를 가진 모습으로 그려졌다. 그 후 1878년 벨기에의 탄광 갱 안에서 완전한 이구아노돈의 골격이 발견되면서 그것이 잘못된 것으로 밝혀졌다.
뿔이라고 생각됐던 것이 실은 앞발의 엄지발가락이었다. 이구아노돈은 그 날카로운 엄지발가락으로 다른 육식공룡과 싸우기도 했다.
또 최근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꼬리를 땅에 끌지 않고 수평으로 세우고 걸었을 것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 이렇게 단정하는 데는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공룡 발자국 흔적이 큰 역할을 했다. 이구아노돈이 꼬리를 끌고 다녔으면 발자국 사이로 꼬리가 끌린 자국이 남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전남과 경남 지역의 많은 조반목 공룡 발자국 가운데 꼬리를 끈 자국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머리에 2미터나 되는 큰 볏이 있는 파라사우롤로푸스라는 공룡은 그 볏의 쓰임새에 관한 궁금증으로 학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뿔도 아니고 안이 텅 비어 있는 볏의 기능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처음에는 물 속에 오랫동안 잠수하기 위해 볏이 숨을 쉬는 기능을 하지 않았을까 추측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끝 부위에 공기가 들어갔다 나왔다 할 수 있는 구멍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구조를 지닌 뼈는 발견되지 않았다.
후에 밝혀진 사실에 의하면 파라사우롤로푸스의 큰 볏은 소리를 울리게 하는 울림통이었다. 뱃고동처럼 낮게 울리는 소리로 동족들에게 위험을 알리거나 신호를 전달하는 의사소통 기관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냄새를 잘 맡기 위해 그처럼 넓은 면적의 비강 구조를 지녔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공룡 뼈 화석 발굴돼
일단 화석을 발견하면 그 일대에서 집중적으로 발굴 작업이 이루어진다. 해머, 끌 등의 도구를 이용해 조심스럽게 땅을 파야 하는데, 골격 화석들은 아주 오랜 시간 땅 속에 있었기 때문에 자칫하면 흙처럼 바스러질 수 있다.
때문에 발굴된 화석은 연구실로 옮기기까지 최적의 상태로 보존하기 위해 석고 반죽을 이용한 석고재킷을 만들어준다. 이는 우리가 뼈에 금이 가거나 부러졌을 때 병원에서 깁스를 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연구실에 도착한 뼈들은 석고재킷을 풀고 화석보존 작업을 받게 된다. 약품을 이용해 뼈를 강화시키고 유실된 부분을 복원하는 과정이다. 이렇게 표본화 처리 작업을 거친 뼈 화석은 자연사 박물관에 전시되거나 척추 고생물학자에 의해 연구된다.
흔히 우리나라에서는 공룡 발자국만 발견되었을 뿐이지 뼈 화석은 나오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공룡 뼈가 화석으로 남기 위해서는 신속히 매몰되어야 하며, 지구 내부로부터 열과 압력을 받지 않아야 하는 등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때문에 광범위하게 퇴적층이 발달한 곳일수록 화석의 자취가 많이 남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화성암이 발달한 지형적 속성과 수차례 받았던 열 변성 때문에 뼈 화석의 보존율이 떨어진다. 또 우리나라는 경남, 전남 등 일정 지역에만 중생대 지층이 존재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뼈 화석으로는 경북 의성에서 발굴된 용각류의 상완골(위팔뼈)과 다리뼈, 경남 진주에서 발굴된 브라키우사우루스류 공룡과 메갈로사우루스류 공룡의 이빨이 있다. 또 경남 하동에서 용각류의 골격화석으로 추정되는 갈비뼈와 척추뼈, 경상 지역에서 수각류의 발톱, 경상 지역 일대에서 다양한 크기의 수각류 이빨 화석들이 발견되었다. 따라서 옛날에는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종류의 공룡들이 살았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임 종덕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BK21 교수
- 성균관대 생물학과 졸업
- 캔자스대 척추고생물학 박사
- 캔자스주립 자연사박물관 겸임연구원
<정리: 이성규 사이언스타임즈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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