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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이현화 기자
2007-12-12

"국가위기관리에 대처할 환경전문가가 없다" 세민환경연구소 홍욱희 환경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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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지구적으로는 온난화 현상으로 환경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얼마 전 국내에서는 서해안 태안 앞바다에서 원유선이 충돌해 해안생태계 문제가 핫이슈로 떠올랐다.

많은 이들이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이번 원유유출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정작 정부와 환경단체가 얼마나 정책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다분한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게 사실이다.

이와 관련 '위기의 환경주의 오류의 환경정책'이란 저서를 통해 정부의 환경정책 문제를 다룬 홍욱희 박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미국 미시간대에서 환경을 연구한 홍욱희 박사는, 한국이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불붙기 시작한 시점인 70년대 후반 본격적으로 환경을 공부한 첫 세대에 속한다. 그는 독립적인 과학자이자 환경전문가로서 우리 사회의 여러 환경 문제들과 과학기술의 사회적 책임, 윤리에 관한 논의를 전개해왔다.


새만금 사업, 청계천 복원 등 주요 사회적 현안들에 대해서 독자적인 견해를 제시하는 것으로도 유명한 그는, 최근에 발생한 원유유출 사건에 대해 “동아시아에서 벌어진 최악의 환경 재난“이라고 정의하며 ”국가위기관리의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난 현장“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동안 국가적으로 추진한 수많은 환경정책과 재정적 투자가 무색하게 복원에만 몇십 년이 걸릴 환경재앙을 적시에 막지 못하고, 초기 복구작업마저 지지부진해 더욱 피해를 키웠던 상황은 국가가 환경문제에 대한 대비를 체계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란 것이다. 이와 관련해 홍 박사는 “현재 우리나라에는 이를 관리할 환경관련전문가가 없으며 이를 관리할 인력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2007년 우수과학도서로 선정되기도 한 그의 저서 ‘위기의 환경주의, 오류의 환경정책’은 이러한 정부정책의 비효율성을 잘 지적해 보여준다. 6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책 속엔 대기오염, 수질오염, 폐기물 관리 정책 등 환경부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환경정책들에 대해서 사안별로 조목조목 문제점들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환경전문가인 홍욱희 박사는 “책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환경부나 통계청 등 정부의 공식자료만을 활용해 썼다”면서 “보통의 과학서적에서처럼 외국의 자료나 사례를 인용한 부분은 전혀 없고, 오직 우리나라의 환경 문제에 집중했다”고 한다.


그의 저서 ‘위기의 환경주의 오류의 환경정책’은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환경행정에 나선 1989년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20여년이 흘렀지만, 정작 환경정책에 대해 거의 제대로 된 검토와 비판이 없었다는 그의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어 그는 “근래에 들어서 환경부와 환경단체가 한 편이 되고 개발부서가 다른 한 편이 돼 갈등을 빚는 일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환경부와 환경단체가 하고 있는 일이 과연 옳은지 회의를 갖게 됐다”며 “차제에 환경정책이 어떻게 펼쳐지고 있는지 살펴보자는 생각에 2년 정도 자료를 모아 종합적으로 정리해 보았다”고 말했다.


환경부와 환경단체들이 만든 정책들을 평가하면서 어떤 잘못된 점이 있는지 꼬집어 보고 앞으로의 대안을 살펴보는 것으로 이 책이 나름의 역할을 해냈다고 자부하는 홍욱희 박사는, 원유유출 사건이 일어나기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번 대선에서 환경이슈는 거의 묻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이명박 후보가 올해 초 경부운하를 이슈로 들고 나왔던 것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이슈가 없었다”며 “이것마저도 다른 이슈에 밀려 이 후보 본인조차도 강하게 주장하지 않고 있고, 환경관련 일을 많이 했던 문국현 후보도, 진보를 대표하는 정동영 후보나 권영길 후보도 하나같이 잠잠한 것은 마찬가지였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국내의 정치상황에 대해 홍욱희 박사는 한국만의 특수성을 이야기한다. 미국이나 유럽 등지의 대선에선 지구온난화 문제와 같은 환경이슈들이 큰 화제를 이루고 또 그만큼 효과를 보는 반면에, 한국은 워낙 국민 대다수가 경제이슈에 집중하다보니 상대적으로 환경이슈는 꺼리가 안된다는 것.


이어 홍박사는 “환경이란 주제는 그동안 진보세력이 주장하는 단골 사안이었는데, 현재 전반적인 진보세력의 몰락으로 환경문제를 꺼내기 껄끄러워졌다”며 “환경의 질이 이미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고 있는데, 환경단체들은 돈이 많이 드는 환경에 대해 자꾸 강조하고 있으니 사람들이 그렇게 인식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더 나아가 홍욱희 박사는 현시대의 흐름에 맞게 환경문제에 대한 기존의 시각에 변화를 줘야 한다고 말한다. 환경의 과잉투자를 경계해야 할 때라는 것. 그는 “경부운하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생태계를 파괴하는 개발정책이라고 하고, 이명박 후보측은 문화 ․

환경의 대안이란 측면에서 경부운하를 주장한다”며 “모두 환경을 말하고 있지만 오히려 환경을 빙자해 낭비적인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고 현재의 환경정책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그는 “과연 생태하천 만들기와 같은 사업도 몇 백 억씩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물고기, 철새 몇 마리 살리는 것이 독거노인들이나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보다 정말 중요한 것인가? 이와 같은 문제들을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틀 속에서 판단하고 추진하는 사회적 메커니즘이 필요하다”면서 우리 사회와 정부 일각에 퍼져있는 환경낭비 문제의 심각성을 꼬집었다.


이와 함께 홍 박사는 사회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는 환경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과학계에서는 보통 외국에서 발표하는 SCI 논문수로 과학적 성과를 일괄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특성에 맞게 세분화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국토과학’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국토과학이란 우리나라의 국토를 잘 보살펴서 우리 국민과 우리 생태계에 모두 도움이 되게 하는 과학을 일컫는다. 이런 과학의 경우엔 외국에 굳이 논문을 발표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우리 국토를 관측하고 연구하는 분야이기에 우리 스스로 반드시 연구해야 하는 학문이다. 수질과 대기질 문제를 다루는 환경과학은 물론 생태학, 기상학, 해양학 등 여러 자연과학 분과와 농학과 수산학, 임학 등의 실용학문들도 국토과학에 포함된다. 우리 국토의 연구에 정보는 보다 조직적으로 연구예산을 투여해야 할 필요가 있다.”


홍 박사는 현재 우리의 국토과학 수준이 미국, 유럽, 일본 등 다른 선진국들에 비교해 매우 열악하다고 말한다. 과학관련 기관에서도 돈 덩어리 물어오는 학문에만 관심을 쏟지, 국토과학은 변방에 방치해 두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자 수도 적고 연구비 투자도 적어, 평가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사정이 이렇게 된 배경에 대해 그는 “환경단체들의 일과성 문제제기와 그런 환경단체들의 요구에 쉽게 끌려다니는 잘못된 사회풍조”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 대표적인 사례로서 홍박사는 환경단체와 환경부의 합작 프로젝트인 지리산 반달곰살리기나 생태하천, 생태통로 만들기 사업을 들었는데, 정부가 충분한 국토과학적 지식없이 마구잡이로 착수했기 때문에 사업의 일패와 그에 따른 국가예산의 낭비가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말한다. 이제는 과학유관 기관들도 우리나라의 국토과학에 관심을 갖고 그 수준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데에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이어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문제도 그냥 외국연구자들의 연구 방식을 따라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국토환경과 우리가 갖는 사회경제적 여건을 두루 검토해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연구에 힘을 쏟아야 할 때임을 강조했다.



그 단적인 예로 지구온난화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지구온난화가 전반적인 기온 상승을 불러온다고 하면 겨울 추위가 특히 심한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손해보다 이익이 많을 수도 있다는 점을 연구자들은 감안해야 한다"며 "최근 여름철 강우량이 크게 많아지고 있는데 이런 현상에 대한 보다 종합적인 연구검토도 시급하다"고 지적하며 우리가 가진 국토여건, 부존자원, 환경특성 등을 연구하는 데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덧붙여 북한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는 연구에도 정부의 관심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언젠가는 이루어질 통일에 대비해서 헐벗은 북한의 산들을 녹화하고 매년 홍수가 발생하는 북한의 하천들을 관리하는 일은 빨리 시작할수록 더욱 좋다는 것이다. 그런 일은 소리없이 북한주민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자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적지 않은 이익이 되는데 "이런 국가차원의 프로그램에 대해서 차기 정부는 아무쪼록 많은 신경을 써줄 것"을 그는 당부했다.



앞으로의 활동계획에 대해 홍욱희 박사는 사회의 중간자 역할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와 환경, 개발과 보전 등의 사안을 두고서 정부와 시민단체, 생산자와 소비자, 기업과 지역주민, 전문가과 일반대중 등의 사이에서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그 결과 갈등과 불협화음이 빚어질 때 그 중간에서 양자의 입장을 조정하는 역할자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다는 것.



홍 박사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는 사회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이에 합당한 대책을 마련한 뒤 점차적으로 시스템을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이 우리 사회에는 거의 없다”며 “사회 각 분야의 문제점들을 통합적으로 분석하고 조정하는 역할자로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에너지 정책이나 환경과 경제개발의 밸런스를 찾는 부분을 다루는 책을 앞으로 5~10년 동안 집필할 계획을 전했다.

이현화 기자
yyunaa@ksf.or.kr
저작권자 2007-12-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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