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통계청에서 공식제공되는 정보만 이용해도 돈이 된다(?).
최근 기상정보, 통계정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경영입장에서는 이 두 가지 정보가 회사의 미래매출에서 대박 혹은 쪽박을 가름하는 중요정보가 강력히 대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통계청은 최근 잘 팔리는 상품 20여 개를 만들어낸 기업 마케팅팀에다 국가통계의 활용여부를 조사한 결과, 국내 굵직한 7개 기업이 여성경제활동참가율, 인구주택총조사, 해외관광 여행객수, 인구동태조사 등 국가통계를 경영에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통계청에서 매월 발표하는 사이버쇼핑몰 통계조사를 활용했다. 이 조사에서 사이버쇼핑몰에서 패션·의류 등 여성 상품군 거래액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보고 여성상품군에 집중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현재 여성 상품군의 비중이 70%를 넘었다. 지난해 1월 960억원에서 지난 7월 1천850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보령메디앙스 마케팅 팀은 통계청이 지난 2001년 발표한 인구통계조사 합계출산율(15~49세 가임여성 1명이 낳는 평균 출생아수) 지표가 1.3명까지 떨어진 것을 눈여겨 봤다. 이 정보에 따라 향후 한 명만 낳는 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 이들을 위한 프리미엄급 제품개발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프리미엄 제품 개발을 핵심 전략으로 삼아 2002년 은나노 입자를 사용해 항균력과 탈취력을 높인 젖병을 내놓았다. 가격은 150㎖짜리 1개당 1만3천원으로 비싼 편이지만 하나뿐인 아이를 더욱 잘 키우려는 신세대 엄마들에게는 크게 어필해 매출액이 10배 이상 늘어나는 대박을 일궜다.
CJ는 1985년 66만가구에 불과했던 1인 가구수가 1995년 164만가구로 10년새 2.5배 늘어나는 것을 보고 2∼3분만 데우면 먹을 수 있는 즉석밥 햇반을 1996년에 출시해 올해 매출 860억원을 예상할 정도로 성장했다. 대상 청정원은 4년간 해외로 출국한 해외관광 여행객수가 연평균 24%씩 급증하고 있는 데 착안, 여행객들이 휴대하기 쉽게 고추장을 튜브형 용기에 담은 신제품 ‘튜브형 쇠고기볶음 고추장’을 개발했다.
최단기간 1억병 판매를 돌파한 두산주류BG의 ‘처음처럼’의 개발 뒤에도 보건복지부의 ‘국민 음주 현황’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가 있었다. 두산주류BG는 1998년 이후 여성음주율이 급격히 늘고, 여성경제활동참가율도 늘어난다는 통계정보에 착안, 순한 소주인 ‘처음처럼’을 올 2월 내놓았다. 현재 이 제품은 여성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전국 점유율 10%를 돌파했다.
이처럼 통계자료가 기업들의 성장에 핵심정보로 자리잡자, 통계청은 기업들의 마케팅 활동을 돕기 위해 e-나라지표(www.index.go.kr), 통계정보시스템(http://kosis.nso.go.kr), 지리정보시스템(http://gis.nso.go.kr) 등 통계서비스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통계청은 오는 11월 8일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통계를 기업 마케팅에 활용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국제포럼도 개최한다.
통계청 관계자는 "현재 통계청은 통계정보시스템을 통해 국내 기업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약 1억1천503만 계열 이상의 방대한 통계자료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최근 국내 기업들의 국가 통계 활용은 기업의 과학적·합리적 의사결정의 훌륭한 근거 자료가 될 뿐만 아니라 국가 자산의 공동 활용으로 조사비용까지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국지성 집중호우, 폭설 등의 기상이변이 늘어나고, 황사, 태풍, 호우 등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기상 현상이 급증하면서 기상정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식품이나 패션, 레저 등 날씨가 수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산업은 물론 유통이나 중공업 등에서도 날씨를 사업전략에 활용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자연 재해에 대비한 기업의 위기를 관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예보에 따라 마련한 마케팅 및 영업 전략으로 매출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다.
‘온도가 섭씨 20도가 되면 에어컨이 팔리기 시작하고, 24도가 되면 수영복 성수기가 된다.’‘황사철이 되면 공기청정기와 정수기 판매가 30% 이상 늘어난다.’‘비가 오면 피자 주문이 급증한다'등의 기업에서 회자되는 말들이 바로 매출과 직결되는 기상정보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기업들의 매출시장 기여도에서 기상정보가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날씨에 민감한 에어컨, 가습기, 난방기들을 판매하는 IT가전기업들에게 기상정보는 핵심 중의 핵심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일렉트로닉스 등은 기상청과 기상정보 사이트에서 제공받은 날씨 데이터를 토대로 언제부터 언제까지, 얼마나 더울지를 집중 분석한 후 연간 에어컨 생산, 판매계획을 세운다.
특히 에어컨업계는 날씨경영 성패에 따라 매출 신장은 물론이고 그 해의 수익구조 자체가 극과 극을 이루기 때문에 기상정보에 대한 투자를 점차 늘리고 있다. 날씨경영을 중시하다 보니 날씨정보를 전문으로 분석하는 이색 직종인 기상마케터 등까지 생겨나고 있을 정도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아예 사내에 기상 마케터를 두고 있다. 기상청이나 기상정보 사이트에서 제공받은 날씨정보를 면밀히 분석해 제품생산과 판매 마케팅에 지침을 내려준다. 각 영업팀과 대리점, 전문점에서는 이 자료를 근거로 그날그날의 판매전략은 물론 한 해 제품판매 전략을 좀 더 효율적으로 세운다. 지역별 제품 집중 판촉 시기를 정하는 일도 기상 마케터가 작성한 기상 데이터가 기본이 된다. 특히 기상청 슈퍼컴퓨터가 제공하는 3개월 기상정보를 적극 활용한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500조원(2003년 기준) 가운데 50조원 가량이 기상 영향을 직접 받는 산업경제활동 GDP로 추정된다는 기상청 자료도 있을 정도다. 특히 청량음료와 빙과류 업계는 '날씨가 웬만한 영업사원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현대중공업그룹도 사내 기상정보시스템을 강화하고, 적극적인 '날씨 경영'에 나섰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기상청 및 민간 기상예보사업자와 협약을 맺고, 기온·습도·풍속·태풍·풍랑 등 각종 기상현황을 독자적으로 파악해 건조 중인 선박이 정박한 안벽의 파고와 시운전 항해 장소의 기상정보까지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1주일 후의 날씨를 예보할 수 있는 수준의 시스템을 갖췄다. 특히 세계 최초로 동해와 남해는 물론 일본 및 중국 앞바다 등 선박이 시운전 중인 해상의 날씨를 실시간으로 파악, 갑작스런 기상 변화에 따른 피해를 예방할 수 있게 됐다.
STX조선도 부산지방 기상청과 연계해 홈페이지 및 사내 정보포털 등에 특화된 기상정보를 제공하는 ‘산업기상정보시스템’을 구축했다. 악천후가 발생하면 모든 직원에게 휴대전화 메시지를 통해 즉각적인 기상정보를 제공, 효율적인 생산일정 관리를 가능케 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통해 STX조선은 생산공정 계획의 정확성을 높이고, 날씨로 인한 공정 지연을 사전에 대비함으로써 연 50억원 상당의 생산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날씨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날씨정보를 파는 기업들도 주목을 받고 있다. 2001년 40억원에 불과하던 민간기상업 시장규모는 지난해 150억원 수준으로 커졌다. 날씨정보 관련시장은 미국은 연간 1조원, 일본은 5천억원에 이를 정도다. 국내 민간 날씨정보 제공업체로는 케이웨더와 외국계인 웨더뉴스, 웨더아이, (주)비온시스템 등 10곳 정도의 업체가 활동 중이다.
- 이창은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06-10-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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