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잡으러.”
귀에 익숙한 송창식의 ‘고래사냥’이다. 노래를 들으면 과연 우리나라에 고래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시원한 답을 해주는 곳이 있었다. 바로 울산 장생포에 위치한 ‘장생포고래박물관’이다.
장생포고래박물관은 장생포 해양공원 내에 위치해 있다. 장생포는 우리나라 전통 포경지역으로 1946년 조선포경주식회사가 설립됐던 곳이다. 그래서 아직도 많은 포경유물과 흔적들이 남아 있다. 또한 장생포 앞바다는 ‘극경회유해면’이라고 명해진 천연기념물 제 126호이다.
극경회유해면이라는 말은 귀신고래가 다시 돌아오는 바다라는 뜻이다. 귀신고래는 귀신처럼 갑자기 출몰한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겨울이 되면 새끼를 낳으러 이곳 장생포 앞바다로 왔다가 여름에는 먹이를 찾아 오호츠크해로 떠난다.
박물관은 4층으로 되어있으며 1층은 어린이체험관, 2층은 포경역사관, 3층은 귀신고래관, 고래해체장 복원관, 4층엔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또한 박물관 야외 공원에는 옛날에 고래를 잡던 포경선을 그대로 복원해놓아 마치 고래잡이배에 타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먼저 제1전시관인 포경역사관엘 가보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반구대 암각화 재현모형이다. 암각화는 예전 선사인들이 풍족한 삶을 위해 돌에 새긴 그림이다. 울산광역시 울주군에 위치한 반구대 암각화는 현재 국보 제285호로 지정돼 있다. 이러한 반구대 암각화가 고래와 무슨 관계일까라는 생각에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곳곳에서 고래의 모습이 보인다. 새끼를 업고 이동하는 고래, 작살에 맞은 고래, 고래잡이의 모습 등의 그림들이 새겨져 있다. 우리나라의 고래잡이 역사가 얼마나 오래됐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반구대 암각화의 옆으로 가면 포경역사관이 시작된다. 이곳에선 포경에 쓰였던 도구들과 고래 관련 유물 등의 자료가 마련돼 있어 한국과 세계의 포경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또 전시관엔 실제 고래의 골격들이 전시돼 있어 고래의 거대한 크기에 새삼 놀라게 된다. 고래 골격 표본을 보며 고래의 두 분류인 수염고래와 이빨고래가 어떻게 다른지 확실히 알 수 있다.
제1전시관을 둘러보고 계단을 따라 한층 올라가면 제2전시관인 귀신고래관이다. 들어서자마자 귀신고래의 울음소리가 들려 사람들은 호기심을 가지며 둘러보기 시작한다. 매직비전을 통해 애니메이션으로 귀신고래에 대해 더 쉽고 재미있게 배워보기도 하고 13.5m의 귀신고래 실물 모형을 보며 바다에 온 듯한 느낌도 가질 수 있다. 귀신고래 전문관에서는 한국계 귀신고래와 캘리포니아계 귀신고래의 차이점을 알아보고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다.
반대편엔 고래해체장 복원관이 있다. 포획한 고래를 부위별로 자르고 꺼내는 것을 해체한다고 표현한다. 이렇게 해체하는 과정과 쓰이는 도구들이 전시돼 있다. 해체 당시의 생활상을 보며 그 시대로 돌아가 보기도 하고 아이들에겐 생소한 고래를 이용한 여러 가지 물건들을 보며 어디에 고래가 이용됐는지 찾아보기도 한다. 그러면서 고래고기로 만든 음식, 고래기름으로 만든 양초, 비누 등 고래가 생활 속에서 많이 이용됐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제 다시 1층으로 내려가면 제3전시관이다. 제3전시관은 어린이 관람객들을 위해 여러 체험코너로 구성돼 있다. 아이들은 동화에서 피노키오가 고래에게 잡아먹혔던 것처럼 고래의 갈비뼈 모양으로 돼 있는 고래 뱃속 길을 지나며 자신이 피노키오가 되어보기도 한다. 또 고래체험코너에서는 직접 체중계에 올라가 고래몸무게와 자신의 몸무게를 비교해 보기도 하고 폐활량 비교기구로 고래, 소, 사람의 폐활량도 비교하며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포유동물인 고래를 직접 느껴볼 수 있다.
전시관 안에 있는 포경선을 타면 바로 영상실이다. 여기서는 다양한 고래의 종류와 반구대 암각화 등에 관한 영상물을 감상할 수 있다. 또 고래 두골 모형 코너에서는 여러 종류의 이빨고래 두골들이 전시되어 있어 서로 비교해 볼 수 있다.
생태학습실에서는 여태까지 보고 배운 수염고래와 이빨고래의 여러 종류들을 크레파스를 가지고 스크래치 작품으로 만들어낸다. 자신만의 고래를 만들어내며 아이들의 고래에 대한 관심과 흥미는 한 층 더 커진다. 생태학습실 바로 옆에 있는 자료실에서는 고래에 관련된 국내외의 자료들이 비치돼 있어 다양한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처음 박물관을 찾은 어린이들은 고래가 어류인지 포유류인지, 어떻게 다른 것인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박물관 관람을 끝내고 난 뒤에 아이들은 수염고래와 이빨고래가 어떻게 다른지까지 구분할 정도로 고래 박사가 되어 있다.
무더운 여름이라 더욱 더 바다가 생각나는 요즘, 바닷가에 있는 장생포고래박물관엘 찾아가보는 건 어떨까. 고래사냥 노래처럼 ‘고래를 잡으러’가 아니라 ‘고래를 알아보러’ 동해바다로 떠나보자. 바다를 보며 더위도 식히고 어릴 적 꿈과 동경의 대상이었던 고래와 친구가 되어보는 것도 이번 여름 좋은 계획일 것 같다.
1986년 IWC(국제포경위원회) 협약 이후 1986년부터 상업포경이 금지된 이래, 고래잡이는 아직도 많은 나라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고래는 많은 양의 수산자원을 먹어치우기 때문에 잡아야 한다는 측과 고래는 보호되어야 할 존재라고 주장하는 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일단은 울산 장생포 앞에서 놀던 귀신고래를 되돌려 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고래가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함께 노력한다면 가장 큰 포유류인 고래와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공생관계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고래박물관은 울산광역시 남구 장생포에 위치하고 있고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당일, 공휴일 다음날은 휴관이다. 홈페이지(www.whalemuseum.go.kr)를 참조하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방문하기 전 꼭 접속해보자.
- 김승민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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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06-08-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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