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조사식품이란 일정 시간 동안 방사선 에너지에 노출시켜 발아, 발근 억제, 해충, 기생충 방제 및 병원균·부패균 등의 미생물 제어 처리를 거친 식품을 말한다. 그러나 방사선조사식품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은 부정적이다. 방사능 오염물질과 방사선 에너지의 차이점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까닭이다.
이에 따라 원자력 에너지의 경제성과 안전성을 알리고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2006 여성과 함께하는 원자력 심포지엄>이 개최된 것이다. 과학기술부가 후원하고 한국여성원자력전문인협회(WIN Korea, 회장: 홍성운) 주최하는 이 행사는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3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27일 성황리에 열렸다. 참석자 대부분이 30, 40대 가정주부들로 식품의 안전도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WIN Korea는 세계여성원자력전문인회(Women In Nuclear-Global)의 한국 지부로 일반인들의 원자력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목적으로 발족됐으며, 그 일환으로 ‘여성과 함께하는 원자력 심포지엄’을 매년 개최하고 있다.
올해 심포지엄의 주제는 ‘방사선 조사 식품은 안전한가’이다. 방사선 에너지가 사용되는 여러 분야 중, 식료품 분야에 초점을 맞춰 ‘식품에 방사선을 조사하는 기술’, ‘방사선 조사 식품의 관리 규정’, ‘방사선 조사 식품을 섭취하면 어떨까’에 대해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강의했다.
한국원자력연구소 소속의 첫 강연자 이주운 박사는 ‘식품에 방사선을 조사하는 기술’이란 제목으로 방사선조사식품의 안전성과 활용도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방사선 조사기술에 대해 “이미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건전성과 안정성을 승인한 선진 기술”임을 강조하며, “미국 부시 대통령이 ‘인도산 망고를 먹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는데 이는 방사선 조사를 도입한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식품 분야에 방사선 조사를 실시한 이후 매년 식중독 발병률이 급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박사는 “우리나라는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비상식량이 부재한 상황이다”며, “이미 전 세계적으로 방사선조사식품은 훌륭한 비상식량으로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2004년 12월, 인도네시아에서 쓰나미로 발생한 대규모 난민들에게 국제기구에서 방사선조사식품을 구호 물품으로 보급했다는 것이다.
방사선 조사 기술은 한국원자력연구소와 NASA이 공동으로 개발 중인 ‘우주 김치’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방사선조사를 거친 식품은 기존 식품보다 부패가 느리게 진행돼 1년 이상 장기 체류하는 우주인들이 먹기에 알맞다는 것이 이 박사의 설명이다.
그는 방사선이 식품 분야에 이용될 경우 ▲ 식량 이용률 증대 ▲ 식품의 안정성 확보 ▲식품 가공 및 공정 개선 ▲ 국제 교역 관리 편리화 등의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원자력은 열을 내지 않는 에너지”라며 “방사선조사식품은 여러 가지 장점을 가졌지만 일반인들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어렵다”라고 밝히고, “앞으로 이런 자리가 더 많이 마련돼 원자력 활용도를 점차 높여 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식품의약품안전청 소속의 한상배 박사가 ‘방사선조사식품의 관리 규정’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방사선 조사가 허용된 식품 품목은 26개로 미국의 55개, 영국의 43개에 비해 적은 편이다”라고 말하며 식품에 사용되는 방사선에 대한 기준이 매우 엄격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식량의 4분의 1은 유통과정에서 부패한다”며, “세계 인구가 10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2050년까지 식량 부족 사태가 심각한 사안으로 떠오를 것”이라 지적했다. 식량 부족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생산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송 과정에서 버려지는 양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방사선조사식품과 방사능오염식품은 엄연히 다르다”고 강조하며, “머지않아 방사선조사기술이 식품가공에 필수적인 기술이 될 것”이라 말했다.
아주대 의과대학 소아과 이수영 교수는 마지막 강연자로 나서 ‘방사선 조사 식품을 섭취하면 어떨까?’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앞의 두 강연자와 마찬가지로 방사선 조사 식품의 안전성에 대해 다시 한번 강조했다.
안정한 원소가 ‘방사능’을 띠려면 일정한 양 이상의 역치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방사선 식품 조사에 활용되는 Co-60 또는 Cs-137은 역치 이하의 에너지를 방출하기 때문에 어떤 방사능도 유도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한 방사선 조사로 인해 식품의 유독성과 감염성이 제거된 연구 결과를 보여주며 방사선 조사가 안전한 식품 제공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동물이나 사람을 대상으로 한 돌연변이 연구에서도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다”면서, “결론적으로 허가된 조사선량으로 처리한 방사선조사식품은 인체에 무해하다”고 말했다.
<여성과 함께하는 원자력 심포지엄>은 내년에 새로운 주제로 열릴 예정이며, 한국여성원자력전문인협회는 심포지엄 이외 책자 발간, 강연 개최 등을 통해 원자력의 올바른 이해를 위한 홍보 활동을 강화할 예정이다.
- 최영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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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06-08-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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