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경남고성공룡세계엑스포는 ‘공룡과 지구, 그리고 생명의 신비’를 주제로 지난 4월 14일부터 6월 4일까지 52일 동안 경남 고성군 당항포관광지 일대에서 개최되고 있다. 지난 3일엔 관람객 50만 명을 돌파하는 특별 이벤트가 펼쳐지고 있었으니, 공룡엑스포는 이미 명실상부한 세계적 행사로 자리매김한 듯했다. 말이 50만 명이지 고성군의 인구가 5만 6천명이라고 하니, 고성군의 9배가 넘는 사람들이 고성군을 방문한 셈이다. 그러나 하늘을 나는 것이 공룡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간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공룡이라는 이름은 1841년 영국의 고생물학자 리처드 오언이 처음 사용했으나, 이때는 현재의 공룡과는 다른 화석파충류 전체를 일컫는 말이었다. 현재 공룡은 3가지 큰 특징을 가진 것을 공룡이라고 칭한다.
첫 번째는 중생대에 생존한 파충류를 뜻한다. 공룡은 악어와 익룡처럼 안구 뒤에 두 쌍의 구멍이 발달한 머리뼈를 가진 이궁형 파충류로 정의한다. 공룡이 파충류의 하나라는 것은 매우 드물게 보존된 피부화석에서 털이 아닌 비늘로 되어 있다는 관측 사실과 또 알을 낳는다는 사실에 의존한다.
두 번째는 땅 위에 생존했던 육상동물만을 공룡이라고 한다. 중생대에 살았던 파충류 무리 중에는 공룡과 비슷해 보이는 종들이 많다. 수장룡과 어룡은 다리 대신에 지느러미를 가지고 물 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공룡이 아닌 해양 파충류이며, 하늘을 날았던 익룡도 가끔 공룡의 일종으로 오해 받지만 역시 앞발이 날개로 변해 공룡은 아니다.
마지막은 몸 아래로 바로 뻗은 곧은 다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공룡은 옆쪽이 아니라 몸통의 바로 밑으로 연결된 다리를 갖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파충류와는 달리 반듯한 걸음걸이의 직진 보행이 가능했다. 곧은 다리는 공룡이 다른 원시파충류와 구별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며, 중생대 생태계의 최고 정점을 차지했던 원인이기도 하다
고성은 미국 콜로라도, 아르헨티나 서부해안과 함께 세계 3대 공룡발자국 화석 산지로 알려져 있다. 공룡알도 3종 이상, 거북알도 국내 최초로 발견되어 태고의 신비를 그대도 간직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선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IC 건설 공사장에서 발견된 조각류와 용각류 공룡의 발자국 화석 실물을 전시해서 눈길을 끌었다.
공룡 발자국은 수각류 발자국, 용각류 발자국, 조각류 발자국으로 구분한다. 수각류는 두 발로 걸었으며, 육식공룡이다. 뼈 속이 비고, 가운데 세 발가락으로 걷도록 진화했다. 발자국 길이가 폭보다 길며 일반적으로 발가락 끝에 뾰족한 발톱자국을 남긴다. 수각류의 대표적인 공룡은 알로사우루스, 티라노사우루스, 오비랍토르, 데이노니쿠스, 벨로키랍토르 등이 있다.
용각류는 목이 긴 초식공룡으로 모두 네 발로 걸었다. 일반적으로 앞발이 뒷발보다 작고 발자국을 보면 이들은 천천히 걸었음을 알 수 있다. 용각류의 대표적인 공룡은 브라키오사우루스, 키마라사우루스, 아파토사우루스, 세이스모사우루스, 바로사우루스 등이 있다.
조각류는 골반이 새의 골반을 닮은 공룡이다. 네 발 또는 두 발로 걸었으며, 모두 초식 공룡이다. 뒷발자국은 폭이과 거의 같은 길이를 가지며 두꺼운 세 개의 발가락이 찍힌다. 발톱은 뭉툭한 편이다. 조각류의 대표적인 공룡은 이구아노돈, 힙실로포돈, 마이아사우라, 오우라노사우루스, 에드몬토사우루스, 코리토사우루스 등이다.
고성에 전시된 조각류 발자국은 백악기 전기에 살았던 이구아노돈류의 공룡이 남긴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뒷발을 이용하여 이족보행을 한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용각류 발자국은 백악기 전기에 살았던 용각류 공룡들 가운에서 중국에서 발견된 유헬로푸스류의 공룡들이 남긴 발자국으로 추정된다. 세밀하게 관찰하면 앞 뒤 발자국이 겹쳐져 복합구조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공룡엑스포에 가면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에 관한 변화과정을 자세히 알 수 있다. 고생대는 판게아(pangaea)라 불리는 거대대륙과 판탈라사(panthalassa)라 불리는 거대한 바다로 이루어졌다. 해안지역과 대륙 내부 간의 기후차가 심했을 것으로 보이나, 전체적으로 덥고 건조한 날씨였다. 무척추동물이 번성했으며, 어류가 등장했다. 이 당시 한반도는 초기엔 지금의 평안남도와 강원도 지역은 바다에 잠겼다가, 후기에 이르러서 바닷물의 높이가 낮아져서 육지가 되었다고 한다. 고생대는 5억7천만년 전∼2억2천500만년 전까지 약 3억4천500만년간 유지됐다.
중생대는 2억2천500만년 전∼6천500만년 전까지 약 1억6천만년간 지속된 시기로, 트라이아스기, 쥐라기, 전기백악기, 후기백악기로 나누고 있다. 트라이아스기 후반에는 거대한 판게아가 분리되면서 날씨가 서늘해지기 시작했다. 최초의 공룡과 포유류가 나타난 시기로, 이 당시에 한반도의 모태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또한 태평양판의 삽입에 의해 한반도 주변엔 분지가 형성되었고, 이곳에 충적선상지, 호수의 퇴적물이 쌓였다.
쥐라기는 판게아가 쪼개져 로라시아와 곤드와나 양 대륙으로 나뉘어졌다. 대륙의 분리로 해수면이 높아져 낮은 지대는 물에 잠기기도 했다. 덥고 습한 기후로 인하여 육상식물이 번성했고, 동물 또한 거대공룡인 용각류와 육식공룡이 번성했다. 쥐라기 후기에 시조새가 나타났다. 이 당시 한반도는 대륙의 운동으로 인하여 아시아 대륙이 모습을 갖추어 나가기 시작했으며, 강력한 지각변동인 대보조산운동의 영향으로 이전에 형성됐던 지층들이 심하게 습곡되거나 단층이 형성됐다.
전기 백악기는 대륙이 더욱 세분화하여 나누어지기 시작했고, 그 결과 각각의 지역에서 독톡한 공룡이 진화했다. 곷을 피우는 식물이 처음으로 등장한다. 한반도는 새롭게 형성된 아시아 대륙 가장자리에 넓은 퇴적분지가 만들어졌고, 이 퇴적분지가 바로 경상누층군(경상계층)으로 현재 한반도에서 공룡 및 새발자국 화석이 발견되는 지역이다
후기 백악기는 현재와 거의 같은 대륙의 모습이 갖추어지지만 인도는 아직 아시아 대륙과 연결되지 않았다. 지역에 따라 기후 또한 크게 차이를 보였으나 대체적으로 온화한 기후였다. 또한 꽃을 피우는 식물이 늘어났기 때문에 그것들을 주로 먹던 오리주둥이 공룡류와 각룡류가 번성했다. 백악기 말엽에 공룡은 멸종한다. 한반도는 아시아 대륙에 퇴적분지와 함께 화강암의 관입과 활발한 화산 활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신생대는 인도가 아시아대륙과 충돌하면서 히말라야 산맥이 형성되었고, 떨어져 있던 남·북 아메리카가 연결됐다. 또한 호주도 남극과 분리되어 현재의 위치에 자리 잡고, 계절의 변화가 뚜렷해졌고, 공룡 대신에 포유류와 인류가 번성한다. 식물에 있어서도 속씨식물들이 숲을 이룬다. 한반도는 태평양 지각판과 유라시아 지각판의 충돌로 태백산맥이 혀성되었으며, 이 운동으로 일본이 한반도에서 떨어져 나가 동해와 퇴적분지가 생겼다. 활발한 화산활동으로 용암대지가 형성되었으며, 빙하기가 끝나면서 서해가 형성되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 윤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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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06-05-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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