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시간의 딱딱한 소재였던 미생물은 눈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대상이다. 우리들은 단지 머릿속 상상으로 그 모습을 예상하고 그릴 뿐이다. 눈으로 식별할 수 없는 미생물의 세계를 좀 더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게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코엑스 장보고 홀에서 “신비한 미생물 체험전”이 개최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승인한 이번 전시회는 인간 생활과 뗄 수 없는 미생물의 이모저모를 망라한 전시회로 미국 20여 개 도시에서 많은 인파를 끌어 모아 1997년 미국에서 시작해 7년 동안 순회 전시가 개최되었다. 미국의 한 일간지는 “세균에 대한 편견을 엔터테인먼트 체험으로 바꿔 놓았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회는 17개 전시관에서 박테리아, 바이러스, 균류 등 다양한 미생물의 세계를 보여 준다. 최근에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스), 조류 인플루엔자(AI), 광우병 등에 대한 정보들도 전시되어 있다. 그럼 곤충이 아닌 현미경으로 관찰 가능한 다양한 미생물의 세계가 우리들에게 알려지게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고대 그리스 과학 이후 과학자들은 생물은 축축한 진흙에 햇빛이 비칠 때 우연히 발생한다는 자연발생설을 믿었다. 이후 17세기에 네덜란드의 현미경학자인 레벤후크는 현미경으로 수많은 미생물을 관찰한 결과, 유기물을 오랫동안 공기와 접촉시켜 두면 새로운 미생물이 발생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당시에 너무 작아서 보이지 않는 생명체의 존재는 알려져 있지 않았고, 단지 작은 곤충이 가장 작은 생명체로 알려져 있었다. 레벤후크는 죽을 때까지 약 70년간 현미경으로 미시 세계의 개척에 앞장선 사람으로 “현미경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레벤후크의 미생물 발견 이후, 1768년에 이탈리아의 스팔란차니는 자연발생설을 주장한 니덤의 실험은 마개가 온전하지 않고 가열 온도가 너무 낮았다고 지적하고 그의 주장을 반박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그는 미생물을 배양하는 용액을 45분 정도 데우고 플라스크의 뚜껑을 닫은 후, 아무리 장시간 방치해도 미생물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니덤의 ‘자연발생설’을 배격했다. 그는 당시의 생물학 연구에 논리적, 계통적 방법을 적용시켰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수많은 학자들은 약 2000년 이상을 자연발생설을 사이에 두고 경쟁했다.
자연발생설에 종지부를 찍은 대표적인 인물은 바로 프랑스의 루이 파스퇴르이다. 파스퇴르는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학구열이 높았던 학생이었다. 그는 처음에 결정화학에 대해서 연구했으나, 1857년 모교인 고등사범학교의 교수가 된 이후 20여년 동안 발효에 대해서 연구했다. 당시에 파스퇴르는 잘 숙성하는 맥주와 식초가 썩는 것에 주목해 양조공법에 관해 연구하고 있었다.
당시 프랑스의 양조산업은 너무 빨리 쉬어버리는 포도주 때문에 매년 수천만 프랑의 손실을 입고 있었다. 인근 주변 농장주들은 파스퇴르에게 포도주를 상하게 하는 원인과 그 대책을 조사해 달라고 부탁했다. 1863년 파스퇴르는 포도주가 시는 것은 미생물의 작용 때문에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 미생물은 바로 효모였다. 그는 포도주 맛의 변질을 막기 위해서 포도주 맛을 결정하는 적절한 효모를 배양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것은 포도주를 약 55℃로 가열해 포도주의 미생물들을 살균하는 방법으로 오늘날까지 사용되고 있는 “저온살균법”인 “파스퇴라이제이션”(Pasteurization)이다.
파스퇴르는 특이한 실험도구를 가지고 미생물의 자연발생설을 부인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실험도구는 바로 목이 긴 S자형 플라스크이다. 파스퇴르는 목이 긴 플라스크에 고기 국물을 넣고 충분히 가열한 뒤 공기와 접촉시키고 먼지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았다. 실험결과 고기 국물은 부패하지도 않았고, 미생물이 발생하지도 않았다. 즉 파스퇴르는 공기가 차단된 유리병 속의 물체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생명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였다. 이 실험은 바로 자연발생설의 부정을 확인해 주었고, 고기 국물을 부패하게 하는 다른 생명체, 즉 미생물이 공기 속에 있음을 보였다.
소와 양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파스퇴르는 여러 번의 연구 끝에 가축의 탄저병 원인을 밝혀냈다. 당시에 독일의 코호는 가축의 탄저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을 고기 국물로 만든 배양액 속에 넣어두면 동물의 몸 밖에서 자랄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파스퇴르는 코호의 연구결과를 발전시켜 동물의 몸 밖에서 배양한 특정한 세균은 병원체로서 활동력을 잃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파스퇴르는 닭의 콜레라균을 배양해 일정 시간 방치해 둔 후에 이 균을 나중에 병아리에게 주사해도 병아리가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이것은 균의 면역성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었다. 파스퇴르는 많은 연구를 발판으로 1881년 탄저병 백신을 만들었다.
파스퇴르는 평생 동안 반복되는 시행착오를 견디는 인내와 성실함을 바탕으로 많은 과학적 업적을 남겼다. 파스퇴르가 말년에 국가적 의학연구를 위해 연구소를 세우자고 제안했을 때 프랑스 정부와 국민들은 그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1888년에 세계 각국에서 모은 돈으로 “파스퇴르 연구소”가 파리에 세워졌다. 세계적인 명성을 날리고 있는 파스퇴르연구소는 에이즈(AIDS) 바이러스를 최초로 분리해 내는 등 현재 세계 최고의 미생물학 관련 연구소로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회는 과학 시간의 딱딱한 소재였던 미생물을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관람자들의 이해를 넓혀주고 있다. 파란 바다 위에 둥둥 뜬 오렌지빛 동그라미로 감기균을, 핑크빛 몸체가 먹음직한 소시지로 대장균을 꾸민 것처럼, 이번 전시장에서 박테리아, 바이러스, 원생동물 및 각종 균류 등이 관람객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전시물로 탄생했다.
또한 전시장 곳곳에서 어린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세균맨들은 아이들이 세균에 대해서 잘 알 수 있도록 과학연극 “뿡뿡 방귀체험”이나 몸속에 있는 미생물을 3D 홀로그램으로 만나는 “몸속 미생물 터널 지나기” 등을 안내해 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관람객들은 세균을 캐릭터로 한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퀴즈 등을 풀면서 미생물에 대한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
“신비한 미생물 체험전”은 학습과 놀이가 결합된 형태의 전시로 겨울방학을 맞이한 가족 모두에게 과학을 몸으로 체험할 있도록 구성되어 관람객들에게 살아 있는 과학교육의 장이 될 것이다.
전 시 회: 신비한 미생물 체험전
전시기간 : 2005. 11. 15 - 2006. 3. 4
전 시 장 : 코엑스 3층 장보고홀
사 이 트 : http://www.microbes.co.kr
- 공하린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06-01-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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