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항 친수공원 인공수로에서 '국민 상어'로 불리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 온 흑상어 '부캉이'를 향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부캉이가 수로 외벽에 머리를 세게 부딪히는 모습이 목격됐다. 그뿐만 아니라 한 달 넘게 먹이 활동이 확인되지 않았고, 주둥이와 가슴지느러미에도 상처가 생겼다. 상어 전문가인 최윤 군산대 해양생물자원학과 명예교수는 "부캉이가 실제로 아무것도 먹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아 몸에 비축한 에너지가 상당히 빠진 상태일 것"이라며 수온이 더 떨어지면 짧게는 2주 정도 생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부캉이가 왜 북항까지 들어왔는지, 왜 수로를 떠나지 못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부캉이를 둘러싼 열기는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오랫동안 공포의 대상이던 상어가 사람들이 안부를 걱정하는 존재가 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부캉이가 나타난 뒤 친수공원을 찾은 사람은 160만 명을 넘었다.
이 마음이 실제로 상어를 지키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 해외 연구진이 의미 있는 답을 내놨다. 호주 시드니대 연구팀은 하와이에서 상어를 직접 만난 생태관광 참가자들을 2년간 추적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npj 오션 서스테이너빌리티에 발표했다. 상어를 가까이에서 만난 사람들은 2년 뒤 상어 보전 활동에 참여할 가능성이 일반인의 약 2배였다.
상어를 향한 시선은 바뀌고 있지만…
상어가 공포의 상징이 된 데에는 1975년 개봉한 영화 '죠스'의 영향이 컸다. 영화는 평화로운 해변 마을을 습격하는 백상아리를 사람을 가리지 않고 공격하는 바다의 살인마로 그렸다. 개봉 뒤 미국 동부 해안에서는 상어를 트로피처럼 잡는 사냥이 크게 늘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훗날 영국 B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영화 때문에 상어 개체 수가 줄어든 것을 지금도 후회한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이렇게 굳어진 공포는 상어 보전의 걸림돌이 됐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상어가 오랫동안 이런 '이미지 문제'를 겪으며, 판다나 고래 같은 동물이 받는 대중의 공감과 지지를 얻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사이 상어는 빠르게 줄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평가를 종합한 국제 연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상어·가오리 종의 37.5%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부캉이 역시 IUCN 적색목록에서 멸종위기(EN) 등급에 오른 흑상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연구팀은 언론과 새로운 미디어가 상어의 위험보다 생태와 보전 문제를 더 많이 다루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부캉이를 응원하는 시민들의 모습도 이 변화의 한 장면으로 읽힌다.
문제는 호감이 곧바로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환경 문제에서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로 확인됐다. 상어 생태관광의 효과를 다룬 기존 연구도 대부분 투어 직후 '앞으로 보전 활동에 참여하겠다'는 의향을 묻는 데 그쳤다. 실제 행동이 오래 이어지는지, 일반인과 비교해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한 연구는 드물었다.
상어를 만난 경험은 2년 뒤에도 남았다
연구팀은 하와이 오아후섬 북쪽 바다에서 운영되는 상어 생태관광 프로그램에 주목했다. 최대 6명의 참가자가 해양생물학자와 함께 바다에 들어가 스노클링이나 프리다이빙으로 상어를 가까이에서 만나는 프로그램이다. 해양생물학자는 투어 중 상어의 행동과 생태를 설명하고, 투어가 끝난 뒤에는 상어의 보전 현황과 참가자가 보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했다.
연구팀은 2016년 투어 참가자 499명과 와이키키 해변에서 만난 일반인 391명에게 상어 보전 활동 참여 여부를 물었다. 2년 뒤인 2018년 같은 질문을 다시 던졌고, 참가자 86명과 일반인 34명이 응답했다. 보전 활동에는 기부, 청원 서명, 자원봉사, SNS를 통한 정보 공유, 관련 법안 지지 등 8가지 행동이 포함됐다.
2년 사이 두 집단 모두 보전 활동 참여가 늘었다. 투어 참가자는 31%에서 83%로, 일반인은 10%에서 35%로 높아졌다. 연구팀은 나이와 성별, 소득, 학력, 출신 지역 등 두 집단의 차이와 응답 이탈까지 통계적으로 보정했다. 그 결과 투어 참가자가 2년 뒤 보전 활동에 참여할 확률은 약 84%로, 참가하지 않았을 경우(약 43%)의 2배 가까이 됐다.
늘어난 행동은 대부분 일상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SNS에 상어 보전 정보를 공유하고, 청원에 서명하고, 기부하고, 관련 법안을 지지하는 활동이 특히 크게 늘었다. 카르멘 돕셰비치 시드니대 박사는 "책임감 있게 운영되는 생태관광은 급격한 상어 개체 수 감소를 막고, 상어에 대한 오해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캉이가 깨운 관심을 보전으로 이으려면
연구팀은 참가자와 일반인을 가른 요인을 보전 활동을 가로막는 장벽에서 찾았다. 2년 뒤 보전 활동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로 일반인은 '좋은 일이지만 우선순위가 아니다'(56%)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53%)를 가장 많이 꼽았다. 투어 참가자에게서는 두 응답이 각각 34%와 28%로 훨씬 낮았다. 연구팀은 상어를 직접 만난 정서적 경험에 왜 보전이 필요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려 준 정보가 더해져 이런 장벽을 낮췄다고 해석했다. 미셸 반스 시드니대 부교수는 "보전은 결국 사람에게 달려 있다"며 "사람과 자연 사이에 의미 있는 연결을 만들 때 지속적인 변화의 조건이 생긴다"고 말했다.
다만 연구에는 한계가 있다. 상어 투어에 참여한 사람은 애초에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았을 가능성이 크다. 보전 활동은 응답자의 자기 보고에 의존했고, 2년 뒤 추적 조사에 응한 사람은 처음 응답자의 13.5% 정도에 그쳤다. 연구팀도 이 결과를 상어 생태관광의 효과를 '시사하는 근거'로 신중하게 표현했다.
연구팀이 함께 강조한 점도 있다. 야생동물과 사람이 직접 만나는 관광은 보전 효과만큼 동물 복지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상어 관광은 상어의 행동과 서식지 이용에 의도치 않은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부캉이의 상황은 이 경고를 그대로 드러낸다. 160만 명이 부캉이를 만났지만, 그 만남에는 하와이의 투어처럼 상어의 생태와 보전을 설명하고 시민이 할 수 있는 일을 안내하는 과정이 없었다.
오히려 일부 관람객이 밤마다 비춘 강한 조명은 부캉이를 놀라게 했고, 수로 벽에 부딪혀 상처를 입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부캉이가 바다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부캉이가 깨운 관심을 흑상어와 바다 생태계를 지키는 행동으로 잇는 일은 부캉이를 응원한 사람들과 이 관심을 정책으로 받아 안을 기관들에 남은 과제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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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6-10-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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