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 산호 화석으로 되짚어본 1,000년간의 태평양 바다 온도
지금 태평양에서는 큰 폭풍이 다가오고 있다. 그것도 아주 큰 폭풍일 가능성이 높다. 엘니뇨는 2~7년에 한 번씩, 대개 연말쯤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바다 현상이지만, 그 세기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최근 관측된 바닷물 온도 상승 폭은 역대급 엘니뇨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원래 자연스럽게 일어나던 일인지, 아니면 기후변화 때문에 유독 심해진 것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과학자들은 이 질문의 답을 뜻밖의 곳, 바로 산호에서 찾고 있다.
위성으로도 알 수 없는 옛날 바다 온도, 산호가 대신 알려준다
엘니뇨는 남미 서쪽 바다의 표면 온도가 평소보다 1.5도 이상 높아졌을 때 '강한 엘니뇨'로 분류된다. 올해 7월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태평양 가운데와 동쪽 바다에서 이미 평소보다 3도 넘게 온도가 오른 것을 확인했고, 독일 기상청은 이번 엘니뇨가 관측 이래 아주 강력한 사례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다만 독일 막스플랑크 기상연구소는 강한 엘니뇨가 기후변화 때문에 점점 더 세지고 있는지는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한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정확한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인공위성으로 바다 온도를 정밀하게 재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부터다. 그러니 공장이 많이 생기고 화석연료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산업화 이전, 즉 옛날 엘니뇨가 어땠는지는 이 자료만으로는 알 방법이 없다. 미국 미시간 대학교에서 옛날 기후를 연구하는 줄리아 콜 교수 연구팀은 이 빈틈을 산호로 채울 수 있다고 보고, 이 내용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콜 교수는 최근 40~50년 사이에 강한 엘니뇨가 자주 있었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요즘 나타나는 강한 엘니뇨가 원래 있던 자연스러운 흐름의 일부인지, 아니면 지구가 더워지면서 생긴 특별한 현상인지는 판단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번 산호 분석 결과는 후자, 즉 '평소와는 다른 이례적인 현상'이라는 쪽을 확실하게 가리키고 있다.
산호 뼈대에 새겨진 나무의 나이테 같은 온도 기록
콜 교수 연구팀은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제도 주변에서 화석이 된 산호와 지금도 살아있는 산호를 함께 조사했다. 산호는 1년에 1~2센티미터씩 자라면서 나무의 나이테와 비슷한 줄무늬 구조를 만든다. 콜 교수는 산호가 자라는 동안 뼈대(골격)의 성분 안에 그 당시 바다 온도가 자연스럽게 기록된다는 점을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산호는 바닷물 속 성분을 이용해 매년 새로운 석회질 뼈대를 한 겹씩 쌓아가며 자라는 생물이다. 이 과정에서 뼈대 안에는 스트론튬이라는 성분도 함께 쌓이는데, 그 양이 바다 온도에 따라 달라진다. 콜 교수에 따르면 바다가 차가울 때는 스트론튬이 더 많이, 따뜻할 때는 더 적게 쌓이기 때문에, 뼈대 속 스트론튬의 양을 확인하면 거꾸로 당시 바다 온도를 짐작할 수 있다.
산소 성분도 좋은 단서가 된다. 산소에는 무게가 조금 다른 두 종류가 있는데, 바다가 차가울수록 상대적으로 무거운 산소가 더 많이 뼈대에 쌓인다. 연구팀은 이런 방법으로 산호의 나이를 하나하나 거슬러 올라가며 지난 1,000년 동안 바다 온도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되짚어봤고, 그 결과 엘니뇨가 산업화 이전 시기에 비해 확실히 더 강해졌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영국 레스터 대학교에서 옛 생물과 기후를 연구하는 옌스 징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가 최신 기후 예측 모델과도 맞아떨어지며, 이 모델들은 2030년대에 태평양 동쪽에서 극심한 엘니뇨가 나타날 가능성이 수치상으로도 더 높아질 것으로 예측한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과학자가 이 연구 결과를 똑같은 무게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독일 카를스루에 기상기후연구소의 안드레아스 핑크 교수는 산호 기록이 한 달 단위, 계절 단위로 촘촘하게 남아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그 정확도가 그 지역만의 특수한 환경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요즘 기계로 재는 관측 자료와 곧바로 비교하기에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핑크 교수는 이번 연구가 태평양 동쪽이라는 좁은 지역만을 다루고 있다는 점도 결과를 일반화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콜 교수 본인도 이런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 그는 이번 자료가 빈틈을 채워주긴 하지만 기록이 매년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지난 1,000년 가운데 절반이 채 안 되는 해만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더 강해진 엘니뇨가 몰고 올 홍수, 가뭄, 그리고 산호의 죽음
엘니뇨는 태평양에서 시작되지만 그 영향은 전 세계 날씨를 바꿔놓는다. 에콰도르나 페루 같은 나라에서는 폭우와 홍수가, 호주와 인도네시아에서는 비가 적게 내려 가뭄과 산불이 늘어날 수 있다. 엘니뇨가 오면 한동안 지구 전체 평균 기온도 함께 올라간다.
만약 예상대로 이번 엘니뇨가 초강력 엘니뇨로 발전한다면, 독일 브레멘 대학교 해양환경과학센터(MARUM)에서 산호를 이용한 옛 기후 연구팀을 이끄는 토마스 펠리스에 따르면 다가오는 2027년은 또 한 번 역대급으로 더운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펠리스는 이렇게 기록적인 더위가 이어지면 전 세계 산호가 다시 한번 하얗게 변하는 '백화 현상'을 겪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는데, 실제로 2023~24년과 2015~16년 엘니뇨 때 이미 이런 일이 일어난 적이 있다.
산호가 예쁜 색을 띠는 이유는 함께 사는 작은 조류(藻類) 덕분이다. 이 조류는 햇빛을 이용해 광합성을 하면서 산호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준다. 그런데 바닷물이 너무 뜨거워지면 이 조류가 오히려 독소를 내뿜기 시작하고, 산호는 결국 이 조류를 몸 밖으로 내보낸다. 색깔을 잃고 하얀 뼈대만 남는 이 상태로도 몇 주는 버틸 수 있고, 온도가 다시 내려가면 조류가 돌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펠리스에 따르면 비정상적으로 높은 여름철 온도가 너무 오래 계속되면 산호는 결국 병들어 죽고 만다. 전 세계 산호가 한꺼번에 죽는다는 것은 독특한 바다 생태계 하나가 사라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바다의 오랜 기억을 담고 있던 기록보관소 하나가 통째로 사라지는 것과 같다.
관련 연구 바로 보러 가기
* 고기후: 고기후학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산호 골격, 나이테, 빙하 코어처럼 과거 기후를 간접적으로 보여 주는 지질·생물 기록을 뜻함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6-10-12 ⓒ ScienceTimes
관련기사

뉴스레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