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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김현정 리포터
2026-08-06

한국의 갯벌, 세계가 인정한 ‘생명의 밭’ 제48차 부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서산·여수·고흥·무안 갯벌 2단계 확대 등재를 최종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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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과 전남 여수·고흥·무안의 갯벌 네 곳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목록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19일부터 부산 벡스코에서 이어진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25일 낮 본회의를 속행해 이 네 곳을 더한 '한국의 갯벌 2단계' 확대 등재를 최종 확정했다. 세계유산위원회가 한국에서 처음 열린 자리에서, 한국이 보유한 17건의 세계유산 가운데 2단계 확대 등재를 거친 첫 사례가 나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번 결정으로 2021년 '한국의 갯벌 1단계'로 먼저 등재된 서천·고창·신안·보성-순천 갯벌에 서산·여수·고흥·무안 갯벌이 더해져, '한국의 갯벌'은 보성-순천-여수-고흥갯벌, 신안-무안 탄도만 갯벌, 무안 함해만 갯벌, 고창갯벌, 서천갯벌, 서산갯벌 등 6개 구성요소로 재편됐다. 전체 유산 면적은 기존 1,284㎢에서 1,563㎢로, 이를 둘러싼 완충구역도 805㎢에서 1,053㎢로 늘었다. 새로 확대된 구역만 따로 보면 유산구역 약 2만 7,975ha, 완충구역 약 2만 4,795ha가 이번에 더해졌다.

이번 확대는 5년 전 이미 예고된 절차였다. 2021년 1단계 등재 당시 세계유산위원회는 유산의 가치를 더 온전히 보여주려면 지속적인 구역 확대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이후 국가유산청과 해양수산부, 외교부, 지방자치단체는 보호구역 지정과 관리 체계 정비, 지역사회 협의를 이어왔고, 유네스코 자연유산 자문 기구인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지난달 사전 실사를 거쳐 등재 권고 판정을 내렸다. IUCN은 당시 '한국의 갯벌 2단계'가 생물다양성과 멸종위기종 보전이라는 세계유산 등재 기준을 충족한다고 평가하며, 기존 유산의 '중대한 경계 변경'을 승인하라고 권고했다. 황종우 해양수산부 장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권고사항을 충실히 이행한 성과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뜻깊다"고 밝혔다.

생명의 보고, 서천·고창·보성-순천 갯벌을 더한 '한국의 갯벌(Getbol, Korean Tidal Flats)‘이 세계가 인정한 유산으로 그 가치를 증명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생명의 보고, 서천·고창·보성-순천 갯벌을 더한 '한국의 갯벌(Getbol, Korean Tidal Flats)‘이 세계가 인정한 유산으로 그 가치를 증명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세계유산이 된 ‘갯벌’의 가치

갯벌은 밀물과 썰물이 드나들며 드러났다 잠겼다 하는 연안의 퇴적지형이다. 조간대라 불리는 이 공간에서는 육지와 바다의 물질과 에너지가 끊임없이 오간다. 퇴적물 속 미생물과 저서생물은 육지에서 흘러든 유기물과 오염물질을 분해해 수질을 정화하고, 게와 조개, 갯지렁이는 어류와 물새의 먹이가 되어 연안 먹이그물의 밑단을 이룬다. 최근에는 갯벌 퇴적물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오래 붙잡아두는 '블루카본' 생태계로서의 가치도 주목받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이 갯벌을 지구상에서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서식지 유형 가운데 하나로 분류하는 이유다.

새로 이름을 올린 네 곳도 저마다 다른 근거로 이 가치를 뒷받침했다. 서산갯벌은 국내 육지와 이어진 곳으로는 유일하게 점박이물범이 서식하는 지역이며, 신청 지역 중 고유종 다양성이 가장 높은 곳이기도 하다. 무안갯벌에는 흰발농게가 우점종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1,318종의 생물이 확인됐다. 여수와 고흥갯벌에는 갯게, 흰발농게, 저어새, 흑두루미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과 국제적 멸종위기 조류가 함께 서식한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이번 확대 등재가 한국 갯벌에 깃든 조류종의 수와 해양생물 다양성을 한층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확대된 유산지대 안에서 확인된 생물종은 대형저서동물 1,349종과 물새 114종을 포함해 2,400여 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전 세계에 수백 마리만 남은 넓적부리도요를 비롯해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새만 24종이다. 세계유산위원회가 한국 갯벌에 부여한 등재 기준은 생물다양성과 멸종위기종 보전의 중요성을 다루는 10번 기준 하나였다. 멸종위기종을 비롯한 생물다양성을 현장에서 보존하는 데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자연 서식지에 해당한다는 뜻으로, 2021년 1단계 등재 때도 같은 기준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이번 결정을 두고 "갯벌의 생물다양성 보전 가치와 유산의 완전성을 한층 강화한 매우 뜻깊은 성과"라고 말했다.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본회의에서 '한국의 갯벌'(Getbol, Korean Tidal Flats) 2단계 등재가 확정되었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본회의에서 '한국의 갯벌'(Getbol, Korean Tidal Flats) 2단계 등재가 확정되었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세계 최대 바덴해와 다른 지점

세계유산 갯벌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곳은 네덜란드와 독일, 덴마크에 걸친 바덴해(Wadden Sea)다. 2009년 세계유산에 오른 바덴해는 단절 없이 이어진 갯벌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면적이 약 1만 1,400㎢에 이른다. 지질학적 형성 과정의 규모와 다양성, 생태학적 가치, 생물다양성까지 세 가지 등재 기준을 모두 충족했고, 해마다 최대 1,200만 마리의 철새가 이곳을 거쳐 간다.

한국의 갯벌은 이번 확대를 거쳐도 유산지대 전체가 바덴해의 10분의 1을 조금 웃도는 규모다. 대신 펄과 모래, 암반이 뒤섞인 다채로운 퇴적 환경을 좁은 면적 안에 압축해 담고 있어 공간 대비 종 밀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두 유산이 속한 철새 이동 경로도 다르다. 바덴해가 유럽과 아프리카를 잇는 동대서양 이동 경로의 거점이라면, 한국의 갯벌은 호주·뉴질랜드에서 시베리아·알래스카까지 이어지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의 핵심 구간이다. 이 경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멸종위기 물새가 몰려 있으면서도 개발 압력으로 서식지 소실 속도가 가장 빠른 경로로 꼽힌다. 한국의 갯벌은 이 길고 위태로운 여정에서 대체할 수 없는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한다.

바덴해에 있는 39개 조간대의 분포. ©waddensea-worldheritage.org
바덴해에 있는 39개 조간대의 분포. ©waddensea-worldheritage.org


세계자연유산 보존을 위한 숙제

2021년 1단계 등재 당시 세계유산위원회는 확대뿐 아니라 통합 관리 체계 구축과, 보전 가치를 해칠 수 있는 개발을 방지할 것도 함께 권고했다. 이에 정부는 2023년부터 갯벌세계유산보전원 설립을 추진하며 관리 기반을 다져왔다. 등재 확정 당일 부산에서 열린 국제 세미나에서도 '등재에서 관리로'가 앞으로의 방향으로 제시됐다. 과학 기반 모니터링 확대, 습지 복원기술과 블루카본·생물다양성 연구 강화, 황해를 사이에 둔 인접국과의 공동관리체계 구축이 핵심 과제로 꼽혔다.

국제협력은 이미 진행 중이다. 한국은 2009년 독일·네덜란드·덴마크의 바덴해사무국과 업무협약을 맺어 2023년 한 차례 갱신했고, 이를 통해 선진 관리 기법을 공유해왔다. 비슷한 시기 세계유산에 등재된 중국 보하이만 갯벌과도 협력을 계획하고 있다. 갯벌은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에 특히 취약한 지형이기도 하다. 해양수산부는 새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한반도 주변 해역의 해수면이 2100년까지 최대 82㎝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등재로 관심이 집중된 지금이야말로 장기적인 관측과 연구 기반을 다질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2021년 1단계 등재 때부터 IUCN이 함께 검토를 권고했던 인천 강화·송도·영종도, 경기 화성, 전북 군산 일대 갯벌은 이번에도 등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IUCN은 세계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는 추가 갯벌 지역을 계속 검토할 것을 권고해, 3단계 확대 등재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현정 리포터
vegastar0707@gmail.com
저작권자 2026-08-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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