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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김현정 리포터
2026-07-02

지구 기후 방어선의 붕괴… '모기 청정국' 아이슬란드마저 뚫렸다 북극권 온난화 속도 지구 평균의 4배…곤충 분포 변화가 생태계 연쇄 붕괴 신호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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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요새가 무너졌다." 

지구상에서 남극과 함께 모기가 없는 땅으로 불리던 아이슬란드에서, 처음으로 야생 모기가 공식 확인됐다. 2025년 10월 16~18일, 곤충 애호가 비외른 얄타손(Björn Hjaltason)은 키요스 지역 키다펠 농장의 정원에서 나방을 유인하려 쳐둔 레드 와인 끈에서 낯선 곤충을 포획했다. 표본을 아이슬란드 자연과학연구소(Náttúrufræðistofnun Íslands, 이하 IINH)에 보낸 결과, 암컷 2마리·수컷 1마리, 총 3마리를 냉대 기후 적응형 모기 '쿨리세타 안눌라타(Culiseta annulata)'로 공식 확인했다. 

IINH의 곤충학자 마티아스 알프레드손(Matthías Alfreðsson)은 아이슬란드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지구에서 모기를 피할 수 있는 땅이 또 하나 사라졌다.”고 말했다. 

아이슬란드 키요스 지역에서 처음으로 포획된 쿨리세타 안눌라타(Culiseta annulata). 왼쪽이 암컷, 오른쪽이 수컷이다. ⓒMatthías S. Alfreðsson / Náttúrufræðistofnun Íslands
아이슬란드 키요스 지역에서 처음으로 포획된 쿨리세타 안눌라타(Culiseta annulata). 왼쪽이 암컷, 오른쪽이 수컷이다. ⓒMatthías S. Alfreðsson / Náttúrufræðistofnun Íslands


왜 아이슬란드엔 모기가 없었나

아이슬란드에 모기가 없었던 건 단순히 추워서가 아니다. 핵심은 기후의 '불안정성'이었다. 모기는 알을 낳고 유충이 물속에서 자라야 번식이 가능한데, 아이슬란드는 한 해에도 물이 여러 차례 얼었다가 녹기를 반복해 유충이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었다. 연못과 습지가 아무리 많아도 번식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환경 조건이 흔들리고 있다. 북극권은 지구 평균보다 4배 빠른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 중이며, 아이슬란드도 예외가 아니다. 2025년 5월에는 아이슬란드 역사상 최고 기온인 26.6도가 기록됐고, 일부 지역은 봄철 평균 기온보다 10도 이상 높은 이상 고온이 나타났다. 겨울이 완만해지면서 결빙-해빙의 반복 횟수가 줄고, 축사나 지하실 같은 피신처만 있으면 모기가 월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IINH는 공식 발표문에서 이번 모기가 화물 운송을 통해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아이슬란드에 영구 정착할 수 있는지는 지속 모니터링을 통해 확인될 예정이다. 연구소는 "모기의 최초 발견은 최근 몇 년 사이 온난화와 국제 운송 증가로 아이슬란드에서 새롭게 발견되는 곤충 종이 늘어나는 추세와 맥을 같이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쿨리세타 안눌라타는 유럽 전역과 북유럽, 북아프리카에서 아시아 북부까지 분포하는 종으로, 성체 상태로 피신처에서 월동하는 방식으로 추운 기후에 적응해 있다. IINH는 "이 종은 사람을 물지만, 이 지역에서 알려진 감염병을 옮기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모기는 알·유충·번데기·성충 4단계를 거치는데, 알에서 번데기까지 물속에서 자라야 하는 특성상 잦은 결빙-해빙이 반복되는 아이슬란드에서는 번식 자체가 불가능했다. Ⓒmotorhomeiceland.com
모기는 알·유충·번데기·성충 4단계를 거치는데, 알에서 번데기까지 물속에서 자라야 하는 특성상 잦은 결빙-해빙이 반복되는 아이슬란드에서는 번식 자체가 불가능했다. Ⓒmotorhomeiceland.com


모기 한 마리가 던지는 경고

문제는 이번 발견이 단순한 호기심 거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는 2026년 4월, 텍사스대학교 오스틴캠퍼스의 아만다 콜츠(Amanda M. Koltz)와 다트머스대학교의 로렌 컬러(Lauren Culler) 연구진의 논평을 게재했다. 

두 연구자는 "아이슬란드에서의 모기 발견은 북극이 온난화되고 인간 활동이 확장되면서 이미 진행 중인 생태계 전환을 반영한다"며, "이것은 북극이 곤충·거미류 등의 절지동물을 체계적으로 감시하고 생물학적 위험을 미리 감지할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는 경고"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모기 확산이 북극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인접 지역에서 이미 관측되고 있다. 북극에서 번식하는 도요새는 기후변화로 부화 시기와 곤충 먹이 공급 시기가 어긋나는 현상을 겪고 있다. 순록은 모기떼를 피하는 데 에너지를 쏟느라 풀을 뜯는 시간이 줄어 건강과 번식률에 직접 타격을 받는다. 나아가 초식 곤충의 유입은 북극 식생의 대규모 고사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영구동토층 해빙을 가속해 온실가스가 방출되는 악순환을 촉발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경고한다. 나비효과의 시작인 셈이다.

컬러 교수는 "북극에서 일어나는 일은 북극에만 머물지 않는다"며, "북극 생태계의 변화 일부는 기후 시스템에 되먹임 효과를 일으켜 저위도 지역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알래스카 북극권에서 관목 확산은 툰드라 녹화를 이끄는 반면, 영구동토층 해빙과 산불은 식생을 급격히 훼손하는 상반된 변화를 동시에 보여준다. Ⓒarctic.noaa.gov
알래스카 북극권에서 관목 확산은 툰드라 녹화를 이끄는 반면, 영구동토층 해빙과 산불은 식생을 급격히 훼손하는 상반된 변화를 동시에 보여준다. Ⓒarctic.noaa.gov


감시망의 공백, 지금 채워야

과학자들이 더 우려하는 것은 이 변화를 제때 감지할 시스템이 없다는 점이다. 북극은 지구 평균보다 4배 빠르게 온난화되고 있고, 눈이 더 일찍 녹으며 여름이 길어지고 산불이 잦아지고 있다. 그러나 절지동물은 체계적으로 모니터링되지 않아, 북극 육상 생태계가 어떻게 변하는지 파악하는 데 결정적 공백이 생기고 있다.

콜츠와 컬러는 논평에서 북극권 국가들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범북극 절지동물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을 촉구했다. 나아가 이 시스템은 수 세기 동안 북극에서 살아온 원주민 공동체의 환경 관찰 지식을 이 시스템에 통합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두 연구자는 "다음 놀라움이 오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감지하고 해석하고 창이 닫히기 전에 행동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아이슬란드에서 발견된 모기 3마리, 북극권 생태계가 보내는 조용한 비상신호라는 의미다. 

김현정 리포터
vegastar0707@gmail.com
저작권자 2026-07-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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