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EU 식품 포장에서 비스페놀A가 사라진다
2026년 7월 20일부터 EU 전역에서 비스페놀A(BPA)가 들어간 식품 포장재를 팔 수 없게 된다. 즉, 통조림 안쪽 코팅, 플라스틱 용기, 포장 필름, 잉크, 접착제까지 식품과 직접 닿는 거의 모든 재질이 대상이다. 이미 유아용 젖병과 영수증용 감열지에서 금지됐던 BPA가 이제 식품 포장 전반으로 금지 범위를 넓힌 것이다.
이 규정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BPA 규제로 평가된다. 독일 환경단체 BUND에 따르면 독일에서만 연간 평균 41만 톤의 BPA 함유 제품이 유통되고 있는데, 그만큼 큰 산업을 손보는 작업이 지금 진행 중인 셈이다.
BPA는 무엇이고, 왜 위험한가
BPA는 단단하고 투명한 플라스틱인 폴리카보네이트와 에폭시 수지를 만드는 산업용 화학물질이다. 에폭시 수지는 통조림 캔 내부 코팅에 흔히 쓰이는데, 금속이 부식되거나 식품에 녹아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필름, 인쇄 잉크, 접착제에도 들어간다.
문제는 이 물질이 포장재에서 식품과 음료로 미량씩 옮겨갈 수 있다는 점이다.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BPA가 모든 연령대에서 건강 위험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면역 체계의 작동 방식을 바꿔 천식이나 자가면역질환을 유발할 수 있고, 심혈관 질환과 당뇨, 비만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증거도 나오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호르몬 체계에 대한 영향이다. BPA는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과 분자 구조가 비슷해서 인체 내에서 에스트로겐처럼 작용할 수 있다. 그 결과 남녀의 생식 기능이 떨어지거나 사춘기 시작 시점과 진행 과정이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있고, 특정 암과의 연관성도 보고됐다.
합성 에스트로겐이었던 역사
BPA의 호르몬 유사 작용은 수십 년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심지어 1930년대에는 합성 에스트로겐 대체물로 시험된 적도 있다. 당시 연구자들은 결국 BPA 대신 분자 구조가 유사한 다른 화합물 DES(디에틸스틸베스트롤)를 선택한 바 있다.
DES는 1970년대까지 임신 합병증 치료에 쓰였다. 하지만, 이 약을 복용한 산모는 유방암과 출산 관련 합병증 위험이 높아졌고, 그 딸들은 질암과 자궁경부암 위험이 커진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DES 처방은 1971년 금지되었으며,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며 산업 전반으로 퍼져나간 것이 BPA였다.
거의 모든 사람의 몸에서 검출된다
BPA 노출이 얼마나 광범위한지 보여주는 연구들이 있다. 유럽환경청(EEA)이 11개 유럽 국가 성인을 조사한 결과 참가자의 92% 소변에서 BPA가 검출되었다. 미국에서도 2003~2004년 국가 건강 조사에서 2,500명 이상의 검사 대상자 중 93%에게서 BPA가 발견되었다.
반면, 미국에는 식품 포장재 전반에 대한 연방 차원의 BPA 금지가 없다. 다만 2012년 유아용 젖병과 빨대 컵, 2013년 유아용 분유 포장에서 BPA를 금지했다. 일부 주는 영수증용 감열지의 BPA 사용을 제한하고, 캘리포니아주는 BPA 함량이 높은 제품에 경고 라벨을 의무화하고 있다.
EU는 이번 규정에서 일일섭취허용량(TDI)을 체중 1킬로그램당 4마이크로그램에서 0.2나노그램으로 낮췄다. 약 2만 배 강화된 기준으로, 평생 노출돼도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수준이다.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규정이 시행되어도 BPA가 즉시 모든 곳에서 사라지지는 않는다. 식품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규정 시행 전 생산된 BPA 함유 포장재에 담긴 식품은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 판매가 허용된다.
산성 식품, 즉 통조림 과일·채소·생선 제품처럼 아직 적합한 대체재가 없는 품목에는 2028년 1월까지 유예 기간이 주어진다. 산성 환경에서 금속 부식을 막는 코팅 기술이 BPA 없이는 아직 충분히 대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사용 가능한 용기는 2027년 7월까지, 식품 가공 산업용 전문 장비의 반복사용 용기는 2029년 1월까지 추가로 유예된다.
식수에서도 BPA가 검출될 수 있다. 수도관을 보수할 때 내부를 에폭시 수지로 코팅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코팅이 시간이 지나며 부서지면서 BPA가 식수로 흘러들 수 있다. 따뜻한 수돗물은 피하는 게 좋고, 찬물을 마실 때는 위험이 훨씬 낮다. 뜨거운 물로 샤워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BPA뿐 아니라 BPF, BPS 같은 유사 비스페놀 화합물도 치과 충전재나 합성섬유 속옷 같은 다양한 일상 제품에서 발견되고, 공기와 먼지, 물에서도 검출된다. 다만 식품·음료 용기를 통한 노출이 가장 두드러진 경로로 꼽히며, 임신부는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할 수 있다.
소비자가 할 수 있는 것들
EU에는 BPA 코팅 사용 여부를 제품에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하는 규정이 없다. 'BPA-free'라고 표기된 제품이라도 다른 비스페놀이 대신 쓰였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다만, 통조림 식품보다 신선한 재료로 직접 요리하기, 유리병 식품 선택하기, 플라스틱 대신 나무·유리·스테인리스 조리 도구 쓰기, 전자레인지용 플라스틱 그릇 피하기 등의 몇 가지 습관으로 BPA에 대한 노출을 줄일 수 있다. 플라스틱 식기를 살 때는 비스페놀 무함유(bisphenol-free) 표시를 확인하는 것이 좋고, 캠핑 중 통조림을 직접 가열해 먹는 것도 피하는 게 낫다.
식이섬유가 PFAS 같은 독성 물질을 체내에서 결합해 배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은 알려져 있다. 다만 식이섬유가 비스페놀류에도 같은 효과를 내는지는 아직 연구되지 않았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6-07-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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