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가 따뜻해지면서 우리 주변의 생태계도 서서히 바뀌고 있다. 한때 동해를 대표하던 명태와 오징어는 수온 상승과 해류 변화 속에서 어획량이 크게 줄었고, 방어처럼 따뜻한 바다를 선호하는 어종은 동해에서 점차 늘어나고 있다. 참치류가 동해안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도 더 이상 낯선 장면만은 아니다. 따뜻해진 지구에서 생물들이 자신에게 더 적합한 환경을 찾아 서식지를 옮기는 현상은 이미 여러 지역에서 관찰되고 있다. 식물도 예외는 아니다. 동물처럼 걸어 다닐 수는 없지만, 씨앗과 포자가 바람과 물, 동물에 실려 조금씩 퍼져 나가고 세대를 거치며 서식 범위가 변한다. 따뜻한 기후에서 자라는 맹그로브 숲이 미국 플로리다와 멕시코만 일대에서 점차 북쪽으로 확장되는 것도 이러한 변화의 한 사례이다.
식물 이동 속도보다 빠른 서식지 상실
그렇다면 기후온난화와 같은 심각한 종 멸종 위협 속에서, 식물은 서식지를 옮기는 것만으로 미래의 기후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을까? 미국 UC 데이비스의 동 교수 연구팀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대규모 예측 모형을 구축하여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6,600여 종의 식물에서 관찰된 약 14,500건의 실제 이동 속도 자료와 680만 건의 식물 출현 기록, 기후·토양·토지이용 자료 등을 종합해 각 식물이 2081~2100년경 어느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를 예측했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을 네 가지 시나리오로 나누어 분석함으로써, 기후변화의 속도에 따라 식물이 실제로 얼마나 이동할 수 있는지까지 고려한, 보다 현실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예측 결과는 그리 희망적이지 않았다. 모든 식물종이 각자 가능한 범위 안에서 최대한 빠르게 이동한다고 가정하더라도, 2100년 무렵에는 전체 식물종의 7~16%가 기존 서식지의 90% 이상을 잃어 멸종 위험이 높은 상태에 놓일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러한 손실의 70~80%는 식물의 이동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 아니라, 기후변화로 적합한 서식지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이었다. 즉, 기후가 너무 빠르게 변하면 씨앗이 아무리 멀리 퍼져 나가더라도 도착해서 살아갈 수 있는 장소가 남아 있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지중해성 기후의 온대림, 호주 남서부와 동부 일부 지역 등에서 멸종 위험이 특히 높게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이들 지역에서는 산악 지형이나 인간 활동의 영향으로 식물이 새롭게 이동해 자리 잡을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지켜야 할 식물은 따로 있다
그렇다면 기후변화로 멸종 위기에 놓인 식물들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모든 식물을 빠짐없이 보호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따라서 어떤 식물을 먼저 보호해야 하는지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이 중요하다. 동 교수 연구팀의 논문과 같은 호의 사이언스 저널에는 이 질문에 초점을 맞춘 또 다른 연구가 함께 보고되었다. 영국 큐왕립식물원의 브라운 박사 연구팀은 속씨식물, 즉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씨앗이 열매 속에서 보호받는 식물들의 거대한 가계도를 그려, 어떤 종이 사라질 때 생명의 역사에서 더 큰 손실이 발생하는지를 평가했다. 속씨식물은 사과, 벼, 콩, 목화처럼 우리가 먹고 입고 쓰는 많은 것을 책임지는 식물군으로 인간의 삶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특정 식물의 멸종은 단순히 아름다운 꽃 몇 송이를 잃는 데 그치지 않고, 식량과 생태계, 나아가 인간 생활의 기반까지 흔들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손실의 크기는 단순히 사라지는 종의 숫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어떤 종은 비슷한 친척이 많아 하나가 사라져도 그 계통의 특징이 다른 종들에 어느 정도 남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종은 오랜 진화의 역사를 거의 홀로 간직한 외딴 가지와 같다. 이런 종이 사라진다는 것은 단순히 생물 하나를 잃는 것이 아니라, 아주 오래된 진화의 기록 한 축을 통째로 잃는 것과 같다.
브라운 박사 연구팀은 33만 5천 종에 이르는 속씨식물의 진화적 족보를 만들고, 이 중에서도 멸종 위험이 크면서 보존 가치가 높은 9,945개 종을 추려냈다. 여기에는 온두라스의 한 산악 지대에만 드물게 자라는 온두라스 우르세올라툼 나무(Hondurodendron urceolatum), 동아프리카 세이셸에 있는 독특한 식물인 해파리나무(Medusagyne oppositifolia), 칠레 중부 해안에서 자라는 케울레나무(Gomortega keule), 그리고 오래된 계통을 대표하는 일부 목련류 식물 등이 포함되었다. 이들이 사라지면 약 500억 년의 진화 역사가 함께 사라진다. 이는 속씨식물이 쌓아온 전체 진화 역사 가운데 21.2%에 해당할 정도로 큰 위협이다. 반대로 말하면, 이 종들을 먼저 보호하는 일은 제한된 보전 자원을 더 효과적으로 쓰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모든 멸종위기 식물을 똑같이 보호하는 대신, 오랜 진화사를 혼자 대표하면서 동시에 멸종 위험이 큰 식물을 먼저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 위기 시대의 식물 보전법
두 연구는 서로 다른 접근을 통해 식물 보전이 얼마나 시급한 과제인지를 보여준다. 동 교수 연구팀은 식물이 서식지를 옮기는 능력만으로는 빠르게 진행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어렵고, 적합한 서식지 자체가 사라지는 흐름을 막지 못하면 멸종 위험을 피하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브라운 박사 연구팀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떤 식물을 먼저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다. 모든 멸종 위기 식물을 똑같이 바라보기보다는, 생명의 긴 역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종을 먼저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식량과 숲, 그리고 생태계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과학은 서둘러 해법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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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 risk of extinction across the flowering plant tree of life, Forest et al., 2026, Science
- 정회빈 리포터
- acochi@hanmail.net
- 저작권자 2026-05-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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