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플라스틱’ 하면 흔히 바닷물에 떠다니는 크고 작은 플라스틱 파편이나 물고기 뱃속에 가득한 플라스틱 덩어리를 떠올리기 쉽다. 2024년 코넬대학교 연구진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가 한 달간 음식을 통하여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 양은 약 2.4g이며, 일부 국가에서는 약 70% 가량이 해산물 소비에서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미세플라스틱은 음식이나 바다 생태계의 문제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미세플라스틱은 우리 주변을 감싸고 있는 공기 속에도 숨어 있다.
대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
미세플라스틱은 일반적으로 길이가 5mm 이하인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말한다. 미세플라스틱은 만들어질 때부터 작게 제조된 1차 미세플라스틱과 큰 플라스틱 제품이 부서지거나 마모되어 만들어지는 2차 미세플라스틱으로 구분된다. 1차 미세플라스틱에는 화장품이나 세안제 속 스크럽제 성분으로 쓰이는 마이크로비즈나 플라스틱 입자들이 해당하며, 2차 미세플라스틱은 페트병, 비닐봉지, 타이어 등이 버려진 후 햇빛, 파도 등에 의하여 물리적, 화학적 작용에 의해 부서지면서 생성된다. 크기 기준으로는 1~5mm 크기의 큰 미세플라스틱과 0~1mm 크기의 작은 미세플라스틱으로 구분하며, 1μm보다 작은 플라스틱은 나노플라스틱이라는 별도의 범주로 분류한다. 머리카락 굵기가 약 70µm임을 고려하면, 나노플라스틱은 현미경으로도 분별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매우 작은 크기이다.
미세플라스틱 연구는 주로 해양 생태계를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바다가 플라스틱 쓰레기의 최종 집하장 역할을 하며 눈에 보이는 해양 오염 피해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2010년대 중반부터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연구가 알려지며, 실내에서의 미세플라스틱 측정이 활발해졌다.
미세플라스틱 측정은 주로 눈에 보이는 파편을 채집한 뒤 대량 분석하거나 현미경을 사용한 단일입자 분석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대량 분석은 시료 전체를 녹여 질량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수 피코그램(1조분의 1그램) 정도의 아주 작은 양도 감지할 수 있지만, 입자 개수나 크기 분포를 알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단일입자 분석은 현미경으로 하나씩 관찰하며 수를 세고 형태를 분석하는 방식인데, 1µm보다 작은 나노플라스틱은 포착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분석하는 과정에서 연구자마다 기준이 달라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는데, 이러한 측정상의 격차는 대기 중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과학원 지구환경연구소 연구진은 새로운 반자동 미세분석 기법을 개발하였다. 연구팀은 컴퓨터가 자동으로 제어하는 주사전자현미경(scanning electron microscope, SEM)과 에너지 분산형 X선 분석장치(energy-dispersive x-ray spectroscopy, EDX)를 이용하여 대기 샘플 속의 작은 입자들을 하나하나 분석하였다. 이 장치는 샘플 표면을 자동 스캔하면서 탄소 성분이 많은 미세입자를 찾아내고, X선을 쏘아 어떤 원소로 이루어졌는지 확인하였다. 연구자가 육안으로 관찰하는 대신 알고리즘이 수천 개의 입자를 빠르게 분류해 주기 때문에 사람의 편견을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이 시스템은 최소 200nm 크기의 플라스틱도 잡아낼 수 있어, 이전에는 놓쳤던 나노플라스틱을 일부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
기존 연구 보다 수십~백만 배 높은 수치
연구팀은 이 기법을 사용하여 중국 남부의 광저우와 북서부의 시안에서 5일간에 걸쳐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을 측정하였다. 측정 결과, 공기 중 1m3 당 광저우에서는 1.8×105개의 미세플라스틱과 5×104개의 나노플라스틱이, 시안에서는 1.4×105개의 미세플라스틱과 3×104개의 나노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 빗물 속 플라스틱 농도는 더욱 높아 광저우에서는 리터당 6×106개의 미세플라스틱과 5.7×105개의 나노플라스틱이 검출되었고, 시안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플라스틱이 확인되었다. 바람에 실려 온 양보다 비에 섞여 떨어지는 플라스틱이 훨씬 많아, 비가 대기 중 플라스틱을 씻어내리는 주요 경로임을 보여주었다.
놀라운 점은 이 수치들이 기존 연구들이 보고했던 값보다 수백 배에서 최대 백만 배까지 높다는 점이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관측된 플라스틱의 형태를 통하여 유추할 수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형태에 따라 섬유형, 파편형, 구형, 필름형 등으로 구분되는데, 이전에는 주로 눈에 띄는 섬유 모양의 플라스틱만 쉽게 찾을 수 있어서 불규칙한 조각이나 먼지와 엉겨 붙은 플라스틱은 대부분 놓쳤던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전체 미세플라스틱에서 섬유 형태는 5% 미만에 불과하며 둥근 형태의 조각들이 훨씬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플라스틱이 공기 중의 다른 입자와 엉겨 붙어 있다는 점도 새롭게 밝혀진 사실이다. 연구팀은 검출된 플라스틱 입자 중 상당수가 미네랄 먼지나 그을음과 함께 엉켜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특히 비나 눈에 포함된 침전물에서는 플라스틱, 먼지, 그을음이 여러 겹으로 뭉쳐진 복합체가 많았다. 이는 플라스틱이 공기 중에서 다른 입자와 부딪히며 덩어리를 이루고 빗방울에 의해 한꺼번에 떨어져 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비닐 조각이 미세먼지와 섞여 구름을 만들고 비로 내려오는 셈이다.
먼지와 그을음에 붙어다니는 플라스틱
과학은 종종 측정 기술의 발전과 함께 도약한다. 이번 연구는 새로운 측정 도구를 통하여 그동안 과소평가되었던 대기 중 플라스틱의 실체를 드러냈다. 우리가 숨 쉬는 공기가 더 이상 깨끗한 빈 공간이 아니라, 미세한 인공 물질로 채워진 복합적인 환경임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새로운 관측 결과를 기반으로 미세플라스틱이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에 대한 평가도 더 정교해져야 할 것이다.
관련 연구 바로 보러 가기
Abundance of microplastics and nanoplastics in urban atmosphere, Hu et al., 2026, Sci Adv
- 정회빈 리포터
- acochi@hanmail.net
- 저작권자 2026-02-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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