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보기관, 생태계 붕괴가 식량·이주·지정학적 위기 촉발 경고
전통적으로 국가안보는 군사력, 경제력, 외교력으로 정의되어 왔다. 하지만 21세기 안보 위협은 근본적으로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영국 정보당국이 최근 전 세계 생물다양성 감소를 국가안보 위협으로 규정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자연 손실이 안보 의제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영국 환경식량농촌부(Defra)가 발표한 14쪽 분량의 이 보고서는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합동정보위원회(Joint Intelligence Committee)가 범부처 협력으로 작성했다. 환경 문제를 정보기관이 직접 평가하고 경고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보고서는 생태계 붕괴가 식량안보, 대규모 이주, 지정학적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생태계 붕괴가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국가안보 위협으로 인식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생태계는 식량, 물, 기후 조절, 질병 통제 등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2019년 유엔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는 약 100만 종의 동식물이 멸종 위기에 처했으며, 1970년 이후 자연의 변화 속도가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보고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이제 국가의 존립 기반을 흔들 수 있는 위협으로 평가된다.
붕괴 위험에 처한 6대 핵심 생태계
보고서는 과학적 연구와 전문가 판단을 바탕으로 자연 손실이 영국 안보에 미칠 "합리적"이자 "최악의 시나리오"를 평가했다. 영국 국가안보에 결정적인 6개 생태계 지역이 특정되었다. 이들 지역은 '붕괴 가능성'과 '붕괴 시 영국에 미칠 영향'을 기준으로 선정되었다. 아마존과 콩고 분지의 열대우림, 러시아와 캐나다의 북방림, 동남아시아의 산호초와 맹그로브, 히말라야가 여기에 포함된다.
이들 생태계는 현재의 자연 손실 속도가 지속될 경우 "붕괴 경로"에 있다고 보고서는 경고한다. 다만 정확히 언제 붕괴가 일어날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는 불확실하다. 생태계 붕괴는 단일 사건이 아니라 점진적 기능 상실부터 급격한 티핑포인트 전환까지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티핑포인트란 미미하게 진행되던 변화들이 일정 수준을 넘어선 순간 균형을 깨고 폭발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일으키는 극적인 임계점을 의미한다.
이들 지역이 영국 안보에 중요한 이유는 영국 경제와 사회가 이들 생태계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아마존 열대우림은 전 지구적 강수 패턴을 조절하고 막대한 양의 탄소를 저장한다. 아마존이 티핑포인트를 넘어 사바나로 전환되면 대량의 탄소가 방출되어 전 지구적 온난화를 가속화할 것이다. 동남아시아 산호초와 맹그로브는 해안선을 보호하고 수억 명의 식량원인 수산자원을 제공한다. 북방림은 지구 육상 탄소의 약 30%를 저장하며 영구동토층 안정화에 이바지한다.
보고서는 생태계 악화와 붕괴로부터 파생될 "연쇄적 위험"을 경고한다. 생태계 서비스 상실은 자원을 둘러싼 국가 간 갈등을 촉발할 수 있다. 물 부족과 토지 황폐화는 대규모 이주를 유발하며 정치적 불안정을 일으킨다. 생물다양성 감소는 야생동물과 인간의 접촉 증가로 이어져 인수공통감염병 출현 가능성을 높인다.
식량안보, 가장 시급한 위협
보고서에서 가장 강력한 어조로 다뤄진 부분은 식량안보다. 생태계 악화나 붕괴는 "영국의 식량안보에 도전"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명시한다. 영국은 식량과 비료 시장을 글로벌 공급망에 크게 의존한다. 주요 식량 생산 지역이 타격을 받으면 일부 식품은 희소해지고 가격은 전 세계적으로 상승하며 선택의 폭이 제한될 것이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영국이 현재 식단과 가격 수준에서 식량 자급이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완전한 자급을 달성하려면 소비자에게 매우 상당한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
식량 시스템은 생물다양성에 근본적으로 의존한다. 전 세계 식량 작물의 약 75%가 동물 수분에 의존하며, 벌과 나비 같은 수분매개자 감소는 작물 생산량을 직접 위협한다. 토양 건강과 생산성은 박테리아, 균류, 무척추동물 등 토양 미생물 다양성과 직결된다. 건강한 토양 생태계는 영양분 순환, 수분 보유, 병해충 억제 기능을 수행한다. 생태계 서비스가 붕괴하면 화학비료와 농약 투입을 늘려도 농업 생산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기후변화로 인한 극단적 기상현상도 식량 생산을 위협한다. 최근 몇 년간 영국 농지는 홍수와 가뭄을 모두 경험했다. 에너지기후정보분석센터의 가레스 레드먼드킹 국제 프로그램 책임자는 "극단적 기상현상이 이미 세계 일부 지역의 식량 생산을 타격하고 있다"라고 전하는데, 이는 생활비 위기이며, 영국 가정의 슈퍼마켓 선반에서 식품 가격을 올리고 있다.
영국 정부는 대응 성명에서 "영국은 회복력 있는 식량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식량 안보가 높은 국가 중 하나"라고 밝혔다. 국제 무역을 통해 국내에서 생산할 수 없는 식품을 확보하며, 이것이 악천후나 질병 같은 위험으로부터 전체적인 공급 안보를 보장한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재생농업이나 배양육 같은 기술이 추가 연구와 투자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재생농업은 토양 건강 회복과 생물다양성 증진에 중점을 두며, 배양육은 환경 부담이 적은 단백질 공급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기술의 대규모 상용화와 실제 효과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가속화되는 글로벌 생물다양성 위기
보존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 지구적 생물다양성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서식지 손실, 기후변화, 침입종, 과잉 착취, 오염이 주요 원인이다. 이들 요인은 상호작용을 하며 생태계에 복합적 압력을 가한다.
2019년 IPBES 보고서는 육상 생태계의 75%와 해양 생태계의 66%가 "심각하게 변형"되었다고 평가했다. 1970년 이래 전 세계 야생동물 개체수는 평균적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산호초는 특히 취약하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이 1.5℃를 초과하면 산호초의 70-90%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생물다양성 손실과 기후변화는 서로를 강화하는 양성 피드백 관계다. 산림 파괴는 탄소 저장 능력을 감소시키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증가시킨다. 반대로 기후변화는 생태계를 더 압박한다. 온도 상승과 강수 패턴 변화는 종의 분포를 바꾸고 생태계 균형을 무너뜨린다. 북극 영구동토층 해빙은 대규모 탄소와 메탄 방출로 이어져 추가적인 온난화를 촉발하는 악순환을 만든다.
일부 전문가들은 수분, 수질 정화, 토양 형성, 기후 조절, 홍수 방지, 해안 보호, 병해충 조절 등 생태계 서비스의 경제적 가치가 연간 수십조 달러에 달한다고 추정한다. 이러한 서비스는 시장에서 직접 거래되지 않아 경제 계산에서 빠지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경제 활동의 기반이다.
정치와 과학 사이의 긴장
이 보고서는 원래 지난해 10월 발표 예정이었으나 지연되었다.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영국 총리실이 내용이 너무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로 발표를 막았다. BBC가 정부 소식통에 확인한 결과 이 해석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과학적 평가와 정치적 메시지 간 긴장이 드러난 사례로 볼 수 있다.
영국 정부는 일부 환경단체로부터 자연 보호 약속에서 후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11월 브라질에서 열린 COP30 기후정상회의에서 영국은 브라질의 주요 열대우림 보호 기금인 '영원한 열대우림 기금'에 공적 자금 기여를 약속하지 않았다. 정부는 경제적 압박을 이유로 들었으며, 향후 기여 희망과 민간 투자 장려 의사를 밝혔다. 12월에는 정부가 주택 건설 촉진을 위해 자연 보호 조치를 완화했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정부는 홍수 방어 투자와 지속가능한 식량 생산 지원 기금을 기후변화와 자연 손실 대응 노력의 증거로 제시한다.
국제사회는 2022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유엔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에 합의했다. 핵심 목표는 2030년까지 육상과 해양의 30%를 보호하고 훼손된 생태계의 30%를 복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국가가 재정과 이행 의지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물다양성 위기는 기후위기만큼 긴급하지만,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아 왔다. 기후변화는 온실가스 배출이라는 명확한 지표와 온도 상승이라는 측정 가능한 결과가 있다. 반면 생물다양성 손실은 더 복잡하고 가시성이 낮다. 그러나 두 위기는 분리될 수 없으며 통합된 대응이 필요하다.
영국 정보기관의 이번 보고서는 생태계 보호가 환경 의제를 넘어 국가안보의 핵심 과제임을 명확히 했다. 자연 손실이 계속되면 식량, 물, 경제 안정성, 사회 안전이 모두 위협받는다. 생태계는 회복할 수 있지만 티핑포인트를 넘으면 돌이킬 수 없다. 생태계 회복과 보호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안보는 이제 군사력만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건강한 자연 없이는 국가의 안전도 번영도 지속될 수 없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6-02-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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