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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김현정 리포터
2025-11-28

"거의 들어갔는데!" 골프공의 '립 아웃'의 과학적 비밀 브리스톨대–세체니대 연구팀, 립 아웃 발생 조건 첫 해석적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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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퍼팅에서 가장 아쉬운 순간 중 하나는 '립 아웃(lip out)' 현상이다. 많은 골퍼들은 공이 홀 안으로 거의 들어가는 듯하다가 홀 가장자리를 180도 이상 회전하며 다시 그린으로 돌아오는 이 순간을 가장 ‘분한 순간’으로 꼽는다. 

존 호건(S. John Hogan) 영국 브리스톨대학교 공학수학기술대학 교수와 마테 안탈리(Mate Antali) 헝가리 세체니 이슈트반대학교 응용역학과 교수 연구팀은 역학 이론을 통해 립 아웃 현상을 수학적으로 분석하고, 그 발생 조건을 규명해 왕립학회 과학저널에 발표했다. 퍼팅이 전체 골프 스코어의 40~45%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연구는 골프의 핵심 기술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퍼팅은 전체 골프 스코어의 40~45%를 차지하는 중요한 기술이지만, 립 아웃 현상은 골퍼들에게 가장 아쉬운 순간을 만들기도 한다. ⒸShutterstock
퍼팅은 전체 골프 스코어의 40~45%를 차지하는 중요한 기술이지만, 립 아웃 현상은 골퍼들에게 가장 아쉬운 순간을 만들기도 한다. ⒸShutterstock

 

림과 홀, 두 가지 립 아웃의 비밀

연구팀은 먼저 립 아웃 현상을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림 립 아웃(rim lip out)'은 골프공의 무게중심이 그린 표면 아래로 내려가지 않은 채 홀 가장자리를 따라 회전하다가 다시 튀어나오는 경우다. 반면 '홀 립 아웃(hole lip out)'은 공이 실제로 홀 안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는 현상이다. 두 현상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그 발생 메커니즘은 다르다.

림 립 아웃의 핵심은 홀 가장자리에서의 특수한 평형 상태다. 연구팀은 이를 '죽음의 골프공(golf balls of death)'이라는 이름으로 명명했다. 골프공이 특정 각도와 회전 속도로 홀 가장자리를 돌 때 불안정한 평형점이 형성되는데, 이 지점에서 공의 초기 조건이 조금만 달라져도 결과는 달라진다. 홀 안으로 들어가거나, 반대로 그린으로 튀어나오는 것이다.

호건 교수는 "림 립 아웃은 골프공이 홀 가장자리에서 움직일 때, 초기 조건에 의해 유도된 피칭이 회전을 극복할 만큼 충분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림 립 아웃이 발생하려면 공의 회전 운동량이 홀 안으로 기울어지는 피칭 운동량보다 커야 한다. 연구팀은 공의 속도와 충격 거리, 즉 공의 궤적과 홀 중심 사이의 최단 거리에 따라 립 아웃 발생 영역을 구분하는 경계선을 수학적으로 도출했다. 이는 기존 연구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만 확인되던 결과를 이론적으로 증명한 것으로, 립 아웃 현상에 대한 이해를 제공한다.

골프공의 립 아웃 메커니즘. 공이 홀 중심에서 δ만큼 떨어진 궤적으로 속도 v로 접근할 때, 피칭 회전(ω₁)과 롤링 회전(ω₃)의 상호작용에 따라 공이 홀에 안착하거나 립 아웃이 발생한다. ⒸRoyal Society
골프공의 립 아웃 메커니즘. 공이 홀 중심에서 δ만큼 떨어진 궤적으로 속도 v로 접근할 때, 피칭 회전(ω₁)과 롤링 회전(ω₃)의 상호작용에 따라 공이 홀에 안착하거나 립 아웃이 발생한다. ⒸRoyal Society


스핀이 만드는 역설, 들어갔다 나오는 공

반면 홀 립 아웃은 림 립 아웃보다 더 특이한 경우다. 공이 홀 안으로 완전히 들어갔음에도 다시 빠져나오는 이 현상은 골프공의 회전, 즉 스핀에 의해 발생한다. 공이 수직 방향으로 회전하며 홀에 들어가면 진자처럼 위아래로 진동하면서 홀 벽면을 따라 회전하는데, 특정 조건에서 공은 다시 위로 올라와 홀 밖으로 빠져나온다. 

안탈리 교수는 이 현상을 "홀 립 아웃은 골프공이 홀에 떨어진 후, 홀 벽면을 따라 회전하며 진자 같은 운동을 하는 동안 발생한다. 골프공의 위치 에너지가 스핀으로 전환되고, 홀 바닥에 닿지 않는다면 피치가 부호를 바꾸면서 다시 에너지로 전환된다. 골프공은 림으로 돌아와 그린 위로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 현상을 이해하는 열쇠는 각운동량 보존 법칙이다. 홀 안에서 공의 수평 회전 성분은 일정하게 유지되며, 이 회전이 중력 퍼텐셜 에너지를 스핀 에너지로 전환시킨다. 공이 홀 깊숙이 내려갈수록 위치 에너지가 감소하면서 스핀 에너지가 증가하고, 피칭 방향이 반전되면 공은 다시 위로 올라오기 시작한다. 마치 그네를 타는 것처럼, 에너지가 형태를 바꾸며 운동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연구팀의 시뮬레이션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가 나타났다. 처음에 회전이 없던 공도 홀 가장자리를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스핀이 생성되는데, 림 립 아웃 과정에서 생성된 이 스핀은 공이 홀 안으로 들어간 후의 운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안탈리 교수는 "스핀이 없는 운동에서는 골프공이 림 립 아웃을 경험하거나 홀에 직접 떨어져 성공적인 퍼트가 된다"며 "스핀이 있을 때 림 운동의 안장점 특성은 지속되지만, 홀 운동에서의 스핀이 두 번째 유형의 립 아웃, 즉 홀 립 아웃을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즉, 림 립 아웃 단계에서 생성된 스핀이 홀 립 아웃 가능성을 높이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왼쪽 그림은 공이 홀 가장자리를 따라 회전할 때의 기하학적 관계를 보여주며, 오른쪽 그림은 공이 홀 내부에서 벽면을 따라 움직일 때의 운동을 나타낸다. ⒸRoyal Society
왼쪽 그림은 공이 홀 가장자리를 따라 회전할 때의 기하학적 관계를 보여주며, 오른쪽 그림은 공이 홀 내부에서 벽면을 따라 움직일 때의 운동을 나타낸다. ⒸRoyal Society


규칙 속 숨겨진 과학적 합리성

골프 규칙에는 과학적 근거가 담겨 있다. 골프공의 반지름 2.1cm, 홀의 반지름 5.4cm, 홀의 깊이 10.2cm라는 수치는 립 아웃 현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공이 홀에 안착하려면 속도가 약 1.63m/s 이하여야 한다. 또한 공의 궤적이 홀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즉 충격 거리가 홀 반지름에 가까워질수록 림 립 아웃이 발생하기 쉽다. 그린과 공 사이의 마찰계수도 중요한데, 최소 0.17 이상이어야 립 아웃 시 미끄러짐 없이 순수한 회전 운동이 가능하다. 실제 그린의 마찰계수는 0.11~0.70 범위로 보고되어 있어, 대부분의 경우 이 조건을 만족한다.

홀 립 아웃의 경우는 발생 조건이 더 제한적이다. 호건 교수는 "홀 립 아웃은 초기 조건의 매우 작은 집합에서만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의 계산 결과, 표준 홀 깊이에서는 속도와 충격 거리의 좁은 범위에서만 홀 립 아웃이 발생한다. 만약 홀이 더 얕다면 홀 립 아웃이 더 자주 발생할 수 있지만, 현행 규칙의 최소 깊이 10.16cm는 이러한 현상을 최소화하도록 설정되어 있다. 이는 오랜 기간 축적된 골프의 경험적 규칙이 과학적으로도 타당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번 연구는 공이 반대편 홀 가장자리에 부딪혀 튀어나오는 '탄도 립 아웃(ballistic lip out)'은 다루지 않았으며, 홀 라이닝의 영향도 고려하지 않았다. 향후 이러한 요소들을 포함한 확장 연구를 통해 립 아웃 현상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 출처: Hogan, S. J., & Antali, M. (2025). Mechanics of the golf lip out. Royal Society Open Science, 12, 250907.

김현정 리포터
vegastar0707@gmail.com
저작권자 2025-11-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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