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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30] 아마존 한가운데서 터져 나온 기후 행동 촉구 COP30 두번째 소식 - 아마존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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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함으로 가득찬 거리

브라질 서부 출신 훈니 쿠인족의 베네디투 훈니 쿠인(50세)은 "오늘날 우리는 숲이 파괴되는 대학살을 목격하고 있다"며 벨렘 거리에서 절규를 외친다. COP30이 한참인 2025년 11월 15일 토요일, 브라질 아마존의 관문 도시 벨렘에서 수천 명의 환경운동가와 원주민들이 '위대한 민중 행진(Great People's March)'을 펼쳤다.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중간 지점을 맞아 조직된 이번 시위는 화석연료 퇴출, 기후 정의, 아마존 보호를 외치며 4.5킬로미터를 행진했다고 한다.

이는 2021년 글래스고 COP26 이후 4년 만에 열린 첫 대규모 기후 시위이다. 그간 COP27(이집트), COP28(두바이), COP29(아제르바이잔) 개최국들의 권위주의적 성격 때문에 시위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민주주의 국가 브라질에서 열린 COP30는 시민사회에 목소리를 낼 공간을 다시 열어주었고, 거리는 그 간절함으로 가득 찼다.

 

화석연료 장례식과 원주민의 저항

벨렘 거리는 슬픈 분위기로 뒤덮혔다. 검은 상복을 입은 시위대는 '석탄', '석유', '가스'라고 적힌 거대한 관 세 개를 운반했으며, 수백 명은 빨간 셔츠를 입었다. 환경을 지키다 목숨을 잃은 동료들이 흘린 피를 기억하기 위해서이다. '보호받는 아마존'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브라질 국기 역시 행렬 위를 나부꼈다.

이번 토요일 행진은 한 주 내내 이어진 원주민 시위의 정점으로 기록되었다. 11월 11일 화요일, 수십 명의 원주민이 COP30 회의장 진입을 시도하며 보안요원과 충돌했으며, 11월 14일 금요일에는 문두루쿠족 약 100명이 주 출입구를 90분간 봉쇄했다. "아무도 들어갈 수 없고, 아무도 나갈 수 없다"는 구호를 외치며 인간 사슬을 형성한 이들은 타파조스와 싱구 강 유역의 상업적 개발 중단, 곡물 철도 건설 취소, 원주민 영토의 명확한 경계 설정을 요구했다.

시위대의 핵심 주장은 '기후 정의'와 '배상'이다. ⓒ Reuter
시위대의 핵심 주장은 '기후 정의'와 '배상'이다. ⓒ Reuter

시위대의 핵심 주장은 '기후 정의'와 '배상'이다. 기후변화를 일으킨 선진국과 대기업이 피해를 입는 빈곤 지역사회에 배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페루 출신 키치와족 마리솔 가르시아는 "세계 지도자들이 더 인간적인 결정을 내리도록 압박하기 위해 여기 있다"고 말했다. 27세 청년 지도자 아나 엘로이사 알베스는 "이 모든 사람들을 무시할 수 없을것"이라며 해당 행진을 자신이 참여한 가장 큰 기후 행진이라고 설명했다. 

 

1.5도 목표의 위기

COP30가 열리는 시점에서 파리협정의 핵심 목표는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2025년 11월 초 발표된 유엔환경계획(UNEP) 배출격차보고서는 세계가 파리협정의 1.5도 상승 제한 목표를 향후 10년 내에 초과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각국이 현재 제출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모두 이행하더라도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은 2.3~2.5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는 "1.5도를 일시적으로 초과하는 것은 이제 불가피하며, 늦어도 2030년대 초에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1.5도 상승이 중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현재 지구는 산업화 이전 대비 약 1.4도 상승한 상태인데, 이미 열대 산호초 대부분은 생존할 수 없게 되었다. 1.5도를 넘어서면 아마존 열대우림과 그린란드 빙상 같은 기후 시스템의 '티핑 포인트'가 발생할 위험이 급격히 증가한다.

시위 포스터를 든 시위대 모습 ⓒ Jonathan Watts
시위 포스터를 든 시위대 모습 ⓒ Jonathan Watts

COP30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미국의 부재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를 '사기'라고 조롱하며 파리협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인데, UNEP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지구 온난화를 0.1도 더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는 미국의 증가하는 탄소 배출을 보상하기 위해 연간 2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추가로 감축해야 한다.

 

아마존의 역설

브라질 정부는 COP30 직전인 10월 30일 고무적인 소식을 발표했다.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에 따르면 2024년 8월부터 2025년 7월까지 아마존 법정지역의 산림벌채 면적은 5,796제곱킬로미터로, 전년 대비 11% 감소했다고 한다. 이는 2014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이다.

룰라 대통령은 2023년 1월 취임 이후 환경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예를 들면, 3년 연속 산림벌채 감소를 달성했으며, 이는 2022년 대비 50% 감소한 수치다. 전임 보우소나루 정부 시절 급증했던 산림벌채를 극적으로 반전시킨 것이다. 룰라 정부는 2030년까지 순산림벌채 제로를 목표로 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역설이 있다.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는 11월 초 아마존 강 어귀 인근에서 탐사 시추를 시작했다. 룰라는 석유 개발 수익이 기후 전환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환경운동가들은 이것이 브라질의 기후 리더십을 훼손한다고 비판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2024년 아마존에서 발생한 기록적인 가뭄과 산불이다. INPE 데이터에 따르면 약 278만 헥타르의 원시림이 불에 탔다. 환경부 차관 주앙 파울루 카포비앙쿠는 "기후변화로 열대우림이 대규모 화재에 자연적으로 면역인 상태에서 벗어나 더욱 취약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COP30의 핵심 과제

COP30 첫 주 협상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몇가지 주요 쟁점들이 부각되고 있다.

첫째, 생각보다 약한 '기후 목표 개선'의 의지이다. 2025년 9월 말 마감일까지 120개국만이 2035년 목표를 발표했고, 그 중 60여 개국만 공식 제출했기 때문인데, 제출된 목표들조차 1.5도 경로와 일치하지 않는다. 둘째로 기후 재정 문제를 들 수 있는데, 작년 선진국들은 개도국에 연간 3,000억 달러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실제 필요한 금액은 연간 1조 3,000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된다. 개도국들은 온난화 세계에 대한 회복력 구축과 저배출 경제 전환을 위한 충분한 재정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셋째로 화석연료 전환의 시간표와 목표 설정이다. 일부 국가들은 구체적 목표 설정을 회피하려 한다. 마지막으로 네번째, 유럽의 탄소국경세 같은 무역 장벽이 주요 갈등 지점으로 떠올랐다.

일부 시위대는 '돈을 내라'는 요구를 상징하는 30미터 길이의 뱀을 만들어 거리를 행진했다. ⓒ Dharna Noor
일부 시위대는 '돈을 내라'는 요구를 상징하는 30미터 길이의 뱀을 만들어 거리를 행진했다. ⓒ Dharna Noor

이에 벨렘 거리를 가득 메운 시위대의 목소리는 명확했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미래의 위협이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위기이며, 특히 원주민과 빈곤 지역사회가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점인데,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약속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이다. 이 외에도 수백 개의 NGO와 환경운동 단체가 모여 협상가들이 대중 참여를 더 반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시간은 촉박하다. 유엔 경고대로 1.5도 초과가 불가피하다면, 인류는 그 초과 기간을 최소화하고 강도를 낮추기 위해 전례 없는 속도로 배출량을 감축해야 한다. 0.1도의 초과를 되돌리려면 약 2,200억 톤의 이산화탄소 제거가 필요한데, 이는 전 세계 연간 배출량의 5년치에 해당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벨렘 거리를 행진한 수천 명의 목소리가 이제 COP30 협상장 안에서 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경고한다. 화석연료의 관을 상징적으로 운반한 시위대처럼, 실제로 화석연료 시대를 종식시킬 구체적인 계획과 재정, 그리고 정치적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5-12-3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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