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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서 하늘, 그리고 우주까지: 태양광 발전의 새로운 영토들 일상 공간의 변신: 도로·철도·건물이 발전소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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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서 하늘, 그리고 우주까지: 태양광 발전의 새로운 영토들

기후 위기 시대, 태양광 발전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향해 달려가는 지금, 태양 에너지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재생에너지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태양광은 2030년까지 세계 최대 전력원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있다. 이에 산을 통째로 아서 태양광 패널을 위한 위치를 확보하는 등 지구를 지키려 이용하는 태양 에너지가 도리어 자연을 더 크게 파괴하고 있다는 국제적인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산을 통째로 깍아서 태양광 패널을 위한 위치를 확보하는 방법은 되려 자연을 더 크게 파괴한다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 Getty Images
산을 통째로 깍아서 태양광 패널을 위한 위치를 확보하는 방법은 되려 자연을 더 크게 파괴한다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 Getty Images

이러한 문제는 사실 우리나라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지만, 실제로는 산 말고도 우리 주변 곳곳에 활용되지 않은 공간들이 넘쳐나고 있다고 한다. 지붕과 들판을 넘어, 도로 위, 철도 위, 건물 외벽, 바다 위, 그리고 머나먼 우주까지 태양광 발전의 영토는 계속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혁신적 접근을 이용해야 공간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기존 인프라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다목적으로 활용하는 지혜를 보여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일상 공간의 변신: 도로·철도·건물이 발전소가 되다

우리가 매일 지나다니는 도로와 주차장은 태양광 발전의 숨은 보물창고라고 할 수 있다. 도로 위 공간, 주차장, 방음벽, 그리고 길 어깨는 이미 충분한 면적을 확보하고 있지만, 그 잠재력은 대부분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데, 태양광 모듈이 저렴해지고 유연해지면서 상황이 변하고 있다. 예를 들면, 남유럽의 슈퍼마켓들은 주차장을 태양광 패널로 덮기 시작했다. 쇼핑객들은 뜨거운 햇볕을 피할 수 있는 그늘진 주차 공간을 얻고, 이를 통해서 전기차 충전도 할 수 있다. 생산된 전기는 매장의 냉장·냉동 시설을 가동하는 데 사용되어 전력 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어서 일석삼조의 효과를 내고 있다.

우리가 매일 지나다니는 도로와 주차장은 태양광 발전의 숨은 보물창고라고 할 수 있다. © Getty Images
우리가 매일 지나다니는 도로와 주차장은 태양광 발전의 숨은 보물창고라고 할 수 있다. © Getty Images

독일과 중국에서는 도로 위에 태양광 지붕이 설치되어 있는 곳들이 있다. 중국 항저우의 고속도로 위 태양광 지붕은 세계 최대 규모로, 전력을 생산할 뿐만 아니라 주변 주민들의 소음도 줄여준다. 방음벽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도 비슷한 이중 효과를 낸다. 버스와 트럭의 지붕도 태양광 모듈로 무장하고 있으며, 차량의 냉난방에 필요한 전기를 자체 생산한다. 다음 단계는 차체에 직접 태양 전지를 통합하는 것인데, 전기차가 자신의 전력 일부를 스스로 생산하는 시대가 오고 있으며, 이미 프로토타입들이 테스트되고 있다.

철도는 더욱 흥미로운 사례라고 할 수 있다. 2025년 스위스는 철도 선로에 설치하는 첫 태양광 발전 시스템 테스트를 시작했는데, 운영사 Sun-Ways에 따르면, 특수 기계로 모듈을 설치하며 필요시 쉽게 해체할 수 있고 열차 운행에도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스위스의 모든 철도 선로 5,000km를 태양광 모듈로 덮으면 연간 약 1테라와트시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이는 스위스 철도 전력 수요의 44%에 해당하는 양이다. 철도는 이미 전기로 운행되므로, 선로 위에서 생산한 전력을 직접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효율적이다.

건물도 발전소가 되고 있다. 지붕과 발코니 난간은 이미 흔한 설치 장소가 되었지만, 건물 외벽도 충분히 가능하다. 태양광 유리 외벽은 다양한 색상으로 제작되며, 기존 태양광 모듈보다 훨씬 눈에 띄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한 국제학교는 2017년부터 외벽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있으며, 영리한 디자인으로 여러번 상을 받은 사례가 있다.

물론 효율성은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중부 유럽의 경우, 남향·동향·서향 외벽은 지붕의 비슷한 시스템에 비해 30%에서 60% 적은 전기를 생산한다. 하지만 전력을 생산하는 유리 외벽은 수십 년 동안 지속되며 페인트칠이나 외벽 유지보수 비용도 절약된다는 장점이 있다. 지붕 태양광 옵션도 다양해지고 있다. 일반 패널 대신 태양 전지가 통합된 기와를 선택할 수도 있어, 건물의 미관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햇빛이 많이 드는 주차장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아이디어가 각광받고 있다. © Getty Images
햇빛이 많이 드는 주차장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아이디어가 각광받고 있다. © Getty Images

라이프니츠 생태도시 및 지역개발연구소의 계산에 따르면, 독일은 적합한 모든 지붕과 외벽에 태양광 발전을 설치하면 전체 전력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기존 건물만으로도 에너지 자급자족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새로운 토지를 개발하거나 자연을 훼손할 필요 없이, 이미 존재하는 구조물만 활용해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중 수확의 지혜: 농지에서 전기와 작물을 함께

농부들은 들판에 태양광 시스템을 배치함으로써 이중 수확할  있다. 예를 들어서 농업태양광(agrivoltaics) 또는 농업광전(agri-PV)이라고 부르는 지지대 위의 모듈은 위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아래에서는 농작물이 자랄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면 여러모로 큰 장점이 있다. 즉, 햇볕이 강한 지역에서는 태양광 패널이 만드는 그늘이 매우 필요하며 특히 그늘은 식물의 증발을 줄이고 물을 절약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중국은 이 조합을 고비사막의 일부에서 활용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소는 대규모로 전력을 생산하고, 그 아래 자라는 식물은 사막화를 막고 토양 비옥도를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는 에너지 생산과 환경 복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이며, 이미 밀 수확과 전력 수확이 많은 다양한 지역의 들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태양광 발전과 농업의 결합은 대형 지붕 면적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것만큼 비용 효율적이며, 농부들에게도 수익성이 있다. 농부는 토지를 임대하여 안정적인 추가 수입을 얻거나, 직접 전력을 판매할 수 있다. 동시에 기존 농업 활동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지에서 태양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전 세계 잠재력 역시 엄청나다. 독일만 해도 농지에서 작물 재배와 태양광 발전을 결합하면 국가 전력 수요의 약 80%를 충족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이론이 아니며 실제 사례들이 이미 존재한다. 일부 농작물은 부분적인 그늘에서 오히려 더 잘 자라기도 한다. 예를 들면, 상추, 시금치 같은 잎채소나 베리류는 강한 직사광선보다 약간의 그늘을 선호한다.

또한 농업태양광은 토지 이용을 둘러싼 갈등을 완화한다. "식량이냐, 에너지냐"의 이분법적 선택이 아니라, 둘 다 얻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농업 환경이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농부들에게 추가 수입원을 제공하면서도 식량 생산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물 위의 태양: 호수와 바다가 에너지원으로

태양 에너지는 육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 바람은 이제 바다에서도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부유식 태양광 패널과 지지대에 설치된 구조물이 연못, 호수, 심지어 대양을 깨끗한 전력 생산지로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해상 태양광 발전소는 작년 중국 동영 해안에서 완공되었다. 1기가와트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이 발전소는 현대 원자력 발전소의 출력에 맞먹으며, 이는 해상 태양광의 엄청난 잠재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중국 산둥 근처의 해상 태양광 단지는 아래 양식장과 결합될 수도 있는데, 물고기는 태양광 패널이 만드는 그늘 아래에서 자라고, 위에서는 전기가 생산된다. 또 다른 형태의 이중 활용이다.

부유식 태양광 패널과 지지대에 설치된 구조물이 연못, 호수, 심지어 대양을 깨끗한 전력 생산지로 바꾸고 있다. © Getty Images
부유식 태양광 패널과 지지대에 설치된 구조물이 연못, 호수, 심지어 대양을 깨끗한 전력 생산지로 바꾸고 있다. © Getty Images

세계의 많은 호수와 저수지 역시 태양광 발전을 위한 미개척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프라운호퍼 태양에너지시스템연구소(Fraunhofer ISE)의 과학자들이 수행한 연구에 따르 독일에서는 침수된 노천 광산, 자갈 채취장, 저수지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국가 전력 수요의 약 7%를 충족할 수 있다고 한다. 

수상 태양광은 여러 장점이 있다. 먼저 물은 패널을 자연적으로 냉각시켜 효율을 높인다. 태양광 패널은 온도가 높아질수록 효율이 떨어지는데, 물 위에 설치하면 이 문제가 완화된다. 또한 귀중한 농지나 삼림을 차지하지 않으며, 저수지의 경우 수면 증발을 줄여 물을 보존하는 부수적 효과도 있다. 해안 지역이나 섬 지역에서는 토지 가용성이 제한적이므로, 수상 태양광이 특히 실용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물론 모든 방면에서 잠재력과 장점을 보이지는 않는다. 인류는 이러한 기술 발전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수면을 과도하게 덮으면 수중 생태계의 햇빛 유입이 감소할 수 있으며 수면의 일부만을 덮는 등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최후의 개척지: 우주에서 지구로

태양광 모듈은 1950년대부터 인공위성에 전력을 공급해 왔다. 오늘날 국제우주정거장(ISS)과 다른 우주선들도 태양으로부터 전기를 얻는다. 우주에서는 비나 구름이 태양을 가리지 않고, 대기의 감쇠도 없어 태양광 모듈이 매우 효율적이다.

오늘날 국제우주정거장(ISS)과 다른 많은 우주선들도 태양으로부터 전기를 얻는다. © Getty Images
오늘날 국제우주정거장(ISS)과 다른 많은 우주선들도 태양으로부터 전기를 얻는다. © Getty Images

하지만 수십 년 동안 과학자들은 단순히 우주에서 태양광을 활용하는 것을 넘어, 지구로 전송하는 꿈을 꿔왔다. 한 가지 아이디어는 햇빛을 포착하는 거대한 태양 돛을 궤도에 배치하고, 이를 마이크로파로 변환하여 에너지를 지상으로 빔 형태로 전송하는 것이다. 지상에서는 수 킬로미터에 걸친 거대한 안테나가 마이크로파를 수신하여 다시 전기로 변환한다. 이론적으로 우주 태양광은 24시간 내내 작동할 수 있고, 날씨의 영향도 받지 않는다.

물론 이 놀라운 기술은 여전히 이론에만 머물고 있으며, 기술 발전 사례로 보면 아직 매우 초기 단계에 있다. 비용이 엄청나게 많이 들고, 우주로 수백만 톤의 구조물을 발사해야 하며, 이는 대량의 우주 쓰레기를 남길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마이크로파 전송의 안전성과 환경 영향도 철저히 검증되어야 한다. 미국, 중국, 일본을 포함한 일부 국가들이 지구 밖 전기에 대한 파일럿 프로젝트와 연구를 수행하고 있지만, 우주에서 생산된 태양 에너지를 지구에서 사용하는 것이 실제로 경제적으로 의미가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우주 태양광은 탐구할 가치가 있다. 발사 비용이 계속 하락하고 있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언젠가는 실현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5-11-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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