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에서 돌아온 녹색바다거북, 반세기 보존의 승리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아부다비에서 개최한 세계 총회에서 발표한 최신 적색목록에 따르면, 녹색바다거북(Chelonia mydas)이 '멸종위기종(Endangered)'에서 '관심대상종(Least Concern)'으로 두 단계나 등급이 하향 조정되었다고 한다. 2억 년 전 공룡과 함께 지구를 누비던 바다거북이 인류의 손에 의해 멸종 직전까지 내몰렸다가 다시 돌아온 셈이다. 1980년대 이후 40여 년간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어 있던 이 고대 해양생물의 전 세계 개체수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이뤄낸 역사적 성과이다.
이번 등급 조정은 단순한 통계의 변화가 아니라, 수십만 명의 보존 활동가들이 반세기에 걸쳐 이룬 헌신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영국 엑시터대학교의 보존과학자 브렌든 고들리(Brendan Godley) 교수는 "바다거북은 상징적이고 카리스마 있는 종으로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다"라며 "수십만 명이 수십 년간 이 생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그것이 분명히 영향을 미쳤다"라고 평가했다.

참고로 녹색바다거북은 7종의 현생 바다거북 중 하나로, 식물성 식단에서 비롯된 체지방의 녹색빛 때문에 그 이름이 붙었다. 몸길이 1미터 이상, 무게 200킬로그램에 달하는 대형 바다거북으로, 열대 및 아열대 해양에 서식하며 산란을 위해 해변에 의존한다. 과거 거북 수프의 재료로, 알은 진미로, 등껍질은 장식품으로 광범위하게 사냥당하면서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이러한 과도한 착취는 종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고, 1980년대 공식적으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었다.
반세기 보존 노력의 결실
앞선 설명대로 녹색바다거북의 회복은 지속적인 보존 노력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보존 전략의 핵심은 생활사 전 단계를 아우르는 통합적이고 다각도적인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 해변 순찰을 통한 산란지 보호가 체계적으로 이뤄졌다. 자원봉사자들이 산란기마다 해변을 지키며 암컷 거북과 알을 보호했고, 포식자와 밀렵의 위험이 있는 알들은 안전한 부화장으로 옮겨졌다. 부화한 새끼 거북들은 즉시 바다로 방류되어 생존율을 높였다. 둘째, 교육과 인식 개선 캠페인이 진행되었다. 거북 고기와 알을 소비하는 전통을 가진 지역사회에서 보존의 중요성을 알리고, 대체 생계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불법 포획을 줄였다. 이는 단순한 금지가 아닌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통한 지속가능한 접근이었다. 마지막으로, 어업 부문에서 혼획 감소 조치가 적극 시행되었다. 거북제외장치(Turtle Excluder Device, TED)를 트롤 어망에 장착하여 거북이 그물에 걸려도 탈출할 수 있는 출구를 제공했다. 필리핀 팡가시난에서는 어망에 걸린 녹색바다거북을 지역 어부들이 자발적으로 구조하여 환경 당국이 태그를 부착한 후 안전하게 방류하는 사례도 보고되었다.

이러한 노력들은 고립된 지역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조율되어 진행되었으며, 이는 바다거북이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하는 회유성 종이기 때문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보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제협약과 지역 협력체를 통해 서식지와 이동 경로 전체를 보호하는 체계가 구축되었다. 말레이시아 사바 소재 비영리단체인 해양연구재단의 니콜라스 필처(Nicolas Pilcher) 박사는 "이 승리를 촉매로 삼아 수많은 다른 승리를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적색목록 등급 변화의 의미 - 녹색바다거북이들을 여전히 위협하는 요소들
IUCN 적색목록은 전 세계 생물다양성 위기를 측정하는 가장 권위 있는 지표이다. 최신 업데이트에서 목록에 포함된 종은 172,620종에 달하며, 그중 48,646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종은 개체수, 서식지, 위협 요인에 대한 새로운 과학적 데이터가 확보될 때마다 범주 간 이동한다. 녹색바다거북의 등급 하향 조정은 보존 노력이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명확한 증거이다. 종이 더 높은 위험에 처하면 상위 등급으로, 보존 노력으로 회복되면 하위 등급으로 이동한다. 녹색바다거북은 '멸종위기종'에서 한 번에 '관심대상종'으로 두 단계를 낮췄는데, 이는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개체군이 실질적이고 지속적으로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성과를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 녹색바다거북의 현재 개체수는 여전히 과거 역사적 수준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백 년에 걸친 과도한 착취로 인한 감소분은 수십 년의 보존 노력으로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현재의 증가 추세는 극도로 낮았던 바닥에서의 회복일 뿐이며, 종의 생태적 역할을 완전히 복원하려면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고들리 교수는 "많은 지역에서 녹색바다거북 개체군이 지난 50년간의 보존 노력 덕분에 회복의 징후를 보이고 있으며, 이 작업은 앞으로도 수년간 계속되어야 하지만 낙관적인 이유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보존은 단기 프로젝트가 아니라 세대를 넘어서는 장기적 헌신이 필요한 과정이다.
이처럼 등급 하향에도 불구하고 녹색바다거북은 여전히 다층적 위협에 직면해 있다. 첫째, 어업 혼획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거북제외장치의 보급이 확대되었지만, 모든 어선에 장착된 것은 아니며, 일부 지역에서는 집행이 미흡하다. 자망이나 연승 어구에 걸린 거북들은 익사하거나 심각한 상처를 입는다. 둘째, 서식지 파괴가 계속되고 있는데, 해안 개발로 인해 산란 해변이 줄어들고, 인공조명은 부화한 새끼 거북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바다로 가는 길을 잃게 한다. 산호초와 해초밭 같은 먹이 서식지도 오염과 기후변화로 훼손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후변화는 녹색바다거북에게 가장 심각하고 복합적인 위협이다. 해수면 상승은 산란 해변을 침식시키고, 해양 산성화는 먹이 자원인 해초와 산호를 훼손한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바다거북의 온도 의존적 성 결정(Temperature-dependent Sex Determination) 메커니즘이다. 모래 온도에 따라 성별이 결정되는 바다거북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모래 온도 상승으로 암컷 비율이 과도하게 높아지면서 장기적 번식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호주 레인 섬의 사례는 이러한 우려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녹색바다거북 산란지 중 하나이지만, 최근 부화율이 감소하고 있다. 높은 모래 온도로 인해 배아가 발달 중 사망하거나, 부화하더라도 약해진 상태로 태어나는 경우가 증가했다. 이는 전 지구적으로 개체수가 증가하는 추세 속에서도 특정 지역에서는 여전히 위기가 진행 중임을 시사한다. 필처 박사가 강조했듯이, 보존 노력은 여전히 긴급하게 필요하다. 현재의 성공을 유지하고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와 감시가 필수적이다.
대조적인 운명: 기후변화와 북극 물개
녹색바다거북의 회복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소식도 함께 발표되었다. 같은 적색목록 업데이트에서 북극 물개들이 기후변화로 인한 해빙 손실로 멸종에 더 가까워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건물개(Hooded seal)는 '취약종(Vulnerable)'에서 '멸종위기종(Endangered)'으로 상향 조정되었고, 턱수염물개(Bearded seal)와 하프물개(Harp seal)는 '관심대상종'에서 '준위협종(Near Threatened)'으로 올라갔다. 북극 물개들은 번식, 휴식, 먹이 활동을 위해 해빙에 의존하는데, 얼음의 감소는 그들의 생존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이 대조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주고 있는데, 녹색바다거북의 성공은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보존 조치들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산란지 보호, 혼획 감소, 밀렵 단속 등은 모두 현장에서 실행 가능한 활동이었다. 반면 북극 물개의 위기는 전 지구적 기후변화라는 훨씬 더 복잡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서 비롯된다. 물론 녹색바다거북도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 다른 보존 조치들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개체수를 늘릴 수 있었다. 이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도 다른 위협 요인들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북극 물개의 경우, 해빙 감소라는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다른 보존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처럼 생물다양성 위기와 기후위기는 분리된 것이 아니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녹색바다거북의 성공 사례는 희망을 주지만, 북극 물개의 위기는 기후변화를 막지 못하면 얼마나 많은 종들이 보존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라질 수 있는지 경고한다.
보존 성공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들뜨면 안 되지만, 녹색바다거북의 회복은 현대 보존 생물학의 모범 사례라고 볼 수 있는 점은 자명하다. 또한, 이 성공에서 우리는 여러 가지 핵심 교훈을 배울 수 있다. 첫째,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의 중요성인데,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 세계 수십만 명이 헌신한 결과가 지금의 성과를 만들었다. 생태계 회복은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으며, 세대를 넘어서는 인내가 필요하다. 둘째, 다층적 접근의 효과성이다. 단일 전략이 아닌 산란지 보호, 혼획 감소, 지역사회 참여, 법적 보호 등 여러 방법을 동시에 실행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냈다. 복잡한 생태적 문제는 복합적 해결책을 요구한다. 셋째, 국제 협력의 필수성이다. 회유성 종의 보존은 한 국가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다. 서식지와 이동 경로 전체를 보호하기 위한 국가 간 협력이 성공의 열쇠였다. 비슷하게, 지역사회의 참여가 핵심임을 알 수 있다. 하향식 규제만으로는 지속가능한 보존을 달성할 수 없다. 지역 주민들이 보존의 가치를 이해하고 직접 참여할 때 진정한 변화가 일어난다. 마지막으로, 성공 이후에도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 녹색바다거북이 '관심대상종'으로 분류되었다고 해서 위협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기후변화, 서식지 파괴, 혼획 등의 문제가 계속되면 개체수는 언제든 다시 감소할 수 있다.
2억 년을 살아남은 바다거북이 앞으로도 지구의 바다를 헤엄치길 원한다면, 우리는 지금의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된다. 녹색바다거북의 회복은 끝이 아니라 더 큰 책임의 시작이다. 이제 우리는 이 성공의 경험과 방법론을 지구상의 수많은 다른 위기종들에게 확대 적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5-10-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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