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OST로 등장한 영화 ‘죠스’, 개봉 50주년 맞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죠스(Jaws)’가 올해로 개봉 50주년을 맞았다.
1975년 개봉과 동시에 '블록버스터'라는 개념을 탄생시키며 영화사를 바꾼 이 작품을 기념해 유니버설 픽처스는 기념 전시회와 전국 극장 재상영을 비롯한 대규모 기념행사를 펼치고 있다.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에서는 9월 14일부터 ‘죠스: 전시회(Jaws: The Exhibition)’가 개막하고, 미국에서는 8월 29일부터 9월 4일까지 IMAX와 4DX 포맷을 포함해 전국 극장에서 재상영된다.
한국에서도 롯데시네마가 단독으로 8월 재개봉을 추진하고 있으며, 디즈니+에서는 7월 11일 ‘죠스 @ 50: 전설의 비하인드 스토리’라는 다큐멘터리를 공개해 스필버그 감독이 직접 제작 비화를 공개할 예정이다.
피터 벤질리(Peter Benchley)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평화로운 해변 마을을 공격하는 거대한 백상아리와 이를 퇴치하려는 인간들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속 상어는 무차별적으로 인간을 공격하는 바다의 살인마로 묘사되며, 해변을 찾는 사람들에게 공포를 안겨주는 절대적 악역으로 그려졌다.
그러나 정작 스필버그 감독은 B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는 진심으로, 그리고 오늘날까지도 책과 영화 때문에 발생한 상어 개체 수의 파괴를 후회한다"라며 자신의 작품이 상어 남획을 부추겼다고 깊은 후회를 표했다.
실제로 여전히 바다의 최고 포식자로 군림하며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상어들이지만, 전 세계 상어와 가오리 1,266종 중 90% 이상이 지난 반세기 동안 심각한 개체 수 감소를 겪고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50년간 70% 종이 멸종 위기로, 적색목록지수 분석 결과 충격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상어와 가오리의 90% 이상이 지난 50년간 심각한 개체수 감소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니콜라스 둘비(Nicholas K. Dulvy)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지에 발표한 이번 연구는 구체적 수치를 통해 상어와 가오리 생태계의 참담한 현실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1996년부터 2021년까지 25년에 걸쳐 1,199종의 상어, 가오리, 은상어(키메라)를 대상으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 평가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322명의 평가자와 363명의 기여자, 118명의 검토자가 참여해 5,200개 이상의 독립적인 자료를 인용한 대규모 과학적 분석이 이뤄졌다.
이렇게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적색목록지수(Red List Index, RLI) 분석을 실시한 결과, 충격적인 현실이 드러났다.
1970년부터 2020년까지 50년간 전체 종의 70% 이상이 멸종 위험 등급으로 분류됐으며, 2020년 기준으로는 전체 종의 37.5%가 취약, 위기, 심각한 위기 등 직접적인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포유류(26.5%), 조류(13.9%) 보다 현저히 높고 양서류(40.7%)와 비슷한 수준으로, 상어와 가오리가 다른 척추동물군에 비해 극도로 위험한 상황임을 보여준다.
둘비 교수는 "상어와 가오리는 4억 년 이상 지구 해양 생태계의 핵심 역할을 해왔지만, 현재 우리는 이들의 대규모 멸종을 목격하고 있다"라고 경고하며, "이는 단순히 종의 소멸을 넘어 해양 생태계 전체의 붕괴를 의미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남획과 기후변화의 이중 위협, 연간 1억 마리 이상 죽어나가
상어와 가오리 개체수 급감의 최대 원인은 과도한 어획이다.
전 세계 어업 활동을 분석한 결과, 1950년부터 2019년까지 연골어류(상어·가오리)의 단위노력당 어획량(CPUE)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베이지언 랜덤워크 모델(Bayesian Random Walk model)을 통해 2010년까지의 어획 노력량 데이터를 2019년까지 예측 분석한 결과, 전 세계적으로 연골어류의 CPUE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어획 압력 증가에 비해 실제 어획량이 줄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대형 종일수록 멸종 위험이 높아 체장 300cm 이상의 대형 상어류와 원반 폭 150cm 이상의 대형 가오리류는 거의 모두 위험 등급에 포함됐다. 상어 지느러미를 목적으로 한 남획과 혼획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콜린 심펜도르퍼(Colin Simpfendorfer) 제임스쿡대학교 교수는 "연간 약 1억 마리의 상어가 죽임을 당하고 있으며, 이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남획과 함께 기후변화로 인한 서식지 파괴도 상어와 가오리를 위협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해수 온도 상승과 해양 산성화는 상어와 가오리의 번식지와 먹이 사슬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며, 특히 연안 지역과 산호초 서식 종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연구 분석 결과 수심 0-199m의 얕은 바다에 서식하는 374종이 더 깊은 바다의 종들보다 높은 멸종 위험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간 활동의 영향이 연안 지역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해양생태지역 단위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인구 밀도가 높은 연안 지역일수록 상어와 가오리의 적색목록지수가 낮게 나타났다.
이는 남획과 기후변화가 단독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활동과 환경 변화가 복합적으로 상어와 가오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존 성공 사례도 존재, 적절한 관리로 회복 가능
다행히 모든 종이 감소 추세만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연구에서는 15종에서 실질적인 개체수 변화가 확인됐으며, 이 중 3종이 긍정적 회복을 보였다.
북대서양의 광어가오리(Dipturus laevis)는 2005년 멸종위기종에서 2020년 관심필요종으로, 매끄러운 가오리(Malacoraja senta)는 멸종위기종에서 취약종으로 등급이 개선됐다. 뉴질랜드 매끄러운 가오리(Dipturus innominatus)도 준위협종에서 관심필요종으로 상향 조정됐다.
이러한 성공 사례들은 ‘베이지언 상태공간 인구 모델’을 통한 시계열 분석으로 확인됐으며, 적절한 어업 관리와 보존 노력이 결합될 때 상어·가오리 개체수 회복이 가능함을 입증한다.
국제멸종위기종거래협약(CITES)의 부속서(Appendix) 등재를 통한 국제적 거래 규제도 효과를 거두고 있다.
CITES 부속서는 멸종 위험도에 따라 3단계로 구분된다. ‘부속서 I’은 상업적 국제거래가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멸종 위기종이며, ‘부속서 II’는 수출허가서를 통해 관리되는 종들이다. 특히 2013년 최초로 5종의 상어류가 등재된 이후 2023년까지 54종의 레퀴엠상어류가 추가되는 등 보호 범위가 대폭 확대됐다.
‘부속서 II’ 등재 종의 경우 수출국은 해당 종의 지속가능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무해성 판정'을 받아야만 수출허가서를 발급받을 수 있어 남획 억제 효과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2017년 등재된 실키상어의 경우 주요 수출국들의 어업 관리 계획이 강화되면서 과도한 어획이 일정 부분 억제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영화 ‘죠스’의 50년이 남긴 것, 공포에서 보존의식으로 전환
스필버그 감독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품이 상어 스포츠 피싱 열풍을 부추겨 개체수 감소에 일조했다며 자책한 바 있다. 그는 "1975년 이후 일어난 미친 스포츠 어부들의 광란을 위해 상어들이 나에게 화를 내고 있을까 봐 두렵다"라고 고백했다.
실제로 ‘죠스’ 개봉 후 미국 동부 해안에서 상어 트로피 헌팅이 급증했다는 기록이 있다. 플로리다 상어연구프로그램의 전 디렉터 조지 버지스(George Burgess)는 2015년 BBC와의 인터뷰에서 "‘죠스’가 집단적 테스토스테론 러시를 유발해 수천 명이 스포츠 목적으로 상어를 사냥하게 만들었다"라고 증언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롱비치 캠퍼스의 크리스 로우(Chris Lowe) 교수는 "‘죠스’는 전환점이었다. 사람들로 하여금 상어에 대해 매우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만들어 남획을 쉽게 정당화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죠스’는 상어 연구와 보존 활동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원작자 벤칠리도 후에 상어 보존 운동가로 활동하며 2006년 런던 데일리 익스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상어는 인간을 표적으로 삼지 않으며, 확실히 원한을 품지도 않는다"라고 말했다. 로우 교수 또한 "최근 10년간 상어 연구에 뛰어드는 학생들 대부분이 보존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상어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4억 년 진화사를 자랑하는 이들의 위기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둘비 교수는 "상어와 가오리는 4억 년에 걸친 진화 과정을 통해 현재의 생태적 지위를 확립했지만, 불과 50년 만에 인간 활동으로 인해 존립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효과적인 어업 관리, 서식지 보호, 국제적 거래 규제, 기후변화 대응이 통합된 포괄적 보존 전략과 함께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어업계는 물론 일반 대중까지 상어와 가오리의 생태적 가치를 이해하고 보존에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교육을 통한 인식 변화가 핵심이다. 상어를 무조건적인 공포의 대상이 아닌 보호받아야 할 멸종위기 동물로 인식하는 변화가 일어날 때, 비로소 실질적인 보존 정책과 국제적 협력이 가능해진다.
해양 생태계의 최고 포식자들이 사라지면서 전체 먹이사슬이 붕괴되어 인류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 4억 년 진화사를 자랑하는 상어와 가오리를 지키는 일은 결국 인류 자신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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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5-08-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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