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전자나 세포치료제를 활용해 체내 기능을 조작하는 첨단 유전자·세포 도핑을 막을 수 있는 고감도 진단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도핑콘트롤센터 성창민 책임연구원이 고려대 박희호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유전자 가위를 활용한 다중 유전자·세포 도핑 분석법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근력이나 지구력을 극대화하는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 적혈구 생성인자와 같은 유전자 기반 약물들은 2003년 세계반도핑기구(WADA)에 의해 금지됐으나, 이를 판별할 진단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다.
도쿄올림픽에서 실시간 중합효소연쇄반응(qPCR) 기반 유전자 증폭 검사법이 시범 도입됐지만 체내 단백질과 구조가 같은 체외 유전자 물질은 구분이 어려워 DNA 수준에서 체외 물질을 구별할 기술 필요성이 커져 왔다.
연구팀은 시료 전처리 과정 없이 혈액 내에서 표적 유전자를 직접 증폭하고 이후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통해 형광 방식으로 유전자를 검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인간 성장 호르몬을 주입한 실험용 쥐 모델에 이 기술을 적용한 결과 손끝에 맺히는 핏방울보다 작은 5㎕(마이크로리터, 1㎕는 100만분의 1ℓ) 만으로도 90분 이내 체외 유전자 2.5개 존재까지도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WADA 공인 분석법 채택을 위한 인증 절차를 진행 중이며 이번 기술이 도핑검사뿐 아니라 감염병 조기 진단이나 항생제 내성 유전자 탐지 등에도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성 책임연구원은 "유전자 편집 기술을 도핑검사에 적용하여, 기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스포츠 윤리와 공정성을 지키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실질적 해법을 제시한 것"이라며 "향후 정밀 의료와 유전자 진단 기술의 핵심 기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 9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렸다.
- 연합뉴스
- 저작권자 2025-07-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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