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에 오징어가 돌아왔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동해 오징어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며 어획량이 크게 증가했다. 강원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동해안 오징어 어획량은 약 230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42톤보다 62%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5월 28일부터 6월 3일까지 일주일간 연근해 채낚기 어선이 잡은 오징어는 135톤에 달해 전주 어획량인 31톤 대비 무려 439% 폭증했다. 어획고 역시 14억 2,400만원으로 전주 대비 196% 상승했다.
오징어 어획량 증가에 웬 유난인가 싶지만 사실 지난 20여 년간 국내 오징어 어획량은 연간 20만 톤에 달했으나, 2024년 852톤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며 어업 생태계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 특히 동해안은 2020년 8,652톤에서 2024년 852톤으로 90% 이상 급감하며 오징어 전멸 위기까지 겪었던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어획량 증가는 어민들에게는 가뭄 속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기후변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바다가 뜨거워지자 사라진 오징어
오징어 어획량 급감의 주범은 단연 기후변화다. 국립수산과학원의 '2024 수산 분야 기후변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1968~2023년 56년간 우리나라 해역의 표층 수온은 1.44℃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체 지구 표층 수온 상승 평균인 0.7℃와 비교해 2배 높은 수준이다. 특히 동해는 1.9℃ 상승해 국내 해역 중 가장 큰 폭으로 뜨거워졌다.
문제는 오징어가 유독 온도에 민감한 생물이라는 점이다. 산란장이 형성되는 가을철에 오징어 알과 유생이 잘 자랄 수 있는 수온은 15℃에서 23℃ 사이다. 하지만 2023년 10월 동해 수온은 최고 25.2℃까지 치솟았고, 전문가의 경고대로 24℃ 이상의 수온에서 오징어 유생의 생존 일수가 감소해 어획량에도 영향을 미쳤다.
김중진 국립수산과학원 박사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오징어 주 서식지인 연근해 동해 남부해역의 수심 50m 평균 수온(12~18℃)과 표층수온(15~23℃)이 과거보다 높아지면서 산란장 형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동해에 서식하던 오징어들이 러시아 등지로 북상하면서 어획량이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먹이사슬까지 흔들린 바다 생태계
수온 상승은 오징어 생존뿐만 아니라 바다 전체의 먹이사슬 구조를 바꿔놓았다.
해양수산부가 발행한 '장기해양생태계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1985년부터 2019년까지 관측된 동해의 온도를 분석한 결과 2000년대의 연평균 표층 수온이 1980년대보다 약 0.65℃ 상승했다. 그리고 바다 표층 온도가 상승하면서 해수의 밀도 변화로 인한 '혼합 약화' 현상이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는 바다 저층으로부터 식물플랑크톤 성장에 필요한 중요 영양염 공급이 감소했기 때문인데, 이런 환경 조건에서는 작은 식물플랑크톤의 성장이 큰 식물플랑크톤에 비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식물플랑크톤을 먹고 사는 동물플랑크톤 크기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결국 오징어가 양질 동물플랑크톤을 찾아 여름에는 서해로, 겨울에는 남해로 이동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돌아온 오징어, 그 이유는?
그렇다면 올해 갑작스러운 어획량 증가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한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울릉도 주변 수온 변화다. 현재 울릉도 주변 수온이 지난해보다 1.3℃, 평년보다 3.1℃가량 높아지면서 오징어 어군이 일찍 형성됐다. 통상 오징어 어군은 10월경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울릉도 근해에서 형성되는데 최근 해수 온도 상승으로 어장 형성 지점이 북상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선길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해양수산연구관은 "오징어는 다른 어류에 비해 회유경로가 큰 데다 7~8월 수온대가 이전보다 높다 보니 더 빨리 북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이유는 지난 동절기 기상 악화가 잦아 출어 및 어로 행위가 제한되면서 동해안 오징어 생산량에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오징어 어군은 11월경 차츰 울릉도 인근으로 내려오는데 이때 어획이 제한되면서 일시적으로 개체 수가 늘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시적 회복일까, 새로운 균형의 시작일까?
전문가들은 이번 어획량 증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장기적 회복보다는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1~6월 누적 어획량 230톤은 과거와 비교하면 여전히 크게 부족한 수준이다. 동해안 오징어 어획량은 2020년 8,652톤에서 2021년 6,035톤, 2022년 3,504톤, 2023년 1,365톤, 2024년 852톤으로 매년 급감하고 있어 장기 감소 추세는 변하지 않았다.
오징어 난자 치어를 조사한 이선길 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은 오징어 알이 매년 감소하고 있어 오징어 자원 자체가 과거에 비해 적어진 것으로 유추된다고 우려했다.
더 큰 걱정은 미래 전망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2100년까지 우리 바다 수온이 시나리오에 따라 14℃ 상승할 것으로 예측한다고 밝혔다. 연근해 수온은 현재 대비 2050년경 약 12도, 2100년경 약 2~4도 상승할 전망이다. 근본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이 핵심이라는 의미다.
2025년 동해 오징어 어획량 62% 증가는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이것이 진정한 회복의 시작인지, 아니면 변화하는 환경에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인지는 지속적인 관찰과 연구를 통해서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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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5-07-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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