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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리포트 3] 카자흐스탄, 중앙아시아의 에너지 허브를 꿈꾸다 탈탄소-공급다변화-에너지주권 확보를 위한 전략적 에너지 믹스 재편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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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기사 바로 가기: [카자흐스탄 리포트 2]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임대 수익 넘어 독자 우주기술로 '우주 강국' 도약

[편집자 주] 세계 최대 우라늄 생산국이자 중앙아시아의 에너지 대국인 카자흐스탄이 에너지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에 나섰다. 2020년대 중반 이후 정부가 본격 추진 중인 '에너지 믹스 재편' 정책은 단순한 전력 확보를 넘어 기후 정책 대응, 산업구조 전환, 에너지 주권 확보라는 삼중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평가된다.

카자흐스탄 리포트 마지막 순서는 탈탄소와 에너지 공급 다면화, 그리고 지난해 10월 원자력 발전소 건설 국민투표 가결 이후 급속히 진전되고 있는 에너지 현황을 집중 조명한다. 이 기사는 알마사담 사트칼리예프 에너지부 장관의 공식 발표, 티무르 잔티킨 카자흐스탄 원자력 발전소 회사 총괄이사와의 현지 언론 인터뷰, 토그잔 카세노바 핵 정치 전문가의 분석, 국제기구의 최신 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카자흐스탄은 현재 탈탄소-공급다변화-에너지주권 확보를 위한 전략적 에너지 믹스 재편 착수했다 ⒸThe Astana Times
카자흐스탄은 현재 탈탄소-공급다변화-에너지주권 확보를 위한 전략적 에너지 믹스 재편 착수했다 ⒸThe Astana Times

 

석탄 의존 구조에서 다원화된 에너지 포트폴리오로

본지 리포터가 아스타나와 알마티, 그리고 카자흐스탄의 광활한 대초원을 취재하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끝없이 높고 맑은 하늘이었다. 미세먼지와 황사로 뿌옇게 덮여 있는 한국의 답답한 하늘과는 사뭇 대조적인 광경이었다. 하지만 카자흐스탄이 직면하고 있는 에너지 현실은 이런 시각적 인상과는 달리 심각하다. 

카자흐스탄의 에너지 구조는 전형적인 화석연료 의존형이다. 2023년 기준 전체 전력 생산의 57%를 석탄에 의존하고 있으며, 화석연료 전체 의존도는 84%에 달한다. 특히 카라간다(Karaganda)와 파블로다르(Pavlodar) 등 북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석탄이 국가 전력 생산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어 온실가스 배출과 이로 인한 인체 건강, 환경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취재 과정에서 만난 아스타나 시민들은 겨울철 난방용 석탄 사용으로 인한 대기질 악화를 체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카자흐스탄의 재생에너지가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카자흐스탄 에너지부에 따르면 지난해는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달성했다. 2024년 기준 재생에너지는 전체 전력 생산의 6.4%를 차지했으며, 전력량으로 치면 7.58억 kWh에 해당한다고 에너지부 장관이 2025년 2월 26일 에너지 확대 회의에서 발표했다. 이는 2023년 5.92%에서 0.48%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절대량으로는 부족하지만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24년 한 해 동안 8개의 신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가동되어 총 163MW의 용량이 추가된 것은 주목할 만한 성과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의 재생에너지의 급속한 확장이다. 현재 카자흐스탄에는 146개 재생에너지 시설이 운영되고 있으며, 총 설비용량은 2.9GW에 달해 2014년 178MW 대비 16배 이상 급성장했다. 에너지부에 따르면 풍력발전소 59개(1.41GW), 태양광발전소 45개(1.2GW), 수력발전소와 바이오가스 발전소가 나머지를 담당하고 있다. 2024년에는 8개의 신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가동되어 총 163MW의 용량이 추가되었다고 사트칼리예프 장관이 밝혔다. 이는 카자흐스탄이 과거의 석탄 의존 체제에서 벗어나 청정에너지 중심의 다원화된 에너지 포트폴리오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고 인식하는 분위기다. 

알마티 화력발전소에 쌓여있는 석탄 ©RIFS
알마티 화력발전소에 쌓여있는 석탄 ©RIFS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5% 목표, 구체적 로드맵 나와

카자흐스탄 정부는 이러한 성장 동력을 바탕으로 더욱 야심찬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현지 언론인 카지노름(Kazinform)는 사트칼리예프 에너지부 장관의 발표를 인용하여 "2029-2030년에는 총 5GW 규모의 5개 주요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운영 개시가 계획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발표에 따르면 단기적으로는 2025년 총 1,810MW 규모의 13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경매를 통해 진행될 예정이며, 이는 풍력 4개, 태양광 4개, 수력 4개, 바이오매스 1개 프로젝트로 구성된다. 앞서 2024년에는 총 117.35MW 규모의 11개 시설 운영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는 풍력 3개(27.45MW), 태양광 2개(40MW), 수력 6개(49.9MW)로 구성되었다.

이러한 단계적 확장을 거쳐 카자흐스탄은 중장기적으로 에너지 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15%,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와 대안 에너지가 50%를 담당하는 구조로 전환할 계획이다. 사트칼리예프 장관은 "2035년까지 연간 4,400만 톤의 탄소 상쇄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카자흐스탄 아크몰라 지역의 제1풍력발전소(45MW)에 있는 Fuhrländer 풍력 터빈 ©RIFS
카자흐스탄 아크몰라 지역의 제1풍력발전소(45MW)에 있는 Fuhrländer 풍력 터빈 ©RIFS

 

원자력 발전소 건설, 국민투표로 사회적 합의 도출

에너지 믹스 재편의 핵심 축인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계획이 국민적 지지를 확보했다. 2024년 10월 6일에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전체 유권자 1,228만 명 중 782만 명이 투표에 참여해 63.66%의 투표율을 기록했으며, 투표자의 71.12%가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찬성했다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CEC)가 10월 8일 공식 발표했다.

건설 예정지는 알마티주 발카시 호수 인근의 윌켄(Ülken) 마을로, 이 지역은 1980년대 수력발전소 건설을 위해 조성된 정착촌으로 대규모 인프라 구축에 적합한 조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원자력 발전소 건설의 당위성에 대해 카자흐스탄 원자력 발전소 회사(Kazakhstan Nuclear Power Plants) 총괄이사 티무르 잔티킨(Timur Zhantikin)은 "카자흐스탄 전력의 70% 이상이 현재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되고 있어 보다 환경친화적인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사람들은 체르노빌을 말하지만 이는 고출력 채널 원자로였고 우리는 그런 원자로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우리가 고려하는 것은 3세대로 신뢰성이 높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라고 설명했다.

카자흐스탄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은 복잡한 국제적 이해관계 속에서 추진되고 있다. 

러시아, 중국, 한국, 프랑스, 미국 등 6개국 기업으로부터 총 13개 NPP 프로젝트가 제출되었고, 카자흐스탄 에너지부는 4개 공급업체를 후보 기업으로 선정했다. 

원전 건설 기술 후보군에는 ▲한국수력원자력의 APR1400, ▲중국 CNNC社의 HPR-1000, ▲러시아 Rosatom社의 VVER 노형, ▲프랑스 EDF社의 EPR-1200이 선정되었으며 이달 내 핵심 기술 공급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10월 6일 국민투표에서 투표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카자흐스탄에 최첨단 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들로 구성된 국제 컨소시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는 면밀한 분석을 통해 필요한 협상을 진행할 것이다.”라고 아스타나타임즈가 보도했다. 이는 특정 국가나 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다자간 협력을 통해 기술 주권을 확보하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건설 비용은 100-120억 달러로 추산되며 정부는 2035년까지 원자력이 국가 전력 생산의 5%를 담당하도록 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카자흐스탄은 세계 우라늄 생산량의 43%를 담당하는 최대 생산국임에도 불구하고 1999년 이후 원자력 발전 시설을 보유하지 않고 있어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에너지 자립도 향상과 동시에 우라늄 자원의 부가가치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카자흐스탄 원자력 발전소 건설 후보 기술로 선정된 한국 KHNP의 APR1400 원자로 모델 ⒸKHNP
카자흐스탄 원자력 발전소 건설 후보 기술로 선정된 한국 KHNP의 APR1400 원자로 모델 ⒸKHNP


에너지 전환, 카자흐스탄의 기대와 도전 

카자흐스탄의 에너지 전환은 상당한 기대와 그에 못지않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노후화된 인프라다. 전력 생산 시설의 65%가 20년 이상, 31%가 30년 이상 사용되어 왔으며 송배전 과정에서 15%의 전력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에너지 효율성을 크게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러한 인프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 송전망 운영업체인 KEGOC는 2025년까지 30억 달러 규모의 15개 프로젝트를 통해 송전선로와 변전소를 현대화하거나 신규 건설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2024년 7월에는 아시아개발은행(ADB)과 1억 2,300만 달러 규모의 협약을 체결해 남부 지역 고압 송전망을 확장하고 대규모 재생에너지를 전력망에 통합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다만 에너지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한계를 지적한다. 석탄 의존도가 급격히 감소하기 어려워 2028년에도 64.9%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어, 에너지 전환 목표 달성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정책 추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에너지 전환은 기술적 과제뿐만 아니라 복잡한 지정학적 고려 사항을 수반한다. 세계 우라늄 생산량의 43%를 담당하는 카자흐스탄의 Kazatomprom은 2023년 31억 달러의 매출과 13억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카자흐스탄이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기존 자원을 활용한 경제적 기회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핵 정치 전문가 토그잔 카세노바(Togzhan Kassenova)는 "카자흐스탄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은 원자력 에너지 문제를 넘어 국가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는 카자흐스탄이 에너지 안보 도전을 어떻게 다루고, 복잡한 지정학적 상황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관리하며, 정부가 '경청하는 국가'라는 약속을 지킬 것인지를 보여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추진된 카자흐스탄 서부 송전망 보강 프로젝트 지도 ⒸKEGOC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추진된 카자흐스탄 서부 송전망 보강 프로젝트 지도 ⒸKEGOC

 

중앙아시아 에너지 허브로의 도약

카자흐스탄의 에너지 믹스 재편은 탈탄소화, 에너지 안보, 경제 다변화라는 삼중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종합적 접근이다. 정부는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할 계획이며, 이는 중앙아시아 지역 전체의 에너지 전환에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정책적 전환이 성공한다면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 에너지 허브로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글로벌 에너지 전환의 모범 사례를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조화로운 발전, 국제 협력을 통한 기술 주권 확보, 그리고 환경적 지속가능성과 경제적 실용성의 균형이 카자흐스탄 에너지 전환의 핵심 성공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김현정 리포터
vegastar0707@gmail.com
저작권자 2025-07-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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