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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김현정 리포터
2025-06-23

1억 년 전 공룡의 '플러팅' 흔적 발견되다 미국 콜로라도에서 1억 년 전 백악기 공룡이 구애를 위해 춤을 추었다는 대규모 흔적 발견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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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억 년 전 백악기 시대 공룡의 구애 흔적이 발견됐다.

최근 미국 덴버에서 서쪽으로 약 23km 떨어진 세계적인 공룡 화석 산지 '다이노사우르스 리지(Dinosaur Ridge)'에서 대규모 공룡 흔적이 보고됐다. 이번에 발견된 독특한 흔적은 단순한 발자국이 아니라 땅을 긁거나 차는 행동으로 생긴 자국들로 과거 수각류 공룡이 ‘렉(leks)’이라 불리는 구애 행동의 흔적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 올드도미니언대학교와 덴버 자연과학박물관의 연구진으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이 지역에서 대형 수각류 공룡들이 모여 짝짓기 상대를 유혹하는 군무를 벌였을 수 있다는 가설을 제기했다. 연구팀은 이들이 집단 구애 공간에서 몸을 비틀고 발로 땅을 차는 동작을 함으로써 지구상에서 가장 화려한 구애를 펼쳤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팀은 일부 지역에서 이와 유사한 흔적이 보고된 바 있으나 이번 발견은 규모와 밀도 면에서 새로운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1억 년 전 공룡이 구애를 위해 춤을 췄다는 흔적이 발견됐다 Ⓒscience
1억 년 전 공룡이 구애를 위해 춤을 췄다는 흔적이 발견됐다 Ⓒscience


1억 년 전 공룡 흔적이 시간 밖으로…

이번 발견은 다이노사우르스 리지 내에서도 과거 조수 간만의 차로 인해 자주 침수되던 평탄한 지형에서 나왔다. 약 1억 년 전, 이 습한 지대는 하드로사우르스(Hadrosaurus)과 초식공룡을 비롯한 다양한 종의 공룡들이 오가던 곳이었다. 당시 진흙이 풍부한 지면 위에 남겨진 발자국 중 일부는 광물질이 빠르게 침전되면서 단단히 굳어졌고, 덕분에 오늘날까지 화석으로 보존될 수 있었다.

2023년에 연구진은 이 지역의 경사면에서 5개의 긁기 흔적이 암석층 속에서 화석 형태로 보존된 채 발견되었다고 보고한 바 있다. 해당 자국들은 중형 이족보행 공룡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었으며, 초기에는 둥지를 만들기 위한 행동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콜드웰 번틴(Caldwell Buntin) 올드도미니언대학교 고생물학과 교수는 더 깊은 분석을 위해 2019년 미 지질조사국이 촬영한 고해상도 드론 영상을 확보하고, 2024년에는 추가 항공 촬영을 진행해 자료를 수집했다. 

그 결과 이전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수의 흔적 화석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며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긁은 자국 35개가 추가로 확인됐다. 

미국 콜로라도 서부 Club Gulch 유적지에서 발견된 백악기 시대의 대형 긁기 자국 두 개 ⒸM. Lockley
미국 콜로라도 서부 Club Gulch 유적지에서 발견된 백악기 시대의 대형 긁기 자국 두 개 ⒸM. Lockley


지층에 남겨진 ‘연애 흔적’

이전까지 고생물학자들이 공룡의 흔적으로 인식하던 것들은 대부분 보행 발자국이었다. 그러나 다코타 사암층에서 발견된 수십 개의 크고 깊게 파인 흔적은 걷거나 달린 흔적이 아니라 제자리에서 앞발이나 뒷발로 긁어댄 독특한 행동의 결과로 해석된다. 

이 흔적들은 평균 길이 116cm(최대 200cm), 너비 76cm, 깊이 15cm 정도에 달했으며 일부에서는 발톱 자국(digital scratch marks)이 뚜렷하게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드론 기반의 고해상도 항공 사진과 3D 포토그래메트리 기법을 활용하여 다코타 사암층 두 개 지층에서 대형 수각류의 긁은 흔적 25개를 촬영하고 분석했다. 또한 이들의 행동 방향성 추정을 위해 후미쪽 퇴적물의 퇴적 형태 등을 면밀히 분석했다.

다이노사우르스 리지에서 발견된 공룡의 렉킹 흔적 시각화 자료 ⒸCretaceous Research
다이노사우르스 리지에서 발견된 공룡의 렉킹 흔적 시각화 자료 ⒸCretaceous Research

분석 결과 이 자국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뉘었다.

첫 번째는 경계가 불분명하고 그릇처럼 오목한 형태였지만, 대다수는 길고 가늘며 서로 겹치는 정교한 패턴을 나타냈다. 

연구팀은 이 자국이 왼발과 오른발이 반복적으로 뒤로 차는 움직임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일부 자국은 시계 방향으로 몸을 회전하면서 발톱으로 모래를 긁은 형태를 보이며 일종의 ‘춤’ 동작을 연상시킨다. 일부 원형 움푹 파인 자국은 구애 이후 둥지로 사용된 흔적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또한, 자국들이 한정된 공간에 밀집되어 있고, 서로 다른 지층에서도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동일한 종의 공룡들이 여러 번 이 장소를 찾아 행동을 반복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정황이 단발적인 둥지 조성 행동이 아니라, 반복적인 구애 활동이나 사회적 행동의 일환일 수 있음을 강하게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번틴 박사는 “이런 흔적들은 단순한 보행이나 채식 흔적이 아니라, 고도로 의도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이는 공룡의 사회적 행동과 생식 생태에 대해 새로운 단서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2016년에 콜드웰 번틴(Caldwell Buntin) 올드도미니언대학교 고생물학과 교수와 같은 연구팀이 발견한 레킹 흔적의 삽화 ⒸScience Magazine
2016년에 콜드웰 번틴(Caldwell Buntin) 올드도미니언대학교 고생물학과 교수와 같은 연구팀이 발견한 레킹 흔적의 삽화 ⒸScience Magazine


“여긴 구애하기 좋은 장소”, 아레나 형성 가능성 제기 

한편 이번 발견은 이 지역이 단순한 화석 산지가 아니라 수컷 공룡들이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 일종의 ‘춤’을 추던 ‘백악기의 무도회장(Cretaceous dance floor)’이었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긁은 자국들의 공간적 분포가 현대 조류의 렉킹(lekking) 행동과 유사한지를 확인하기 위해 대표적인 구애 방식인 스크래핑(scraping)을 중심으로 통계적 상관분석과 행동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자국 간 평균 간격은 약 1.8m로 나타났다. 이는 오늘날 렉을 형성하는 조류 개체 간 거리와 유사한 수치다. 이러한 공간 배치와 반복 양상은 공룡들 또한 현대 조류처럼 집단 구애를 위한 사회적 행동 전략을 사용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렉(leks)’은 일부 조류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번식 전략으로 수컷들이 특정한 장소에 모여 땅을 차거나 소리를 내며 암컷의 선택을 기다리는 구애 행동이다. 이들이 짝짓기를 시도하는 공간을 ‘렉’이라고 하며, 렉킹 행동을 보이는 대표적인 생물로는 뇌조(grouse), 느시(bustards), 목도리도요(ruff), 바위새(cock-of-the-rock) 등이 있다. 이때 렉의 중심에는 지위가 높은 수컷 1~2마리가 자리하고, 낮은 지위의 수컷들은 주변부에서 경쟁을 벌이는 사회적 구조를 형성한다.

번틴 박사는 “이 장소는 개별적인 둥지 조성을 위한 흔적이라기보다, 여러 수컷 공룡들이 모여 짝짓기 상대를 유혹하는 구애 활동을 벌였던 렉 아레나로 해석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해석을 검증하기 위해 다이노사우르스 리지에서 발견된 긁은 흔적들을 전 세계에서 보고된 유사 화석지 두 곳인 루비두 크리크(Roubideau Creek, Colorado)와 클럽 굴치(Club Gulch, Colorado)와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다이노사우르스 리지의 흔적은 밀도, 방향성, 반복성 면에서 더욱 조직적인 패턴을 보였으며, 평균 자국당 30개 이상의 긁기 흔적이 기록돼 있었다.

번틴 박사는 “이처럼 명확한 구조와 반복성을 지닌 공룡 구애 무대는 지질학적 기록 속에서도 매우 희귀한 사례”라며, “이제 우리는 단순히 공룡이 ‘존재했는가’라는 질문을 넘어, 그들이 당시 어떤 행동을 하고 있었는지를 이야기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다”고 덧붙였다.

김현정 리포터
vegastar0707@gmail.com
저작권자 2025-06-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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