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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김현정 리포터
2025-05-27

강물로 흘러든 항생제 8500톤, 지구촌 수질을 위협하다 전 세계 사람이 섭취하는 40종의 대표 항생제 중 약 29% 강물로 유입, 박테리아 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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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항생제

사람의 병을 낫게 하려고 먹은 약이 오히려 병이 되어 돌아올 위기에 놓였다. 

페니실린 발견 이후 수십 년간 감염성 질환 치료에 필수적인 약물로 자리 잡은 항생제. 세균을 억제하고 죽이는 이 약물이 하수도를 타고 지구 곳곳의 하천에 축적되어 생태계를 교란하고 사람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 강에서는 항생제 농도가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이 오염은 단지 물고기나 조류를 통한 간접이 아니라 사람의 건강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다.

최근 항생제 소비의 결과로 하천과 해양 생태계에 광범위한 오염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정량적으로 입증돼 주목을 받고 있다. 

PNAS Nexus에 게재된 국제 공동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사람이 섭취하는 40종의 대표 항생제 총량은 연간 29,200톤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약 29%에 해당하는 8,500톤이 강물로 유입되고 11%인 3,300톤은 바다나 내륙 호수에 도달한다. 

이 연구는 수의학, 공업, 양식업을 제외하고 오로지 사람의 소비만을 기반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사람이 먹은 항생제만으로도 이미 하천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병을 낫게 하려고 먹은 항생제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Shutterstock
병을 낫게 하려고 먹은 항생제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Shutterstock

 

전 세계 하천 25%, 항생제 오염 ‘고위험’ 상태

캐나다 맥길대학교 지리학과 연구진과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연구진의 공동연구로 진행된 이 연구는 전 세계 인구의 항생제 섭취량과 폐수처리 현황을 종합해 항생제가 지표수에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는지를 추산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세계 하천 총 연장 2,380만km 중 25%에 해당하는 598m 구간에서 항생제 농도가 생태계 보호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220만km 구간은 ‘매우 고위험’ 수준으로 평가됐다. 

연구진은 이 분석이 물의 흐름이 적은 건기 조건을 기준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악화된 상황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인도,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베트남, 튀르키예 등 15개국에서 전체 하천의 80% 이상이 고위험 또는 매우 고위험 수준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3,800만km 하천에서 최소 하나의 항생제 농도가 개별 위해 수준을 초과했으며,  70만km 이상에서는 10종 이상의 항생제가 동시에 고위험 기준을 초과했다고 밝혔다.

베른하르트 레너 맥길대학교 교수는 “단일 약물뿐 아니라 다양한 항생제가 복합적으로 존재하는 강물에서는 예기치 못한 독성 상승효과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수생태계를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고 경고했다.

인간이 섭취한 항생제가 폐수와 자연 경로를 통해 강과 바다로 이동하는 과정 ⒸPNAS Nexus
인간이 섭취한 항생제가 폐수와 자연 경로를 통해 강과 바다로 이동하는 과정 ⒸPNAS Nexus

 

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아목시실린’

오염이 심각한 구간에서 발생한 주요 항생제는 아목시실린(45%), 세프트리악손(25%), 세픽심(17%)이었다. 이들 약물은 고위험 수역의 면적 기준으로 가장 넓은 범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아목시실린(amoxicillin)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항생제다. 인후염, 중이염, 폐렴 등의 호흡기 감염과 피부 및 연조직 감염, 요로감염 등 광범위 세균 치료에 널리 사용되며 비교적 낮은 내성 위험성과 광범위한 접근성을 가진 약물이다. WHO가 접근성과 저항성 위험을 기준으로 분류한 ‘Access Group’에 포함돼 있지만 환경 측면에서는 그렇지 않다. 

에할트 마세도 박사는 “아목시실린은 β-락탐 고리 구조로 인해 환경 중에서 빠르게 분해되지만 사용량 자체가 매우 많기 때문에 여전히 주요한 오염원이 된다”고 밝혔다.

반면 세프트리악손과 세픽심은 WHO의 ‘Watch Group’에 포함된 항생제로 내성 유발 가능성이 높아 제한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들 약물 역시 개발도상국에서 접근성과 비용 문제로 인해 처방이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도는 세픽심이 80% 이상의 하천에서 주요 수질 오염 항생제로 나타났다.

전 세계 하천의 항생제 위해 수준은 총 40종 항생제를 기준으로 평가되었으며, 저유량 조건에서 상당수 하천이 환경 위해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PNAS Nexus
전 세계 하천의 항생제 위해 수준은 총 40종 항생제를 기준으로 평가되었으며, 저유량 조건에서 상당수 하천이 환경 위해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PNAS Nexus


결국 인간에게 돌아오는 항생제의 위협

이 연구는 생태계뿐만 아니라 사람의 건강에도 경고 신호를 보냈다. 

전 세계적으로 324,000km의 하천에서는 항생제 농도가 ‘섭취량 등가 기준’으로 상위 1%에 해당하는 고농도로 나타났으며, 이 하천 주변 10km 이내에는 약 7억 5천만 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전 세계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연구진은 이를 기반으로 “강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경우, 일부 지역 주민들은 WHO가 제시한 허용 일일 섭취량(ADI, Acceptable Daily Intake)을 초과해 항생제를 섭취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컨대 항생제 시프로플록사신(ciprofloxacin)의 경우 상위 1% 구간의 농도에서 하루 2리터의 물을 마시면 체중 1kg당 0.97µg을 섭취하는 셈이다. 이는 WHO 기준을 6배 이상 초과하는 수치다.

클라인 존스홉킨스의대 박사는 “물속의 항생제 잔류물이 내장 세균총에 영향을 미쳐 내성균을 형성할 뿐 아니라 만성 노출이 알레르기, 자가면역질환, 대사질환, 정신질환, 심지어 대장암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항생제가 정수 과정을 거친 후에도 음용수에서 검출된 사례는 미국, 한국, 중국, 이라크 등에서 보고된 바 있다. 연구팀은 “목욕이나 세탁, 농업용수로의 활용 등 직접 음용 외 경로를 통해서도 인체 노출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 1,220만 km에 달하는 하천에서 아목시실린이 단독으로 환경 위해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PNAS Nexus
전 세계 1,220만 km에 달하는 하천에서 아목시실린이 단독으로 환경 위해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PNAS Nexus


항생제의 강 오염, 지금 막아야 미래가 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인류가 직면한 항생제 내성 위기의 한 축이 ‘환경 경로’를 통해 고조되고 있음을 경고하며,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할트 마세도 박사는 “이번 모델은 인간 소비만을 고려했음에도 전 세계 하천의 4분의 1이 이미 생태계에 위협적인 수준의 오염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이는 수의학, 제약 산업, 양식업까지 포함할 경우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하수 및 폐수처리 시스템의 확대와 고도화가 절실하며, 항생제 제조공정과 축산업으로부터의 배출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또한 새로 승인되는 항생제는 인간 치료 효과뿐만 아니라 환경 내 잔류 가능성과 분해율을 사전에 평가하는 ‘One Health’ 관점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세도 박사는 “이 연구는 항생제 소비라는 일상적 행동이 어떻게 세계 수자원을 위험에 빠뜨리는지 보여준다”며, “글로벌 대응이 없다면, 오염은 확산되고 항생제의 미래는 불투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정 리포터
vegastar0707@gmail.com
저작권자 2025-05-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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