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탄소배출권거래제가 오히려 독성물질 배출을 늘리는 역효과를 가져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기술경영학부 이나래 교수와 미네소타주립대 아심 카울 교수 공동 연구팀이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기업들의 독성물질 배출을 최대 40%까지 증가시켰다는 점을 처음으로 입증했다고 13일 밝혔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도(Cap and Trade Program)는 온실가스 배출 총량 상한(cap)을 설정하고 기업에 자체 감축 노력을 통해 배출량을 줄이거나 거래(trade)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시장 원리를 활용해 온실가스를 줄이고 경제적인 유인을 통해 환경 개선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연구팀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캘리포니아주 대형 제조업 시설에서 발생한 온실가스·유해 물질 배출량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탄소배출권 거래제도의 적용을 받은 시설들이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유해 폐기물의 처리 활동을 줄이면서 오히려 납·다이옥신·수은 등 독성물질 배출이 적게는 29%에서 최대 40%까지 늘어난 사실을 확인했다.
이러한 효과는 환경 감시가 약한 지역에서, 독성도가 낮은 화학물질 처리 분야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탄소배출권 거래제 적용을 받지 않음에도 같은 기업 소속일 경우 독성물질 배출이 늘어난 것으로 볼 때 기업 차원에서 환경 문제에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나래 교수는 "탄소 감축 제도는 탄소의 발생량 자체를 규제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탄소를 줄이는 데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환경 부문을 희생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책이 또 다른 환경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며, 사회적 목표 간의 상충(trade-off)을 정교하게 고려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매니지먼트 사이언스'(Management Science)에 지난달 22일 자로 실렸다.
논문은 KAIST의 오픈 액세스(Open Access) 출판 지원을 통해 누구나 무료로 열람할 수 있다.
- 연합뉴스
- 저작권자 2025-05-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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