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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김현정 리포터
2025-03-28

[세계 물의 날 특집 3] 안개에서 ‘물’을 찾다 안개수 포집 기술, 심각한 물 부족 국가에 대안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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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여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은 역사상 최악의 물 부족 위기를 겪었다. 수도꼭지를 돌려도 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데이 제로(Day Zero)’가 이어지면서 시민들은 샤워 시간을 90초로 제한하고 화장실 물 내리기를 미뤘다. 

불과 2년 전에도 데이 제로를 겪은 이곳 시민들은 같은 상황이 언제든 다시 닥칠 수 있다는 위기감을 안고 살고 있다. 당시 CNN과 인터뷰한 요하네스버그의 주민은 “5~7일 동안 물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 우리는 2주 동안 더위와 싸우고 물 부족을 겪고 있지만, 사실은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이 문제는 있어 왔다.”고 말했다. (CNN ‘24.3.24 보도)  

이같이 극심한 물 부족을 겪고 있는 도시는 이곳만이 아니다. 유럽, 중동, 남미에 이르기까지 급격한 도시화와 기후변화가 맞물리며 지구촌 곳곳이 물 부족의 늪에 빠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으로 알려진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의 도시 알토 오스피시오(Alto Hospicio)는 새로운 물부족 해결책을 실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개수 포집 기술을 통해 물로 전환할 수 있는지 평가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Frontiers in Environmental Science 최신호에 발표된 이 연구는 안개수 포집이 단순한 생존 전략을 넘어, 도시가 비전통적 수자원을 통해 어떻게 지속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안개수 표집 기술이 극심한 물 부족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하늘에서 길어 올린 희망’이 될까? ⒸGettyimagesbank

안개수 포집 기술이 극심한 물 부족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하늘에서 길어 올린 희망’이 될까? ⒸGettyimagesbank

 

지속 불가능한 도시, 안개에 희망이?

알토 오스피시오는 약 10,000년 전 마지막으로 함양된 대수층에 의존하고 있는 도시다. 이 지하수는 현재의 기후 조건에서는 재충전이 불가능한, 사실상 비재생 자원으로 이미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2035년까지 약 178,80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즉, 이 도시는 지속 가능성이 없는 비재생 수자원에 기반한 채 성장하고 있는 이중 압력과 구조적 불안정성을 안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시가 선택한 대안은 ‘안개 포집(fog harvesting)’이다. 안개는 바다에서 육지로 이동하는 낮은 고도의 구름으로, 알토 오스피시오가 위치한 고도 약 500~1000m 구간에서 자주 포착된다. 도시 북동쪽과 남동쪽 산지 지역에서는 하루 평균 최대 10L/m²의 물을 수확할 수 있는 가능성이 확인되었다​.

알토 오스피시오(AH) 도시 지역의 수원은 지하수 시추공인 칸초네스(Ca)와 쿠미냐야(Cu)에서 공급되며, 이 수원들은 라 우아이카(LH)에도 물을 공급한다. ⒸFrontiers in Environmental Science

알토 오스피시오(AH) 도시 지역의 수원은 지하수 시추공인 칸초네스(Ca)와 쿠미냐야(Cu)에서 공급되며, 이 수원들은 라 우아이카(LH)에도 물을 공급한다. ⒸFrontiers in Environmental Science

 

안개수 포집 기술의 실효성 평가는?

벨기에 자유대학교와 칠레 마요르대학교, 칠레 가톨릭대학교 사막연구센터의 공동 연구팀은 안개가 도시 인프라와 통합 가능한 대체 수자원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은 극심한 수자원 부족을 겪고 있는 칠레 알토 오스피시오를 대상으로 1년간의 현장 실측과 수치 모델링(AMARU 모델)을 통해 안개 수확 가능성을 분석했다. 

현장 기반 실측은 국제 표준에 따라 설계된 ‘표준 안개수집기(Standard Fog Collector, SFC)’를 활용해 수행되었다. 이 실험을 위해 두 개의 SFC를 설치했는데, 하나는 고도 약 683m의 고지대, 다른 하나는 572m에 위치한 저지대에 배치되었다. 이 장치는 복층 라셸로 구성된 수직 그물에 안개 입자를 포집하고, 이슬방울이 모여 물로 전환되면 수로를 따라 저장 탱크로 모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SFC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는 계절별 안개 발생량, 하루 중 시간대에 따른 수확 편차, 고도에 따른 수확 밀도의 차이를 통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었다.

실측 데이터와 함께 적용된 또 하나의 핵심 방법론은 수치 모델링이다. 연구팀은 안개수 수확량을 시공간적으로 정량화할 수 있도록 개발된 ‘AMARU(Advective fog Model for Arid and semi-arid Regions Under climate change)’ 모델을 채택했다. 

이 모델은 고도별 기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기 중 액상 수분 함량을 계산한 뒤, 해당 고도에서의 풍속, 메쉬 표면과의 수직 교차율, 포집 효율 등을 고려해 단위 면적당 수확 가능량을 산출한다. 해당 모델은 과거 안개 생태계 보존지역인 알토 파타체에서의 실측치와 비교해 약 10% 내외의 오차율로 검증되었으며, 알토 오스피시오 내의 실측값과도 유사한 패턴을 나타내며 신뢰성을 확보했다.

표준 안개 수집기(SFC) ⒸFrontiers in Environmental Science

표준 안개 수집기(SFC) ⒸFrontiers in Environmental Science

 

안개포집기술, 실현 가능한가? 

연구결과 알토 오스피시오를 둘러싼 해발 700~1,100m의 산지 지역에서 가장 높은 안개수 수확 가능성이 확인되었다. 특히 도시 북동부와 남동부의 고도 800~900m 지역에서는 연평균 최대 10L/m²/day에 달하는 수확량이 모델에 의해 예측되었으며, 이 지역들은 도시 경계로부터 1km 이내에 위치하고 있어, 향후 인프라 구축 시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도 유리한 입지를 갖는다. 

아흐메드 칸((Ahmed Z. Khan) 벨기에 브뤼셀 자유대학교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우리는 이 지역에서 지속 가능하고 저비용의 대체 수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확인했다. 특히 고도가 높고 바다로부터 습기가 유입되는 방향에 위치한 지역은 안개 수확 조건이 매우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한편, 안개수 포집은 계절적 변동성 역시 뚜렷하게 나타났다. 

안개 수확 가능 기간은 주로 5월에서 10월 사이, 즉 남반구의 겨울과 봄철에 집중되며, 하루 중 수확은 주로 새벽 0시에서 오전 9시 사이에 이루어졌다. 이 시간대는 기온이 약 10℃까지 떨어지고, 상대습도가 100%에 근접하는 시간대이기도 하다. 고도가 낮은 지역에서는 안개 구름의 기반 고도보다 아래에 위치함에 따라, 수확 가능성이 사실상 0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알토 오스피시오 주변 지역의 안개수 잠재량(Wh). 짙은 파란색은 연평균 일별 수집량을 나타내며, 빨간 점은 두 개의 관측 지점을 나타낸다. ⒸFrontiers in Environmental Science

알토 오스피시오 주변 지역의 안개수 잠재량(Wh). 짙은 파란색은 연평균 일별 수집량을 나타내며, 빨간 점은 두 개의 관측 지점을 나타낸다. ⒸFrontiers in Environmental Science


물 수급 불안 지역에 대안이 될까?

연구팀은 활용 가능성에 있어서도 실질적인 수요 대응력을 기반으로 한 추정치를 제시했다. 

예컨대 도시 외곽 슬럼가에서 현재 매주 트럭으로 공급받는 약 30만 리터의 물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연간 평균 수확률 2.5L/m²/day 기준으로 약 17,000m²의 안개망이 필요하다. 이 수치는 대형 안개 포집 인프라로는 설치 가능한 범위 내에 있으며, 계절적 공백기에는 저장조나 물류 수단을 통해 대응이 가능하다. 도시의 공공 녹지(30ha) 유지에 사용되는 일일 약 10만 리터의 물 역시, 110m² 수준의 안개망으로 충분히 충당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왔다.

특히 주목할 만한 활용 분야는 도시농업이다. 안개수는 낮은 용존 고형물 함량으로 인해 정수 과정 없이도 수경재배에 적합하며, 물 사용량이 토양 기반 농업보다 적은 수경 시스템과의 궁합이 뛰어나다. 실험 결과, 1m²의 안개망으로 약 5m²의 수경 재배지를 운영할 수 있으며, 상추 기준 한 달에 15~20kg의 신선 채소를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저소득층의 식량 접근성을 높이고, 외부 공급망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연구팀은 알토 오스피시오 북부 엘 보로 지역 46개 비공식 정착지 주민들에게 생존 수단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는 약 10,000 가구가 수도 시설 없이 생활 중이며, 트럭으로 일주일에 30만 리터의 식수를 공급받고 있다. 안개 수확률이 평균 2.5L/m²/day라고 가정하면, 이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그물 면적은 약 17,000m²에 불과하다. 이는 현실적으로 설치 가능한 범위에 속한다​. 

버지니아 카터(Virginia Carter) 칠레 사막연구센터 연구원은 "물 수급이 불안정한 지역에 있어 안개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계절적 한계는 있으나,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저장 시스템과 병행한다면 충분히 지속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추가적인 장기 관측을 통해 모델 정밀도를 더욱 향상시키는 한편, 정책적 차원에서의 도입 가이드라인 마련과 지역 공동체 참여 기반의 운영 체계 구축을 제안할 계획이다. 

김현정 리포터
vegastar0707@gmail.com
저작권자 2025-03-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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