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야생 호랑이 보전 활동이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호랑이의 서식지를 복원하여 개체 수를 늘리는 지금까지의 목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과 호랑이의 공존 문제에 관심을 갖자는 분위기다. 야생 호랑이 보호 구역을 확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을 위한 경제적 지원과 인식 개선 프로그램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단순한 환경 보호 문제에서 사회적, 경제적 요인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복합적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에 관한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Science에 게재됐다.
야생 호랑이, 생물다양성 보전의 상징이지만 멸종위기종
호랑이는 생태계 내 최상위 포식자로서 야생동물 개체 수 유지와 생태계 균형자로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전 세계적으로 호랑이는 생태계 보전의 상징적인 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호랑이뿐만 아니라 생태계 전체에 가혹하다. WWF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0년간 호랑이의 서식 범위가 90% 이상 줄어들면서 개체 수가 심각한 수준으로 급감했다. 삼림 벌채와 도시화, 또 불법 밀렵까지 더해지면서 야생 호랑이는 국제자연보전연맹에 적색목록 '위기(EN, Endangered)'종으로 등재된 심각한 멸종위기종이 되었다.
이에 따라 2010년 이후 세계자연기금(WWF)과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등 국제기구가 멸종 위기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노력은 개별 국가의 대응만으로는 멸종 위기를 막기 어렵다는 공감대 속에 더욱 강화되었다.
덕분에 호랑이 복원 전략이 시행된 지역에서 개체 수 회복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인도와 네팔 등 호랑이 주요 서식지에는 2010년보다 두 배 가깝게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보호 구역 내 철저한 순찰과 밀렵 단속 등 지역 주민들의 참여가 개체 수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WWF는 “지속적인 서식지 보호와 인근 지역 주민과의 협력이 호랑이 보전의 핵심 요소.”라고 강조하고 있다.
호랑이 보전 프로젝트 ver. 2, 호랑이와 인간의 공존으로…
한편, 최근 인간과 호랑이의 공존 가능성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지속 가능한 복원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단순한 개체 수 보호를 넘어 인간 사회와의 공존 전략, 이른바 두 번째 버전인 셈이다.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진 대로 야생 호랑이 개체 수의 변화는 서식지 환경과 인간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보호구역 인근에서 호랑이 개체 수가 빠르게 증가했지만, 인구 밀도가 높고 인간 활동이 집중된 지역에서는 뚜렷한 감소세를 나타냈다.
이에 인도 국립생물과학센터와 야생동물연구소 연구진은 호랑이 복원과 지역 주민의 생계 문제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본 연구는 2006년부터 2018년까지 약 12년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인도의 381,000km²에 달하는 호랑이 서식지를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연구진은 GIS 기반의 10×10km 격자를 활용하여 지역을 구분하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했다.
연구에 활용된 핵심 데이터는 호랑이 발자국과 흔적, 소리 관찰 등을 통한 개체 수와 야생 호랑이의 먹이인 초식동물의 개체 수다. 또한, 벌목, 가축 방목 등 인간 활동이 서식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인간-호랑이 갈등 상황을 모니터링했다. 대표적인 갈등 상황은 농작물 피해와 가축 습격 사례다. 이와 더불어 지역 주민의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진행하여 호랑이 보호에 대한 인식 및 생계 활동 의존도를 파악했다. 주민들이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과 야생 호랑이 보호에 대한 태도를 분석하여 갈등의 주요 원인을 식별했다.
지역사회와의 협력 수준이 지속적 ‘공존’을 좌우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호랑이 개체 수 회복은 보호 지역과 먹이 자원의 풍부함에 크게 좌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2년간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보호 구역이 설정된 지역에서는 평균적으로 호랑이 개체 수가 40% 증가한 반면, 보호 구역 외부에서는 개체 수가 평균 15% 감소했다. 특히, 먹이 동물의 개체 수가 풍부한 지역에서는 호랑이 정착률이 65% 이상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호랑이는 보호 구역 인근에서 빠르게 서식지를 확장했으며, 특히 먹이 자원이 풍부한 곳에서 높은 정착률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반면, 인간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호랑이 개체 수 감소가 두드러졌다.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호랑이 개체 수가 평균 25% 감소했으며, 이러한 지역에서는 가축 피해로 인해 인간과의 갈등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농작물 피해와 가축 습격은 빈곤한 지역 주민들에게 큰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며, 이는 호랑이 보호 활동에 대한 반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드벤드라데브 잘라(Yadvendradev Jhala) 박사는 "빈곤이 심한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생계를 위해 산림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호랑이와의 갈등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결과를 토대로 연구진은 "호랑이 개체 수 감소는 보호 조치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와의 협력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협력적 보전 모델을 적용한 경우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대표적 사례로 연구진은 인도와 네팔의 몇몇 지역에서 주민들에게 호랑이 보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는 모델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지역 주민들은 호랑이 보호 활동에 대한 이해를 높였고, 일정한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생태 관광을 통해 호랑이 보호 구역에서 발생하는 관광 수익이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례도 있었다. 인도의 코르비 보호구역에서는 관광 수익을 지역 주민들과 나누는 시스템을 구축해, 주민들이 호랑이 보호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했다. 이는 호랑이 복원과 지역 경제의 상생을 가능하게 한 중요한 사례로 평가된다.
잘라 박사는 "호랑이 보전은 단순한 환경 보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요인과 함께 고려해야 하는 복합적인 과제다"라며, 정책 입안자들이 인간과 호랑이가 공존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는 인간과 야생동물의 공존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하며, 향후 지속 가능한 보전 정책 수립에 중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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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5-02-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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