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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안현섭 객원기자
2023-11-14

동물들아! 기상 관측을 부탁해 동물들의 다양한 분포 그리고 식생에 대한 이해를 통한 기후 연구 데이터 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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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의 카나리아> 라는 표현이 있다. 임박한 위험을 가장 먼저 기민하게 파악하고 알려주는 사람이나 대상을 빗대는 이 말은 탄광 작업 전에 갱도 내에 존재하는 유독가스를 탐지하기 위해 데리고 광부들이 가지고 간 데서 유래한 말이다. 카나리아 이전에는 토끼나 쥐를 이러한 감시종으로 활용했고, 전자 센서 기술의 발달로 동물을 이러한 목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지만 오늘날에도 과학자들은 환경 오염이나 특수한 경우에 동물을 여전히 활용하고 있다.

기후 변화 연구에서도 동물들을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한 예로 예일 대학교 생물다양성/지구변화 센터와 막스플랑크 동물행동 연구소가 공동으로 최근 발표한 논문은 동물들을 날고, 걷고, 헤엄치는 기상 관측소로 활용할 수 있음을 언급하고, 마치 최신 센서를 장착한 <21세기 탄광 카나리아>로 비유하였다. 물론 카나리아처럼 동물의 목숨을 댓가로 하지 않는다는 점도 언급할 수 밖에 없다.

논문에서 연구진은 기상 및 기후 데이터를 수집하는 오늘날의 보편적 데이터 수집 방법의 한계점을 설명하고, 동물의 신진대사와 이동, 활동 상태와 같은 미시 활동 데이터 뿐 이나라 기온, 해양 염도, 대기 오염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동물에게 장착하는 방식의 이점을 전반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한 예로 인공위성은 구름으로 뒤덮인 아마존이나 아프리카 정글의 캐노피 표면의 온도는 측정할 수 있지만 그 아래 지상의 온도는 측정할 수 없다. 그러나 최신 GPS 트래킹 센서를 부착한 원숭이는 그 일을 할 수 있다. 또한 온도 상승으로 인한 열 스트레스 수준도 파악할 수 있다.

먼 거리를 이동하는 황새는 기후변화 연구에 중요한 데이터를 수집해 준다. ⓒ막스플랑크 연구소

 

산양은 외딴 산지의 기후관측소

대부분의 기상 관측소는 평지와 도심지에 위치하지만 기후변화를 그대로 반영하는 산지에는 거의 세워지지 않는다. 비용 문제이기도 하고 우선순위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산악 지형에서 경사면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산양에게 센서를 부착하면 지상 온도 변화를 정밀하게 수집할 수 있게 된다.

대서양 상공에서는 고가의 기상관측 장비들이 비행기 조종사에게 난기류 정보를 제공하여 경고를 해 주지만 이러한 장비를 모든 지역에 배치할 수는 없다. 가령 일본에서 칠레를 오가는 항로는 그러한 정보를 파악할 수 없다. 그래서 실제로 일본은 고고도를 나는 새들에게 풍속 측정 센서를 장착하기도 한다. 거북이에게 부착한 센서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일기예보 및 해양 모델링에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즉 동물들은 정밀하게 조정된 기상 관측소 역할을 할 수 있는 셈이다.

막스 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of Animal Behavior)는 이미 수천 마리의 새와 동물에 센서를 장착하여 야생 동물이 번성하는 장소를 파악하고, 그 이동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이러한 센서는 1차적으로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동물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고, 이를 예측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을 생생하게 측정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코끼리물범은 남극에서 기후변화 연구에서 큰 일을 하고 있다. 얼음의 깊이와 해양 염도와 관련된 정보의 약 80%를 수집해 주고 있으며, 이 값들은 오늘날 그리고 미래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을 예측하는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 센서 달린 황새는 몇 초 이내로 지표면에 대한 정보를, 글자 그대로 조감도를 제공해 주고 있다. 이는 인공위성 기반 고해상도 이미지가 갖는 한계를 완벽하게 보완해 준다.

 

상어를 따라가며 해초 찾기

해초는 해당 지역의 탄소배출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또한 맹그로브(Mangroves) 나무는 탄소 저장능력이 우수하여 이 식물의 번식과 우거짐 정도는 기후 변화 연구에서 중요한 자료가 된다. 이런 식물 주변에 서식하는 호랑이 상어떼를 추적하면 맹그로브와 해초의 식생을 유기적으로 파악학 수 있다. 이는 동식물 생태계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전 세계적으로 인간이 직접 접근하거나 장비를 통해 관찰이 어려운 어려운 지역을 원격으로 모니터링 하는 셈이다.

이러한 혜택은 야생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극한의 이상 고온으로 시달리는 도심지에서 태그가 부착된 비둘기는 인구 밀집 지역의 도시 열섬 현상과 대기 오염 수준을 식별하는 중요한 자료를 제공해 준다.

이러한 자료 수집 방법의 발전은 기존에 기상학자나 생물학자가 거의 사용하지 않던 GPS를 기반으로, 가장 안전하면서도 생태계에 영향을 주지 않는 자료 수집 방법론으로 많은 연구 커뮤니티에서 자리매김 할 것을 기대해 본다.

안현섭 객원기자
저작권자 2023-11-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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