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환경·에너지
이성규 편집위원
2005-10-04

청계천, 과학이 흐른다 (중) 물길 12만톤의 맑은 물로 되찾은 자연 생태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지난 6월 말 장마를 몰고 오는 폭우가 내린 날, 서울 도심 한복판인 청계천에서는 때 아닌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중구 황학동 청계천 복원구간의 황학교 부근에 나타난 잉어 떼를 잡기 위해 시민들이 그물과 뜰채를 든 채 물 속으로 뛰어든 것이다.

길이 50~60cm 크기의 잉어들은 폭우로 인해 수심이 높아지자 한강 지류를 따라 청계천까지 거슬러 올라온 것으로 추정되었다. 어쨌든 이날 소동은 지난 60년대 이후 청계천에서 처음으로 물고기 떼를 보게 되어 시민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했다.

청계천을 흐르는 물은 항상 평균 수심 40cm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그때처럼 갑자기 물이 불어 출현한 큰 잉어 떼는 아니더라도, 청계천에는 버들치나 미꾸리, 피라미 등의 작은 물고기가 맑은 물속을 노니는 모습을 어디서나 목격할 수 있다.

원래 옛날 청계천은 여름 장마철만 지나면 하천 바닥이 드러나는 건천(乾川)이었다. 자연 상태에서는 비가 올 때를 제외하고 늘 말라 있는 상태였던 것. 그럼 새로 복원된 청계천에는 왜 항상 맑은 물이 흐를 수 있는 걸까.

물길이 시작되는 태평로 시점부에서 한강 지류와 합쳐지는 하류까지 5.8km 구간의 청계천이 평균 수심 40cm 이상을 내내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루에 약 12만톤의 물이 필요하다. 이는 5톤 물차로 계산해서 약 2만4천대 분량이다.

이처럼 많은 양의 물 가운데 대부분은 한강에서 퍼 올린 물을 사용한다. 잠실대교 부근 자양취수장에서 한강 물을 퍼 올려 뚝도정수장으로 보낸다. 한강 물은 거기에서 정수와 소독과정을 거쳐 물고기가 살 수 있는 2급수 이상의 깨끗한 물로 변신한다.

정화된 물은 900~1100mm 지름의 관로를 따라 태평로 시점부와 삼각동, 동대문, 성북천 하류 등 4개 지점으로 나뉘어 흘러가 각각 폭포수와 분수, 터널 등을 통해 청계천으로 유입된다. 이렇게 공급되는 물은 약 9만8천톤으로서 자양취수장에서 뚝도정수장을 거쳐 각 유입지점까지 연결된 송수관의 길이만 해도 총 17.4km에 이른다.

청계천에 필요한 나머지 물 2만2천톤은 지하철역에서 배출되는 지하수로 충당된다. 경복궁역, 광화문역, 종로3가역 등 인근 13개 역사에서 배출되는 지하수가 전용관로를 통해 공급되는 것이다. 이렇게 청계천에 인공적으로 물을 흘려보내는 데는 약 2천200Kw의 전기가 사용된다. 이는 30w 형광등을 7만3천개 밝히는 데 드는 전기용량과 맞먹는 것으로서, 전기요금만 해도 연간 약 9억원이 소요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흐르는 물의 양과 속도 조절이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양의 물이 흘러가서도 안 되며, 또한 유속이 너무 빨라도 안 된다. 이를 위해 청계천에는 모두 29개소에 여울과 소(沼)가 설치되어 있다.

여울은 하천 바닥이 급경사를 이루어 물의 흐름이 빠른 부분이고, 소는 땅바닥이 둘러빠져 물이 깊게 고이는 곳이다. 즉,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하천의 구조를 모방한 것으로서, 여울은 물의 자정작용과 대기 중의 오염을 씻어내는 정화효과를 지니게 된다. 또한 소는 주로 여울 앞에 설치되어 일정한 수심과 유속을 유지해주며 물고기의 서식처 역할을 한다.

이런 생태 수중시설 덕분에 청계천의 평소 유속은 초당 0.25m(시속 0.9km) 정도로 유지된다. 서울시 청계천복원추진본부 주창식 홍보팀장에 의하면 “청계천에는 여울과 소 이외에도 버들습지 10개소, 생태습지 4개소, 조류서식지 1개소, 어류서식지 3개소, 징검다리 20개 등 다양한 수경시설이 조성되어 있다”고 한다.

한편 생태학계에서는 청계천의 물길이 이처럼 살아나게 된 것은 단지 청계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학과 교수는 “서로 연결된 모든 하천은 하나의 유기체로서, 일부가 썩어 있으면 다른 곳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이번 청계천 복원으로 서로 연결된 한강 생태계나 중랑천 생태계도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청계천에 다시 물길이 열리면서 문제점으로 떠오른 것은 홍수시의 범람에 대한 대책이다. 요즘 들어 기상이변이 유난히 잦아진 것을 감안할 때 집중호우로 인한 하천 범람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청계천은 지난 200년 동안의 최고 강수량에 대비해 제방이 여유있는 높이를 갖게끔 설계되었다.

청계천은 양안의 기존 복개구조물을 그대로 활용하여 평상시에는 그 아래 하수도로 하수가 흐르도록 해 초기 강우시에 발생하는 오염된 물이 청계천에 직접 유입되지 않도록 했다. 그러나 장마철 폭우로 하수도에 빗물이 가득 차면 복개구조물과 청계천을 가로막고 있는 석벽의 수문이 열리면서 빗물이 청계천으로 흘러들어 하수 범람이 원천 방지되도록 설계되었다. 또 산책로 옆 옹벽은 기습 폭우시 제방 역할을 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청계천에는 이제 물고기뿐만 아니라 쇠오리, 백로, 청둥오리 등의 조류와 각종 곤충 및 수서생물들이 모여들고 있다. 도심 한가운데의 청계천 물길을 따라 모여든 이들이 이곳을 떠나지 않고 과연 삶의 터전으로 삼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는 “청계천 밑을 지나가는 우수(빗물) 파이프는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게 하여 자연이 원래 갖고 있는 물순환의 원리를 따르게 하고, 청계천 수질 측정결과를 시민들에게 실시간으로 공개할 수 있는 시스템 등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자연을 살리는 것은 관계기관의 능력보다는 자연과 더불어 살고자 하는 시민들의 참여가 우선적으로 필요함을 강조하는 말이다.

이성규 편집위원
저작권자 2005-10-04 ⓒ ScienceTimes

태그(Tag)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