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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공채영 객원기자
2005-10-04

생태도시의 새로운 희망, 청계천 서울시립미술관, 2005 청계천을 거닐다 visible or invisi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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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은 서울의 명당수이자 서울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기억과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기억의 보관소이다. 10월 1일에 서울의 명당수인 청계천이 거대한 설치작품으로 복원되어 연일 떠들썩하다.


이에 발맞추어 여러 공연장과 전시장에서 청계천을 주제로 하는 공연 및 전시회가 개최되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오는 30일까지 <2005 청계천을 거닐다>라는 제목으로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visible or invisible”을 주제로 복원된 청계천의 외적 풍경과 역사를 살펴보고 청계천의 미래상도 예견해 보려는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청계천의 원래 이름은 개천(開川)으로 서울의 서북쪽에 위치한 인왕산과 북악의 남쪽 기슭, 남산의 북쪽 기슭에서 발원하여 도성 안 중앙에서 만나 서에서 동으로 흐르는 연장 10.92km의 도시 하천이다. 청계천 유역은 1394년 서울이 조선왕조의 도읍지로 정해진 이후 도성 안을 지리적으로 구분했을 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적으로 구분하는 상징적인 경계선이었다.


하지만 청계천은 주민 생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을 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먼저 백성들에게 하천의 범람이 큰 문제였다. 이를 위해서 1411년에 개거도감(후에 개천도감)을 설치하여 일부 구간의 하상을 파내고 하폭을 넓히며 돌과 나무로 제방을 쌓는 대규모 개천공사가 시행되었다.


또한 조선 초기에 청계천은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는데, 이현로는 풍수지리설을 도입해 청계천에 오물 버리는 것을 금지해 깨끗하게 유지하도록 주청했으나, 어효첨은 청계천은 도시 개천이라는 이유로 반대했다. 세종 때 청계천은 하수도로 낙착되었는데, 이는 조선 후기에 이르러 인구 증가와 자연재해가 빈발하는 상황에서 청계천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무색케 하는 근본적인 배경이 되기도 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일제시기를 거치면서 수 차례 준설작업을 거친 청계천은 1958년부터 본격적인 복개공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청계천의 모습은 아름다움보다 도시의 미관을 해치는 요소로 작용했다. 예를 들어, 1910 년대 토지조사사업이 완료되고 1920년대 산미증식계획이 실시되면서 농촌을 떠난 농민들이 서울로 몰려들어 청계천 제방에 무허가 임시 건물을 빼곡하게 짓기 시작했다. 이후 청계천 주변은 서울의 대표적 인구 밀집지역으로 부상했다. 이는 장마가 지면 침수되는 가옥이 발생하고, 전염병을 일으키는 주요 요인이 되었다.


최근까지 사람들의 주거모습이나 도시의 생태학적 측면에서 청계천 주변 지역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었다. 이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또한 인간이 자연 상태에서 자연친화적인 삶을 사는 청계천의 새로운 탄생을 의미했다. 이는 19세기 중반 이후 미국의 산업이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20세기에 들어서 새롭게 나타난 환경운동을 떠오르게 한다.


20세기 미국의 도시에서는 많은 공장 및 작업장에서 발생한 위험한 화학물질 및 배기가스 등이 공장의 노동자뿐만 아니라 도시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많은 해를 주었다. 그리고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산업체에서 생산된 살충제를 비롯한 여러 화학 약품들이 광범위하게 사용되면서 인간을 넘어서 동식물을 비롯한 생태계의 파괴를 가져왔다. 이에 발맞추어 1960년대에 이르면, 환경문제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여 총체적 의미의 생태학적 관점을 탄생시켰다.


생태학적 관점은 산이나 들의 자연 상태뿐만 아니라 인간이 사는 도시의 삶에 적용되고 있다. 도시에서 주거하는 인간은 과밀한 인구, 열악한 위생환경, 산업 오염물 때문에 자연과 멀어진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현대도시가 자연과 인위적으로 멀어진 공간이라면, 생태도시는 도시공간을 ‘자연과 인위적으로 가까워지게 계획’함으로써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꾀하는 곳이다. 그런 의미에서 생태도시의 목적은 자연과 멀어진 인간의 삶에 자연을 제공해 인간과 자연의 친화된 삶을 새롭게 모색하는 것이다.


루이스 멈포드는 도시의 진화 단계를 자연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세 가지 단계로 정리했다. 먼저 제1단계는 인근 배후지의 자원에 종속되는 바빌론과 같은 고대도시이며, 제2단계는 음식, 물, 에너지 기타 자원을 광범위한 외부지역에서 받아들이는 로마와 같은 제국 도시이며, 제3단계는 유럽이나 북미에서 보는 것과 같은 후기 산업사회의 광역도시권이다. 서울은 제3단계로 소비중심사회, 기업의 주도권, 인간의 자연에서 소외된 도시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는 새로운 형태의 생태도시 건립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생태도시 건립에 관한 예는 생태계 파괴가 심각하게 발생한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75년 리차드 레지스터(Richard Register)는 동료들과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자연과 조화로운 도시를 재건하기 위한 비영리단체인 Urban Ecology를 만들었다. 이후 이 단체는 시민들의 자연친화적 삶을 위해서 버클리 시에 “느린 거리”를 만들고, 80년 전에 복개된 하천을 복원하고, 거리에 유실수를 심으며, 태양열 온실을 만들고, 에너지 조례를 제정하고, 버스전용차로제를 도입하고, 자동차 대신 자전거와 보행자전용도로의 보급을 확대하며, 생태도시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의 생태도시 만들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서울시는 Urban Ecology처럼 생태도시 건립을 위해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는 여러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그 중 대표적인 예가 청계천 복원사업이다. 청계천 복원사업은 생태도시의 성과물로 끝나지 않고, 도시의 대기흐름이나 청정화 등을 통해서 서울시 주민들의 삶을 자연친화적으로 이끄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창계천 복원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서울시립미술관은 <2005 청계천을 거닐다>에서 청계천의 역사와 미래의 변화된 다양한 모습들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물이 쏟아지는 스크린에 비디오 영상이 흐르고 있고, 녹색의 인공 잔디 위에서 바람개비들이 팔랑거리고 있으며, 벽면 가득 청계천 주변의 어제와 오늘을 담은 사진들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청계천은 막 수리를 마친 집"이라는 설치작가 금중기는 “그들이 돌아오다”에서 환경에 가장 예민한 동물인 토끼를 3m의 조형물로 만들고, 나비, 물고기 같은 생물들과 만화 캐릭터를 결합한 사진작품을 전시했고, 김현호는 물이 담긴 9개의 정사각형 박스의 표면 위로 청계천 주변의 자연석을 올려 진동으로 자연석을 뒤흔드는 '청계향연'을 전시해 청계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청계천은 이른바 서울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거대한 기억의 저장창고이자, 애써 잊고 싶은 기억의 단면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광복 60주년을 기념해 시청을 태극기로 뒤덮은 미술가 그룹 c.l.p.의 <기억보관소>는 앙케이트 조사를 통해 1천500개의 석고 붕어빵을 하나씩 포장한 작품으로 기억의 실체를 되짚어보고 있다. 그리고 이순주는 개발시대 이후로 줄곧 청계천을 지탱하다 폐기된 콘크리트 잔해물에 그려진 신청계천 풍속도를 선보이고 있으며, 재기발랄한 프로젝트 그룹 플라잉시티는 '청계미니박람회'라는 이름으로 공식 플랫폼 <퍼즐 puzzle>을 설치했다.


이번 전시회는 청개천 복원의 의미를 되새기는 차원에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visible or invisible)”이라는 주제와 어울리게 전시작품을 통해 청계천의 역사와 변화된 미래의 모습을 느끼게 한다.



전 시 명: 2005 청계천을 거닐다 visible or invisible

전시기간: 2005. 9.28-10.30

전시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사 이 트:

서울시립미술관 http://www.seoulmoa.org/

청계천 복원사업 http://www.metro.seoul.kr/kor2000/chungaehome/seoul/main.htm

청계천 포럼 http://www.reseoul.com

공채영 객원기자
저작권자 2005-10-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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