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온도에 의해 체온이 변하는 동물을 변온동물이라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나비인데 햇볕에 노출된 곳이라든지 주변 상황에 의존해 체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 만큼 지구온난화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세계적으로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증명하는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지에 게재됐다. 미국의 나비 개체 수가 연간 1.6%씩 감소하고 있는 것.

나비 개체 수 감소 원인은 기후변화
미국 네바다대, 애리조나대 등의 공동 연구팀이 지난 1980년대 이후 40년간 미 서부지역 70곳에서 450종의 나비 개체수를 조사한 결과 연평균 1.6%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는 감소하는 인구 그룹에는 배추흰나비(Pieris rapae)와 같이 서식지를 중심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비들과 웨스트 코스트 레디(West Coast lady), 바넷사 아나벨라(Vanessa annabella)처럼 광범위하게 이동하는 나비들이 모두 포함됐다.
특히 타격이 큰 것은 미 서해안에서 겨울을 보내고 있는 웨스턴 모나크(western monarch)다. 애리조나대 천연과학대 케이티 프루딕(Katy Prudic) 교수는 “지난 40년간 99.9%가 감소하면서 지난해 2,000 마리 미만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급격한 개체 수 감소가 기후온난화, 특히 가을철 기온이 상승에 따른 결과로 보고 있다.
논문은 ‘사이언스(Science)’ 5일자에 게재됐다. 제목은 ‘Fewer butterflies seen by community scientists across the warming and drying landscapes of the American West’이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적으로 곤충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으며 나비도 예외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특히 나비 개체 수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40년간 미 서부 따뜻하고 건조한 지역 70곳을 선정해 전문가, 시민과학자 등을 통해 상황을 모니터링 해 왔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서부 유럽의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과 달리 상대적으로 미개발 지역이 많은 넓은 영역을 대상으로 진행됐다는데 의미가 있다.
네바다 대학의 생물학자이자 수석 저자인 매튜 포리스터(Matthew Forister) 교수는 “광대한 미개발 지역에서 나비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곤충 생태계 변화가 사람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지 않은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온 올라가면 나비 먹이 줄고, 천적 증가
지난해 4월 독일 통합생물학센터는 ‘사이언스’ 지에 벌, 나비같이 육지에 서식하는 곤충류가 매년 1%에 약간 못 미치는 비율로 줄어들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총 개체 수 감소가 기후변화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도시‧농지화가 늘어나고 있는데, 따른 것인지, 더 나아가 인위적인 기후변화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다양한 요인에 대해 불확실성이 그대로 있었다.
이는 다양한 환경 속에서 독특한 방식으로 종(種)을 이어가고 있는 곤충들에 대한 이해가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공동 연구는 사람의 영향이 덜 미치는 곳에서 곤충 생태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기 위해 진행됐다.
논문에서 주목할 점은 미국 전역의 230개 도시에서 가을철 온난화 추세가 관찰됐으며, 남서부 지역 대부분에서는 급격한 기온 상승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애리조나대학의 기후과학자 마이클 크리민스(Michael Crimmins) 교수는 “특히 애리조나주에서 9월과 11월 사이에 기온이 상승하고 있었는데 1895년 이후로 10년마다 평균 0.2℃ 따뜻해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크리민스 교수는 “가을철 기온이 왜 올라가고 있는지 그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온도 상승 지역에서 나비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는 사실이 관찰됐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이 같은 온도 상승이 나비에게 생리적 스트레스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발달 및 동면 준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온이 더 올라가면 나비의 먹이인 식물 개체 수를 더 줄이고 대신 나비의 천적이 활동하는 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것.
이번 연구 결과는 인간의 손이 덜미치고 있는 미 서부 지역에서 순수한 기후변화에 의한 영향으로 나비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또한 나비 등 곤충을 보호하기 위해 인류 전체 차원에서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공동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캘리포니아 대학교, 북미 나비협회 네트워크 및 ‘iNaturalist’ 웹 플랫폼 등과 협력해 그곳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참조했다. 또 시민 과학 캠페인을 통해 시민과학자들이 수집한 자료를 크라우드 소싱하는 등의 방식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다.
프루딕 교수는 “지역사회 또는 시민 과학자의 데이터에 크게 의존했다.”며, “놀라운 데이터를 생성하고 있는 시민 과학자들을 통해 향후 생태계와 관련된 더 많은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 이강봉 객원기자
- aacc409@naver.com
- 저작권자 2021-03-09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