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의 해인 2021년이 밝았다. 소하면 생각나는 것은 우직하면서도 근면한 이미지다. 걸음이 느리기는 하지만, 한 걸음씩 쉬지 않고 걸으면 만 리를 간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소는 인내와 성실의 상징이다.

그런데 소에게는 근면과 성실의 이미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과학적 차원에서 볼 때도 소는 상당히 흥미로운 존재다. 특히 되새김질(rumination)은 소 같은 반추동물이 갖고 있는 독특한 소화과정인데, 과학자들은 이 되새김질을 이용하여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반추동물(ruminants)이란 한번 삼킨 먹이를 다시 게워 내어 씹는 특성을 가진 동물을 말한다. 되새김 동물이라고도 불리는 반추동물에는 소와 양을 비롯하여 사슴 및 낙타, 기린 등이 있다.
4개의 위 중 2번째 위에서 되새김질 시작
소의 입은 하루 종일 바쁘다. 낮에는 뜯은 풀을 씹느라 바쁘고, 밤에는 낮에 뜯어 먹었던 풀을 게워서 이를 다시 씹느라 바쁘다. 바로 되새김질을 하느라 바쁜 것이다. 소는 4개의 위를 갖고 있다. 이를 통해 하루에 3만 번, 12시간 이상을 씹고 있다.
소가 풀을 먹게 되면, 제일 먼저 첫 번째 위인 혹위(rumen)로 간다. 혹위에는 풀의 섬유질을 쉽게 소화하게 해 주는 장내 미생물이 있다. 이 미생물들은 식물의 셀룰로오스를 당분으로 분해하는 역할을 맡는다.
장내 미생물과 혼합된 먹이는 두 번째 위인 벌집위(reticulum)로 이동한다. 벌집위라 불리는 이유는 위장 점막이 빨래판처럼 울퉁불퉁하게 생겼기 때문인데, 혹위에서 건너오며 많이 소화된 풀은 벌집위에서 작은 덩어리로 뭉쳐지게 된다.
이렇게 뭉쳐진 풀은 순서대로 진행된다면 세 번째 위인 겹주름위(omasum)로 가야 한다. 그러나 풀 덩어리는 겹주름위로 가는 것이 아니라 다시 입으로 게워 내는 과정을 거친다. 뭉쳐졌던 풀을 다시 치아로 잘게 씹는 과정으로서 이것이 바로 되새김질인 것이다.

되새김질한 먹이를 삼키면 다시 혹위와 벌집위에서 더 잘게 부서지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 위들에서 먹이는 9~12시간을 머물게 된다. 이 시간 동안 미생물들은 셀룰라아제 효소를 분비하여 소화가 덜된 풀들의 셀룰로오스에 달라붙는다.
되새김질을 통해 상당한 양이 소화된 먹이 속 셀룰로오스는 포도당으로 분해되는데, 포도당으로 대부분 분해된 먹이는 세 번째 위인 겹주름위와 네 번째 위인 주름위(abomasum)를 거치면서 완전히 소화가 된다.
다른 동물과 달리 소가 되새김질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가장 유력한 것은 경계를 위해 먹이를 먹는 과정과 소화하는 과정을 분리시켜 진화했다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자신의 목숨을 호시탐탐 노리는 육식동물들을 경계하기 위해 낮에는 가능한 한 많은 풀을 뜯어 먹고, 밤에는 안전한 곳에서 머무르며 낮에 먹은 풀을 천천히 소화시키다 보니 되새김질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되새김질 오래 할수록 우유 생산량 많아져
먹이인 풀을 되새김질하는 것은 소가 자신의 소화를 돕도록 하기 위해 하는 본능적인 행동이다. 하지만 이 본능적인 행동이 사람에게도 유익을 주는 것으로 나타나 화제가 되고 있다.
젖소는 하루 평균 450∼550분 정도의 되새김질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유를 많이 생산하는 젖소일수록 되새김질을 하는 시간이 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국립축산과학원의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우유를 많이 생산하는 젖소일수록 되새김질을 하는 시간이 긴 이유는 젖소가 먹은 풀이 섭취한 풀 사료가 위벽을 자극해서 되새김질 작용을 촉진시키면, 위 속에 들어있는 미생물의 활동이 활발해진다.
위 속의 미생물 활동이 활발해지면 활발해질수록 젖소가 먹이를 소화하는 흡수율이 높아지게 되고 먹이를 섭취하는 양도 늘어나게 되어 결과적으로 우유 생산량이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젖소의 되새김질 시간을 적절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축사 환경과 사양관리를 통해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연구진의 의견이다. 가령 여름에는 고온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겨울에는 한파를 막아주면 우유 생산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
특히 지구온난화로 인해 여름에는 30℃가 넘는 온도가 자주 나타나는 만큼, 그늘막을 설치해 주고, 송풍팬과 안개분무 등을 가동해 우사 온도를 낮춰주는 것이 좋다. 요즘과 같은 겨울철에는 체온이 유지될 수 있도록 난방기를 가동하고 바람이 들어오지 않도록 차단해 주면 우유 생산량이 증가한다.
최근 들어서는 ICT 기술의 도움을 받는 스마트 농장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스마트 센서를 축사 곳곳에 장착하여 개체별 되새김질 시간을 모니터링하면서 스트레스 지표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는 얼굴인식 기술을 이용하여 소의 개체별 건강 상태까지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꼽을 수 있다. 인도의 스타트업인 무팜(Mooofarm)은 인공지능 시스템을 이용하여 소들을 95%의 확률로 식별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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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1-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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