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려대 화공생명공학과 연구진이 음식물 쓰레기나 가축 분뇨 등의 바이오매스(biomass)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착할 수 있는 고효율의 소재를 대량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바이오매스란 폐기된 목재나 동물의 배설물, 또는 나뭇잎이나 뼈처럼 버려지는 유기물을 일컫는다.
연구진이 대량 생산기술을 개발한 이산화탄소를 흡착할 수 있는 고효율의 소재는 ‘바이오차(biochar)’다. 바이오차란 바이오매스와 숯(charcoal)의 합성어다. 버려진 폐자원이 열분해되어 생성된 고탄소 물질로서, 형태는 숯과 비슷하지만 물리적 성질은 많이 다르다.

산소가 제한된 환경에서 바이오매스에 높은 온도로 열을 가하면 타기는 하지만 연소가 되지는 않는다. 이런 현상을 열분해(pyrolysis)라고 하는데, 바이오매스가 이런 열분해 과정을 거쳐 생성되는 것이 바로 바이오차인 것이다.
연구진은 가축 분뇨 부산물에서 발생한 바이오차를 이용하여 이산화탄소 흡착 성능을 확인했는데, 확인 결과 99%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포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바이오차는 온실가스를 저감하는 기능 외에도 토양 환경을 정화하며, 친환경 에너지까지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어 기후변화를 늦출 수 있는 최적의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기후변화 늦추고 토양도 개선
현재까지 알려진 바이오차의 기능은 매우 다양하다.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탄소 포집 기능과 바이오매스를 활용한 에너지 생산이 대표적이고, 이외에도 토양 개선과 폐기물 관리, 그리고 환경 오염 저감 등이 있다.
이 같은 바이오차의 효능은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사실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40여 년 전의 일이다. 미국의 ‘허버트 스미스(Herbert Smith)’라는 탐험가가 아마존을 탐험하던 중 발견한 사탕수수가 기존에 보던 사탕수수보다 기형적으로 큰 것을 발견한 것이 바이오차를 발견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스미스는 아마존 지역에 한동안 머물며 사탕수수가 커진 이유를 파헤치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사탕수수의 성장 비결이 검은 흙에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원주민들이 테라프레타(terra preta)라고 부르는 이 검은 흙의 정체를 규명하기 위해 스미스는 귀국 후 전문가들에게 분석을 의뢰했다.

여러 전문가들에 의해 분석된 바이오차의 효능은 실로 놀라웠다. 토양에 주입하면 질소와 인 같은 영양분의 손실이 적어지고, 토양 산성화를 방지하며, 미생물의 성장을 돕는 효과를 가지고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특히 독일 베이루트대의 ‘부르노 글레이저(Bruno Glaser)’ 교수는 바이오차를 기존 토양에 섞어서 작물을 키울 경우 곡물 생산성이 기존에 비해 2배 정도 높아지게 된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이후 20세기에 접어들며 분석기술이 발전하자 일반적인 토양과 바이오차 사이에는 탄소 함량에도 차이가 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일반 토양의 경우 탄소를 머금을 수 있는 함량은 1% 미만인데 비해, 바이오차의 경우는 탄소 함량을 약 20%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점도 추가로 발견됐다.
이와 같이 바이오차의 경우 처음 발견됐을 때만 해도 농업 생산성이 향상되는 측면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기후변화가 날로 심각해지면서 최근 들어서는 탄소를 흡착하여 포집하는 탄소 격리의 관점에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반 토양에 비해 월등한 탄소 포집량
바이오차는 일명 ‘탄소 감옥’으로 불린다. 탄소 감옥으로 불리는 이유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저감시킬 수 있는 효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바이오매스가 토양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면 이산화탄소나 메탄의 형태로 대기 중에 배출되는데, 대부분은 발생된 탄소의 양만큼 식물이나 토양에 의해 다시 흡수되기 때문에 탄소 중립(carbon neutral) 현상을 보인다.
그러나 바이오매스가 열로 분해되어 바이오차가 되는 경우에는 바이오매스에 고정된 탄소의 상당량이 바이오차에 남아있게 된다. 또한 토양에 포함된 바이오차 또한 일정량의 탄소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양에서 20% 정도는 바이오차가 보관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마치 오랜 세월 동안 자연에 의해 만들어진 화석연료인 석유와 석탄을 지하에서 꺼내면서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시켜온 과정의 반대 작업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바이오차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지하로 다시 집어넣는 과정이라 할 수 있는 것.
또한 바이오차는 미생물에 대한 분해나 변화가 거의 일어나지 않아서 오랫동안 토양 내에 탄소를 잡아둘 수 있다. 오히려 바이오차를 생산하거나 분해 부산물을 에너지로 이용할 경우 직접 바이오매스를 에너지로 이용했을 때보다 탄소를 가두어 고정시키는 효과가 높일 수 있다.
비단 탄소뿐만이 아니다. 바이오차는 이산화탄소보다 기후변화에 더 많은 영향을 주는 메탄과 아산화질소의 배출량도 함께 줄일 수 있다. 따라서 바이오차는 지구온난화를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단으로 그 효용성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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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12-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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