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발생 이후 세계 식량 관련 기구들은 세계 곳곳에 초래되는 식량 위기 현상에 대응할 방법을 찾고 있다.
세계은행(WB)은 지금의 위기는 일반적인 위기 때보다 ‘제곱’의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9일과 10일 온라인 생중계로 열린 2020 지속가능농업개발을 위한 '글로벌 ODA 포럼'에 참석한 세계은행 수석 경제학자인 매드허 거탐 박사는 “국제개발협회(IDA)가입국 대상으로 현재 소비자물가지수의 인플레이션은 2011년보다 높고, 비가입국의 인플레이션은 그 격차가 더욱 크다”고 말했다.
세계 농업…퍼펙트 스톰급 식량 위기
코로나19 발병 이전 식량 위기에 직면한 인구는 약 1억 3000만 명이지만, 발병 이후 2배로 늘어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세계식량계획(WP)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기아에 처한 상황은 아시아태평양 83%, 남아프리카 90%로 증가했고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의 경우는 무려 269%까지 증가했다.
이날 포럼에서 임형준 WFP한국사무소장은 현재의 식량 위기를 ‘퍼펙트 스톰’이라고 표현했다.
위기의 상황은 도시보다 농촌이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비공식 근로로 잡힌 농촌의 소작농민이나 여성노동자에게서 피해가 컸다.
또한 방제를 위한 인구 이동의 제한은 농촌의 노동력 부족으로 이어져 작물의 공급과 수요 체계가 무너지는 상황을 초래했다. 산불과 홍수 등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의 피해는 해결해야 할 숙제였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심각해졌다.

농업가치사슬 붕괴, 동남아시아‧아프리카 피해
상호의존적인 글로벌 농업가치사슬은 코로나19와 기존의 기후환경 문제가 더해져 농가나 농기업이 농산물 생산의 원료 조달부터 최종 소비에 이르기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동시에 타격을 받았다.
매드허 박사는 “식량 수입과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 이런 취약성이 크게 드러났다. 현재 국가 간 봉쇄 조치가 완화되었지만, 2차 재확산의 조짐이 발견되어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농업과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는 세네갈은 코로나19 발병 이후 더욱 위험에 직면했다. 사하라 이남 지역 아프리카인 세네갈은 최근 홍수와 가뭄으로 작물 생산량이 크게 떨어졌다. 코로나19가 사람의 이동과 물품 이동의 제약을 만들어 농산물 생산량의 하락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미얀마도 코로나19로 인해 농산물 판매와 식량안보와 영양 상태가 심각해졌다. 특히 이동 제한 조치로 농업 인력은 부족하고 식품 운송비는 상승했다.
라오스도 마찬가지이다. 라오스 농림부의 포미 인치카 국제협력부국장은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라오스 북부 지역은 7개월간 쌀 부족 현상을 겪었다”고 말했다. 라오스는 2018년과 2019년의 가뭄으로 농산물 생산량이 감소하고, 외부로부터 농산물을 구매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져 소작농의 피해가 컸다고 밝혔다.

ICT 기술 접목으로 미래 식량위기 대응
세계 농업전문가들은 안정적인 식량 공급과 식품 시스템 구축을 위해선 농업 디지털 기술, 특히 ICT 기술을 활용해 다가올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는 주장하고 있다.
'글로벌 ODA 포럼'에 참석한 마틴 반 뉴콥 WB글로벌이사는 "기존의 식량체계는 더이상 적용하기 어렵다"며 "농업 디지털화 방식이 식량 시스템 전환을 빠르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ICT 기술을 접목한 농업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는 국제농업개발기금(IFAD)는 최근 중국에 이 기술을 적용해 좋은 성과를 얻었다.
페브리조 브리샤니 IFAD수석경제학자는 “ICT 기술도입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농업과 전반적인 식품가치사슬의 취약성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ICT 기술 도입에 관심이 높은 국가로는 세네갈과 베트남이다. 세네갈은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참여해 농업가치사슬 관련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여전히 전통적 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베트남의 디지털 기술은 3.87의 등급으로 141개 국가 중 97위(WEF, 2019)에 해당한다. 현재 베트남은 한국의 ICT 기술 등을 접목한 스마트 농업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코로나19로 인해 현재 식량 및 식품 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를 통해 농산업의 회복력을 파악하고, 자국과 세계의 농업 시스템을 지속가능한 형태로 설계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잣대가 되고, 디지털농업기술의 활용이 필요하다는 것이 세계 식량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 정승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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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11-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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