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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김병희 객원기자
2020-11-12

핵 전쟁 뒤 식량공급 제대로 될까? 어업 미리 관리하면 식량 문제 일시적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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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반세기 동안 지구촌의 식량 생산 시스템은 빠르게 증가하는 인구에 맞춰 비교적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대규모 전쟁이나 화산 폭발같이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이 일어나면 식량 생산 기반이 빠르게 붕괴돼 공급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바르셀로나 자치대 환경과학 및 기술 연구소(ICTA-UAB)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처음으로 지구에서 핵 전쟁이 일어난 뒤의 세계 대양 어업 향방에 대한 추정을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9일 자에 발표했다.

이 연구에는 캐나다 맥길대와 미국의 콜로라도대(볼더), 텍서스 리오 그란데 밸리대, 국립기후연구센터 및 럿거스대 연구팀이 참여했다.

핵 전쟁 뒤 농업 손실을 대신해 어업이 몇 년 간 일부 식량공급을 대체할 수 있으나 이를 위해서는 미리 강력한 어업 규제가 필요하다는 연구가 나왔다. 바다에서 고기잡이를 하는 어선들. © NOAA

핵 전쟁 뒤 바다도 차갑고 어두워져

핵 전쟁이 일어나면 파괴적인 직접적인 영향을 제외하더라도, 핵폭탄이 떨어진 곳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방사성 오염과 방사능 낙진으로 농사를 짓기가 어렵게 된다. 또 대규모 핵폭발이 일어날 때 발생하는 먼지 등의 에어로졸과 수백만 톤의 그을음이 대기 중으로 비산되면서 이른바 ‘핵 겨울’이 나타나 농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자연재해는 핵 전쟁보다 위험이 훨씬 더 크다.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면 생명체의 멸종까지 유발할 수 있고, 대규모 화산 폭발도 수 년 간에 걸쳐 기후와 농업에 악영향을 미친다.

연구팀은 어업이 육지에서 발생하는 핵 전쟁이나 화산 폭발 등에 따른 농업 생산 손실을 상쇄할 수는 없으나, 완충 역할을 할 잠재력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는 식량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어업이 정상적인 상태에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텍사스 리오 그란데 밸리대 셰릴 해리슨(Cheryl Harrison) 교수는 “기후모델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핵 전쟁 시 화재로 인해 발생하는 먼지가 전 세계 농업 생산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설명하고, “바다도 점점 차가워지고 어두워짐으로써 전 세계 어류 개체 수도 감소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밝혔다.

1945년 8월 9일 일본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뒤 대기권으로 솟아오르는 버섯구름. 핵폭탄 폭발 시 발생하는 수백만 톤의 그을음은 일정 기간 햇빛을 차단해 농업과 어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 WikiCommons

어획고 30%까지 줄어

이번 연구 결과는 최첨단 컴퓨터 모델을 이용해 핵 전쟁 효과가 어떻게 지구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시뮬레이션 해서 도출했다.

연구팀은 6개의 핵전쟁 시나리오(미국과 러시아,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의 큰 갈등 등)에 따라 기후가 어족과 어획량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전 세계 해양 모델로 해수 온도와 해류 및 가용 햇빛의 변화를 예측해 물고기 성장에 필요한 먹이의 양을 결정한 뒤, 글로벌 어업 모델로 어류 성장의 변화와 생선 수요 변화에 대한 세계 어선단의 대응을 시뮬레이션 했다.

모델에서는 일반적인 어업과 광범위한 남획이 이뤄진다는 가정 하에 핵 전쟁 후 대기 상층부에 유입된 그을음의 양에 따라 전 세계 어획량이 약 30%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 수요 증가로 인해 어획량이 1~2년 동안 일시적으로 약 30% 증가한 다음 최대 약 70%까지 줄어들어 농업 손실분의 일부만 상쇄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어업이 전쟁 후 1~2년 동안 모든 동물성 단백질의 40% 정도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서대서양 바닷속을 유영하는 참다랑어 떼. © NOAA

비상사태 전에 미리 어업 규제 나서야

연구팀은 전쟁 전 강력한 어업 관리가 주는 이점도 연구했다.

논문 공동 제1저자인 ICTA-UAB의 킴 쉐러(Kim Scherrer) 박사과정생은 “이번 연구에서 나타나는 한 가지 고무적인 일은 핵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어업을 건강하게 유지하면 유익하다는 점으로서, 남획을 방지하는 강력하고 효과적인 조치로 물고기가 풍부해지면 몇 년 동안 충분한 비상식량을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쉐러 연구원은 “규제가 너무 약해서 핵 전쟁이 나기 전에 어류를 보호하지 못한다면 기본적으로 전쟁 후 식량 비상사태를 해결할 완충장치가 없다”고 밝혔다.

생선 가격이 아무리 치솟아도 더 이상 잡을 고기가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러나 어류가 풍부하면 임시로 대체할 수 있는 식량 저장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연구팀은 어업이 전쟁 후 1~2년 동안 모든 동물성 단백질의 40% 정도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럿거스대 환경과학과 앨런 로벅(Alan Robock) 석학교수는 “전쟁 이전의 강력한 어업 규제로 인해 대기에 그을음이 많이 유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전후 첫 해의 어획량은 평소보다 몇 배나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로벅 교수에 따르면, 다음 단계 연구에서는 핵 전쟁이 전 세계 해양어업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양식 어종에 미치는 영향과, 전 세계 농어업에 의한 식량 가용성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무역이 다른 지역들의 식량 가격에 미치는 영향 등 경제적 요인도 포함할 예정이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20-11-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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