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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전혜리 객원기자
2005-06-23

"에너지 고갈 우리 아이들의 문제다" 월터 콘 노벨 화학상 수상자 , 고려대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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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월터 콘(Walter Kohn) 미국 산타바바라 대학 교수가 23일 고려대학교 인촌기념관에서 강연을 가졌다. 콘 교수는 자신에게 노벨상을 안겨준 ‘밀도함수이론’과 현재 연구분야인 ‘21세기 에너지와 기후’에 대해 소개했다. 과학자를 꿈꾸는 고등학생부터 대학생, 교수까지 다양한 계층의 청중이 객석을 가득 채웠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출생한 월터 콘 교수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로 부모님을 잃고 15세에 영국으로 이주했다. 이후 한 후원자의 도움으로 캐나다의 토론토대학에서 수학과 과학을 공부하였고 미국으로 건너와 하버드 대학에서 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84년부터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 대학에서 물리학 교수로 일했으며 현재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콘 교수는 분자의 구조를 밀도의 측면에서 접근한 ‘밀도함수이론’을 체계화하여 복잡한 분자의 구조와 에너지 계산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어 노벨상을 수상했다. 수상 당시 그의 나이는 75세로 평균 노벨 수상자들의 나이를 훨씬 웃도는 숫자이다.


20세기의 초반 물리학 분야는 양자역학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미시적인 세계를 기술하는 슈뢰딩거 방정식은 원자, 분자, 고체, 액체, 플라즈마 등 거의 모든 물질의 전자 구조를 완벽히 기술했다. 그러나 슈뢰딩거 방정식은 분자를 이루는 원자가 20개 정도를 넘어가면 정확하게 화학적 수치를 계산할 수 없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분자를 이루는 전자가 너무 많으면 하나하나의 움직임에 대해 역학계산을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1964년 초반 물질의 확률밀도분포를 기초로 한 밀도함수 이론이 새롭게 등장했다. 전자 하나하나의 움직임을 기술하지 않고 여러 전자를 묶어 하나의 단위로 생각한 것이다. 밀도함수이론을 통해 전자구조를 일일이 분석하지 않고도 1천여개의 원자로 이루어진 크고 복잡한 시스템의 연구가 가능해졌다. 특히 밀도함수이론이 상태함수를 이용한 기존의 방법에 대해 가지는 강점은 간단한 수학식으로도 물질의 상태를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콘 교수의 밀도함수이론은 약제설계, 신약디자인 수많은 응용분야에 기여했다. 또한 밀도함수이론은 구조를 설명하는 이론이기 때문에 전자구조를 가지는 분자뿐만 아니라 하위체계를 가지는 구조에 두루 적용되어 통계물리학의 많은 분야에서 사용된다고 한다.


월터 콘 교수가 최근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분야는 미래의 에너지와 기후와 대체에너지이다. 그는 “현재와 같은 에너지 소비구조가 지속된다면 앞으로 100년 후에는 엄청난 에너지 위기가 닥칠 것이다”라고 경고하며 ‘ C = P * c ’라는 간단한 식을 소개했다. 여기서 C는 전체 에너지 소비량, P는 인구 수, c는 일인당 에너지 소비량을 말한다.


현재의 전체 에너지 소비량 C는 발전된 국가가 8TW(10^12와트), 개발도상국은 4TW으로 총 12TW정도이다. 하지만 콘 교수는 앞으로 50년 후를 모델로 삼고 수치를 예상해보면, “발전된 국가의 인구 증가율과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지체되는 한편 개발도상국은 인구와 일인당 에너지 소비량이 모두 증가하여 전체적으로 에너지 소비량이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주요 에너지원인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은 한정된 양이 매장되어 있어 고갈될 것이기 때문에 미래 에너지 위기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콘교수는 “앞으로 일어날 에너지 위기를 대비하여 깨끗하고 안전한 대안에너지가 필요하다”며 가장 이상적인 예로 태양에너지를 꼽았다. 태양에너지는 아주 먼 미래를 예상하더라도 고갈의 위험 없이 언제나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콘 교수는 “지금 당장 위기가 닥친 것은 아니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최근 연구 결과는 아직 출판되지는 않았지만 곧 영상물로 제작될 예정이라고 한다.


강연이 끝나고 한 영문학과 교수는 “아마도 50년 후에 당신은, 물론 나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러한 에너지 위기에 대해서 걱정하고 연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콘 교수는 “나에게는 아이들이 있고 손자가 있다. 나는 훗날 그들이 ‘왜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닥칠 문제에 대해서 신경쓰지 않았을까’하고 이야기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답하여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개교 100주년 기념으로 진행되고 있는 노벨상 수상자 강연시리즈는 이번이 4번째로, 지난 3월부터 다니엘 맥패든, 스티브 추 등 저명한 학자들의 강연이 있었다. 앞으로는 10월까지 6명의 강연이 예정되어 있다.

7월 15일 Prof. R.M. Zinkernagel 1996년 의학상
8월 25일 Prof. Ryoji Noyori

Prof. Yuan T. Lee

Prof. Alan Heeger

2001년 화학상

1986년 화학상

2000년 화학상

9월 28일 Prof. David J. Gross 2004년 물리학상
10월 12일 Prof. Peter C. Doherty 1996년 의학상



지난 강연은 고려대학교 방송국 KTN의 홈페이지(http://www.ktn.ac.kr/)에서 볼 수 있다.

전혜리 객원기자
저작권자 2005-06-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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