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플라스틱(bioplastic)은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는 플라스틱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신소재다. 바이오플라스틱은 미생물의 체내에 다량 들어있는 폴리에스터(polyester)를 이용하여 만든 플라스틱을 의미한다.
수백 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플라스틱과는 달리, 바이오플라스틱은 토양 중의 세균에 의해 분해가 잘 되고 생체에도 쉽게 융합되는 친환경 소재다. 그런데 이 바이오플라스틱이 최근 들어 폐식용유나 폐우유처럼 버려지는 식품을 원료로 새롭게 개발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폐식용유로 만든 바이오플라스틱이 3D 프린팅 원료로 사용
음식을 튀기거나 지질 때마다 사용하는 식용유는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 하지만 사용하고 난 폐식용유는 처치 곤란인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가정집에서는 싱크대에 그냥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이렇게 버려진 폐식용유가 하수도 오염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 단위로 계산할 때 가정하수 중 오염도가 가장 높은 원인물로 폐식용유가 지목되고 있다
이 같은 폐식용유 처리 문제에 대해 캐나다 토론도대의 ‘안드레 심슨(Andre Simpson)’ 교수와 연구진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동안의 폐식용유 처리 방법이 하수구로 흘려보내거나 따로 모아서 매립하는 것이 주요 방법이었다면, 앞으로는 이를 재활용하는 방법에 주력해야 한다는 점을 파악한 것이다.
폐식용유의 재활용 방안을 연구하던 심슨 교수는 우연한 기회에 3D 프린터용 필라멘트(filament)의 분자가 식용유의 지방 분자와 유사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필라멘트는 일반 프린터의 잉크와 같은 역할을 하는 플라스틱으로서 3D 프린터의 출력 소재다.
심슨 교수는 “3D 프린팅에 필요한 고품질의 필라멘트는 리터(L)당 가격이 500달러 이상 되는 고가의 소재”라고 밝히면서 “상당한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대학 인근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나오는 폐식용유를 정기적으로 공급받아 마침내 필라멘트를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플라스틱을 개발할 수 있었다”라고 언급했다.

연구진이 공개한 제조공정을 살펴보면 1L의 폐식용유를 사용하여 약 400ml 이상의 바이오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 바이오플라스틱을 3D 프린터에 사용하여 0.1mm의 층을 가진 나비 모양의 출력물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출력한 나비 모양의 바이오플라스틱이 자연적으로 분해될 수 있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실험에 착수했다. 나비 출력물을 땅에 묻은 지 2주 후에 꺼내서 무게를 측정하자 20% 정도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심슨 교수는 “물론 바이오 플라스틱의 표면에 페인트 같은 물질이 칠해져 있다면 자연분해가 지연되거나 중단될 수는 있다”라고 말하며 “그런 방해요소가 없다면 5~6개월 안에 완전 분해가 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이번 연구의 성과에 대해 환경 업계의 관심은 기대 이상으로 높다. 버려지는 폐식용유를 3D 프린터에 사용하는 필라멘트로 재활용할 수 있다면, 프린팅 비용도 대폭 줄이고, 환경 오염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제인으로 만든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폐우유 재활용
캐나다의 과학자들이 폐식용유로 바이오플라스틱을 만들었다면, 프랑스의 과학자들은 폐우유로 바이오플라스틱을 개발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폐우유로 만든 바이오플라스틱 개발의 주역은 프랑스의 스타트업인 ‘락팁스(Lactips)’의 연구진이다. 이들은 세계 최초로 폐우유에서 추출한 카제인을 사용하여 바이오플라스틱을 만들어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연구진이 개발한 바이오플라스틱은 나무칩과 목재 섬유, 그리고 우유의 단백질 성분인 카제인 같은 기존 산업의 부산물을 활용하여 만든 열가소성 펠릿(pellets)이다. 이들 펠릿은 필름이나 신소재 포장재 등을 제조하는 데 있어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원료다.
이에 대해 락팁스의 설립자이자 CEO를 맡고 있는 ‘마리헬렌 그라마티(Marie Helene Gramatikoff)’ 대표는 “이 펠릿을 가공하면 열가소성 특성 때문에 플라스틱 용기부터 비닐 패키지까지 다양한 제품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라고 전하며 “특히 이들 제품은 기존의 플라스틱 제조 시설에서도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신규 투자비용을 줄여준다”라고 설명했다.

중요한 점은 락팁스가 개발한 바이오플라스틱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분해가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펠릿으로 만든 플라스틱 용기나 비닐 패키지는 모두 버려질 때 잘게 부셔주기만 하면 미생물에 의해 100% 분해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카제인으로 만든 제품인 만큼, 물에 용해가 되고 심지어 먹을 수도 있다. 사람이 먹을 수 있을 만큼 안전한 소재로 제조되었기 때문에 현재의 플라스틱이 갖고 있는 단점을 보완하는 소재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 그라마티 대표의 생각이다.
그녀는 “우유는 유통기한이 짧아서 너무 쉽게 버려지는 것이 단점”이라고 지적하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버려지는 우유는 딱히 재활용할 방법이 없었지만, 이제 우리가 개발한 바이오플라스틱 기술을 통해 전 세계에서 버려지는 수많은 폐우유들이 새로운 플라스틱 소재로 재탄생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근 락팁스는 EU가 지원하는 환경보호 프로그램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았다. 이를 기반으로 생산공장이 완성되면, 본격적으로 폐우유로 만든 바이오플라스틱을 생산한다는 계획을 수립한 상황이다.
- 김준래 객원기자
- stimes@naver.com
- 저작권자 2020-03-18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