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2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5)가 탄소 시장과 관련된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막을 내려 금세기 말까지 지구 온도 상승 2도 이하 억제를 목표로 한 파리기후협약 이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일 열린 ‘제6회 서울 기후-에너지 컨퍼런스’에 관심이 모아졌다.
신기후체제, 무엇을 변화시킬 것인가
‘신기후 체제와 뉴 노멀’을 주제로 열린 이번 컨퍼런스는 당면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을 변화시켜야 할 것인가와 지속가능한 발전에 중요 요소인 고등교육의 역할, 그리고 새로운 청정에너지 발전과 데이터의 상관관계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스페셜 메시지를 전한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은 “각국이 자신만의 이기적인 국익보다는 인류를 위한 선택을 해야한다”며 “기후변화 문제는 몇몇 자원이 많은 국가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초국가적인 협력으로 모두가 단결해서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오윤 산자수렌 녹색기후기금(GCF) 대외협력국장은 “미국의 지원 없이 영국과 이탈리아, 독일, 한국 등의 참여로 지난 10월 24~25일 프랑스 파리에서 있었던 ‘GCF기금 재원보충 이행을 위한 고위층회담’에서 2020~2023년 4년 동안 27개국에서 97.8억 달러 이상의 재원 공여 약속이 있었다”며 “COP26이 열릴 때까지 100억 달러 확충을 위해 노력할 것이고, 공공자금이 들어오길 기다리기보다는 민간이 투자할 수 있도록 이끄는 방안도 모색 중”이라고 강조했다.
허장 기획재정부 개발금융국장도 장기 재원 확충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COP25에서 군소국들을 중심으로 재원 확대 목소리가 높았었다. 하지만 개도국에 대한 선진국들의 요구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고, 이런 갈등이 COP25에서 큰 결실을 올리지 못하도록 했다”며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의견 차이에 대한 조율이 시급하다”고 피력했다.
특히 한국은 석탄 화력 발전 부문을 축소하지 않아 오히려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했다는 지탄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정기용 외교부 기후환경과학외교국장이 “온실가스 저감이나 기후 행동에 있어서 우리나라가 불충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기후변화 문제의 위험성을 제대로 체감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기후행동에 나설 수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속가능한 발전과 고등교육의 역할은?
박천규 환경부 차관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고등교육, 특히 대학의 역할을 주장했다. 그는 “지구의 종말을 재촉하는 심각한 기후변화 시대를 ‘인류세’로 명명한 것이 설득력을 가질 만큼 현재는 위기 상황”이라며 “식량이나 질병 등 과거의 많은 위기들이 대학의 연구개발을 통해 해결됐듯이 이번에도 대학의 역할과 교육의 중요성이 크다”고 밝혔다.
다만 문제는 우리나라가 입시 위주로 교육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초중고에서의 환경교육이 힘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이에 박 차관은 “환경교육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환경교육진흥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된 상태이고, 기후변화 특성화 대학도 설립하여 지원하는 등 고등교육기관의 환경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문길주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왜 기후변화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는데도 그것이 해결되지 않는 것일까”라고 질문하면서 “이제 환경교육은 지식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가르쳐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사왓 초두리 유엔개발계획 서울정책센터 환경정책 전문가도 “교육을 통해 젊은 세대들이 기후 행동에 나설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캄보디아 사례를 소개했다.
여름에 더워서 학교 문을 열 수 없는 캄보디아에서는 교육을 통해 플라스틱 사용과 음식물 쓰레기 등을 줄인다면 얼마든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줌으로써 자발적이고 긍정적인 실천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빅데이터 등 신기술, 기후변화 해결에 중요
이날 포럼에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과학기술의 역할도 강조됐다. 문길주 총장은 “그동안 환경처리 기술 개발 등이 제한적으로 진행되어 왔는데 이제는 이산화탄소 배출 기술 개발부터 해결해야 한다. 논문처럼 외연을 넓히는 연구가 아니라 뭔가 결실이 있는 실행가능한 연구개발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신기술 개발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특히 최근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데이터 사이언스는 자원 활용의 효율성을 높일 뿐 아니라 근본적인 에너지 사용의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탄소 배출 저감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마르타 곤잘레스 UC버클리 교수는 “공기오염 문제를 관찰한 데이터를 모아서 인공지능의 머신러닝을 통해 학습을 진행한다면 보다 효과적인 기후변화 대응 정책 수립이 가능할 수 있다”며 “AI와 데이터, 오픈소스 등 신기술의 결합을 통해 인류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젊은 세대의 참여 확대를 위해 KAIST 녹색성장대학원생들의 녹색 연구 발표 시간도 가졌다.
‘유가, 탄소배출권 가격 및 신재생에너지 발전 간의 인과관계 및 변동성 전이 효과 분석’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천도현 대학원생은 “유가, 탄소 배출권 수익률, 신재생에너지 종합지수 등에서 변동성 전이 효과가 강하게 나타나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의 기후변화 문제 체감도를 높일 수 있는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 김순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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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12-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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