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해에 있는 노르웨이 영토인 스발바르의 군도(群島)는 춥기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에 사는 순록들에게 기후변화의 극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기후 온난화로 먹을 것이 없어진 순록들은 살기 위해서 지금까지는 안하던 행동을 거리낌 없이 하는 것이 드러났다.
스발바르 순록은 북위 79도의 북극지방 추위를 잘 견디도록 몸뚱아리는 두껍고 둥근 형태를 갖는다. 유럽 본토와 북미에 사는 순록보다 짧고 작다. 이런 특징은 모두 길고 긴 추운 밤을 잘 견디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가 추위속에서 떠는 약 2만 마리의 순록이 더 편하게 살게 해 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 지 모른다. 그러나 노르웨이 과학기술 대학교 (Norwegian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가 주도하는 연구팀의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이것이 꼭 그렇지가 않다.
수십 년 간 스발바르 순록을 연구해온 브라게 브렘셋 한센(Brage Bremset Hansen)은 에코스피어(Ecosphere)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스발바르 순록의 먹거리 변화에 대한 흥미있는 논문을 실었다.
순록들은 수천 년 동안 눈이 수북이 쌓이면 다리로 눈을 헤집고 그 속에 숨어있는 풀을 뜯어먹기만 하면 됐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 사이, 기후 온난화로 스발바르 지역에는 예전보다 눈은 적게 오고 비는 더 많이 오는 매우 중요한 변화가 나타났다. 비가 더 많이 내리면서 쉽게 뚫을 수 없는 두꺼운 얼음이 더 넓게 형성된다.
더욱 두꺼워진 얼음은 순록들이 겨울에 작은 식물과 풀을 뜯어 먹는 것을 매우 어렵게 만든다. 뼈 속까지 깊에 유전자에 형성된 식생활의 습관을 그대로 유지하면, 순록은 굶어죽을 수 있다. 실제로 얼음이 많아지면서 북극 지방의 송아지들이 먹이찾기가 어려워지면서 얼어죽은 모습이 더 자주 나타난다.
그렇지만 순록의 적응력은 과학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지금까지 먹지 않던 해초를 먹기 시작한 것이다.
연구자들은 툰드라가 얼음으로 덮여있는 혹한 추위인 겨울에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자들은 지상 얼음 두께에 대한 9년간의 자료를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다 2199마리의 순록에 대한 GPS위치 추적 정보도 축적해놓았다. 이런 데이터를 결합하면, 순록들은 동토에서 자라는 풀을 찾기 어려워지자 약 순록의 3분의 1이 바닷가 해안가로 가는 것을 발견했다. 한센과 연구팀은 순록이 해초를 먹고 있다고 가정했으나 우연이 아닌 나쁜 환경변화에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더 핵심적인 증거가 필요했다.
연구팀은 정말 순록이 해초를 먹는지, 먹는다면 왜 먹는지 알아내야했다. 연구자들은 해안 가까이에 살았던 순록뿐 아니라 해안에서 먼 곳에 사는 순록의 배설물을 수집했다. 해초를 먹는 순록에서 나온 배설물과 정상적인 먹이를 섭취하는 순록에서 나온 배설물의 탄소, 질소 및 황의 동위원소 비율을 조사해서 비교했다.
이런 과학적인 조사를 통해 연구팀은 얼음이 두껍게 얼어 평소 순록들이 잘 먹던 먹이를 덮어버리면 순록들은 해초에 손을 대는 것을 발견했다. 물론 순록은 해초만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해초를 보충적인 영양 공급원으로 섭취한다.
“순록은 해초만 가지고는 연명하지 못한다. 순록은 해안에서 해초를 섭취하고는 이어 얼음이 없는 곳으로 옮겨가서 다른 식물들을 섭취한다.”고 한센은 설명했다.
해초를 먹는 것은 순록에게 약간의 여분의 칼로리를 제공 할 수 있지만 대가를 치러야 한다. 소금이 많은 해초를 먹기 때문에 설사를 많이 한다.
혹한이 심해지면 순록은 해안으로 더 자주 내려와 해초로 연명한다는 가설이 확인됐다. 해초를 먹는 것이 이상적은 아니지만, 순록이 수천 년 지속된 식생활 습관을 넘어 새 환경에 저렇게 빨리 적응할 수 있다는 사실은 연구팀을 놀라게 한다.
순록의 놀라운 적응력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기후변화라는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순록은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해결책을 발견해서 생존할 수 있다.
- 심재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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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04-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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