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와 남북극 빙상에서 시추기로 추출한 코어 시료 데이터를 전세계적으로 비교한 결과 빙하기에서 간빙기에 걸쳐 지구 전체의 기후 변동성은 감소했고, 그 차이는 이전에 추정한 것과는 크게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금까지 빙하기는 극단적인 온도 변화가 특징인 반면 간빙기 기간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던 것으로 여겨져 왔다.
독일 알프레드-베게너 인스티투트(AWI) 연구팀은 이 같은 사실을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온라인판 5일자에 발표했다.
과거의 기후를 되돌아보면 미래 기후가 거시적으로 어떻게 변할지를 알 수 있다. 수천 년 전에 일어난 기후 변화를 살펴봄으로써 미래 기후에 대한 예측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 연구팀은 빙상-코어 시료와 해양 퇴적물 층들을 비교해 예를 들면 지구의 평균기온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바뀌었는지, 그리고 그 변동성은 얼마나 컸는지를 추론했다.
극한 현상 주기 파악 필요
2만1000년 전 마지막 빙하기의 정점으로부터 오늘날의 간빙기 사이에 지구 기온은 평균 섭씨 5도가 상승했다. 미래의 지구 온난화를 고려할 때 현재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는 기온이 꾸준히 상승할 것인지 아니면 갑자기 큰 변동이 있을 것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극한 현상이 일어나는 주기 파악은 기후 변동에 대처하기 위한 필수적인 벤치마크다. 홍수 방지나 운송 기반 시설 및 빌딩 건축 등을 할 때 ‘평균적인 변동’에 맞추어서는 안되고 항상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
독일 포츠담 소재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 산하 극지와 해양 연구 헬름홀츠센터의 ‘헬름홀츠 젊은 연구자 그룹’인 ECUS 연구팀은 지구 기온이 마지막 빙하기부터 현재의 간빙기에 이르기까지 온난화하면서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조사했다. 연구 결과 현재의 간빙기는 대체로 온도 변화가 적었으나 마지막 빙하기 동안에는 큰 변동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이 같은 해석은 그린란드 중앙의 빙상 코어로부터 확보한 물 동위원소 자료를 기반으로 했다.
남극과 그린란드 및 전세계 자료 모아 비교
키라 레펠트(Kira Rehfeld) 박사와 토마스 래플레(Thomas Laepple)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남극에서 채굴한 빙상-코어 시료를 비롯해 전세계의 여러 바다에서 채집한 퇴적물과 그린란드 데이터를 비교했다. 이를 통해 빙하기 동안의 주요 온도 변동 현상이 전세계적으로 전혀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았고, 지역마다 달랐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예를 들어 마지막 빙하기의 정점에서 열대지방의 온도 변동성은 오늘날보다 세 배나 강했고, 그린란드의 빙상 코어는 70배나 강렬한 변동성을 보였다.
‘젊은 연구자 그룹’의 리더인 래플레 박사는 “그린란드의 빙상 코어는 의심할 여지 없이 과거의 기후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라며, “우리 연구는 그러나 그린란드와 관련한 결론이 항상 전세계를 대표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확인해 준다”고 말했다.
시추된 빙상-코어는 ‘금 표준’
논문 제1저자인 키라 레펠트 박사팀이 연구를 통해 이룬 성과는 다음과 같다. 이들은 처음으로 다양한 기후 기록물과 전세계 99개 연구 사이트의 데이터를 수집해 비교했다. 기후연구 공동체에서 시추된 얼음 코어는 일반적으로 ‘금 표준’으로 간주된다. 이 코어의 각 층들은 지층 이동이나 해류 또는 해양생물에 의해 빈번하게 손상되는 해저 퇴적층과 달리 매우 일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수학적 방법을 고안해 다양한 옛 기후 기록물들을 평가하면서 나타나는 불확실성과 잠재적 오류의 원천을 추정해 내는 한편 이런 요인들을 분석에 반영했다. 래펠레 박사는 “우리는 이와 같이 지구 역사의 다양한 시기를 탐구할 수 있는 퇴적물과 빙상 코어들을 비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구온난화 계속되면 기후 변동 줄어들어”
빙하기 동안의 강한 온도 변화는 얼음으로 뒤덮인 극지방과 열대지방 사이의 더욱 큰 온도 차에 기인한 현상으로 따뜻한 기단과 차가운 기단들이 더욱 역동적으로 교환됐다. 래펠트 박사는 “우리가 이 같은 아이디어에서 도출할 수 있는 논리적인 결론은 지구 온난화가 계속됨에 따라 기후 변동은 계속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는 간단히 말해 북부 극지방과 열대지방 사이의 온도 차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러나 우리 데이터는 수세기와 수천 년에 걸친 시간대를 다루고 있어 단지 몇 년 동안의 단기간에 상황이 어떠했는지를 확대해서 살펴볼 수가 없으며, 이는 날씨를 형성하는 극단적인 사건들에 관해 간접적인 결론만을 끌어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단기 변화가 장기 변화에 미친 영향 연구 예정
기후 모델을 만드는 사람들은 2014년에 따뜻해 지는 기후조건 하에서 감소된 변동성의 메커니즘을 상정한 바 있다. 레펠트와 래플레 박사팀은 과거의 지구 기후 데이터를 가지고 처음으로 이 이론을 강화시켰다. 이들 연구팀은 “앞으로 과거 기후의 단기 변화와 이 단기 변화가 장기 기후변화와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세부적으로 연구할 예정”이라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신뢰성 있는 기후 자료들을 모으고 이 자료들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어떤 고대 기후자료들이 극단적인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을 만큼 연구 분석의 정확도를 높이는 일은 앞으로 수년 동안 가장 큰 도전 중의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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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2-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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