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養殖)의 사전적 의미는 ‘물고기나 김 같은 수산동물과 수산식물을 인공적으로 기르고 번식시키는 일’이다. 이 같은 일을 인류가 하게 된 이유는 전 세계 인구가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먹을거리가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인간의 무분별한 포획과 채집으로 수산자원의 절대량이 부족해지면서 ‘필요할 때마다 잡았던 기존의 어업 방식’이 ‘아무 때나 공급이 가능한 기르는 어업 방식’으로 진화하기 시작한 것.
하지만 수산자원을 양식하는 일도 최근 들어서는 여러 가지 문제들로 인해 한계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양식장이 육지와 인접한 연근해에 위치해 있거나 육상에 자리를 잡다보니 적조 및 전염병 등에 취약해지면서 유지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수질 유지를 위해 지속적으로 산소를 공급해야 하므로 전력비가 만만치 않게 소요되고, 협소한 공간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어족 자원들을 키우다 보니 오염 물질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최악의 수질을 보이는 곳도 많다.
따라서 최근 들어서는 이 같은 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법들을 찾고 있는데, 특히 사람들의 접근이 쉽지 않아 항상 수질을 신선하게 유지할 수 있는 ‘외해 양식(Open Ocean Aquaculture)’이 새로운 양식 방법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관련 기사 링크)
수심 40m 이상 해역에서 어류를 키우는 외해 양식
외해 양식이란 육지에서 떨어진 수심 40m 이상 해역에 거대한 양식장을 설치하고 그 안에서 어류를 키우는 환경친화적 양식기술이다. 수심이 깊은 바다에서 어류를 키우는 만큼 언제나 깨끗한 수질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특히 수심이 깊은 관계로 적조나 태풍이 발생하면 양식장을 물밑으로 가라앉혀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양식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같은 외해 양식 기술의 선두주자는 미국의 오레곤주립대다. 이 대학의 연구진은 오래 전부터 기후 변화와 인구 증가를 고려한 양식업 연구에 전념해 왔는데, 현재는 사람들의 왕래가 거의 없는 외해(Open Ocean)에서 키울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양식 어종을 찾고 있다.
양식 어종 연구실의 수석연구원인 제임스 왓슨(James Watson) 박사는 “그동안 외해에서 키울 수 있는 최적의 양식 어종을 찾은 결과 세 종류로 압축됐다”라고 밝히며 “연어(Salmon)와 날새기(Cobia), 그리고 도미(Seabream) 등이 이에 해당된다”라고 소개했다.
왓슨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연어는 차가운 물을 좋아하는 습성 때문에 비교적 수온이 낮은 외해 양식장에서 키울 수 있는 최적의 어류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도미의 경우는 비교적 따뜻한 해류가 흐르는 아열대성 수온을 선호하지만, 양식장의 규모가 넓고 깊으면 키우는데 있어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날새기는 전형적인 아열대성 바다에서 자라는 어류다. 아열대라 하지만 열대 바다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비교적 수온이 높은 아열대성 해양이나 연근해 인근에 위치한 양식장에서 키우기에 적합하다.
왓슨 박사는 “세 어류의 경우 나름대로의 장·단점을 갖고 있다”라고 언급하며 “도미는 다른 어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린 성장 속도가 단점인 반면에, 날새기는 높은 수온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향후 기후 변화에 따라 수온이 상승하더라도 양식하는데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첨단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중국의 외해 양식장
오레곤주립대의 과학자들이 어종 선택을 중심으로 외해 양식업을 추진하고 있다면, 중국의 엔지니어들은 양식장을 첨단 플랫폼으로 제작하는 방법을 통해 블루오션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는 외해 양식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중국의 선박중공그룹(CSIC)의 계열사가 제작한 이 최첨단 양식장은 반잠수식으로 이루어진 스마트 해상 플랫폼이다. 노르웨이의 해양기업이 발주한 이 양식장은 수년 간의 설계와 제작을 거쳐 지난 6월에 완성됐다.
스마트 양식장은 직경과 높이가 각각 110m와 70m에 달하고, 중량이 무려 7700톤에 달하는 거대한 구조물이다. 모든 운영과 관리 시스템이 자동화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이 상주하지 않아도 외해 지역에서 물고기를 키우는데 있어 별다른 문제점이 없도록 설계됐다.
이 외에도 태풍에도 견딜 수 있는 구조와 한번에 150만 마리의 물고기를 양식할 수 있는 크기로 인해 세계 최대의 반잠수식 심해 양식장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같은 평가에 대해 CSIC의 관계자는 “전 세계 해상 양식어장 설비제조의 획기적 사례”라고 자평하며 “그동안 양식과 관련된 장비 제작에 있어서는 중국이 단순한 생산공장으로 여겨졌지만, 이번 양식 플랫폼의 완공을 통해 양식기술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에서도 외해 양식 기술을 활용하여 어족 자원의 폐해를 줄이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는데, 경상북도 어업기술센터가 연구하고 있는 멍게 양식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술센터의 발표에 따르면 수심이 깊은 외해 어장에서 멍게를 양식하게 되면 연안에서의 양식보다 폐사율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업기술센터의 관계자는 “수심이 45m 정도인 외해의 양식장에서 2년 8개월간 멍게를 시험 양식해본 결과 폐사율이 거의 0%에 가까웠다”고 밝혔다. 반면에 연안 근처의 수면에서 줄을 내려 양식하는 수하식 양식어장은 지역별 폐사율이 50∼70%에 달했고, 해저 저층에 구조물을 설치하여 양식하는 침하식 양식어장의 폐사율은 10∼30%에 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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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10-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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