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7일, 충남 태안 앞바다는 까만 기름으로 뒤덮였다. 정박해 있던 허베이 스프리트호에 크레인 바지선이 충돌하면서 12,000kl가 넘는 기름이 바다로 유출되는 사고가 일어난 것.국내 최악의 유류유출 사고로 기록되는 ‘허베이 스프리트호 유류유출 사고’는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방제작업에 참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도움의 손길은 바다가 제 모습을 찾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사고 발생 10년. 현재 태안의 모습은 어떨까. 15일 오전 태안 만리포 한양여대 청소년 수련관에서는 서해안의 해양상태를 점검하고 유류유출 사고로부터 얻은 교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해양수산부와 충남도가 공동주최하고 충남연구원과 태안환경보건센터가 공동주관한 ‘서해안 유류피해극복 10주년 해양환경 안전포럼’이다.
서해안, 사고 이전 수준으로 회복
임운혁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남해특성연구센터장은 “당시 유류유출로 인해 서해안 전체가 오염됐다고 봐야 한다”며 “태안 및 서해안 피해지역을 중심으로 사고 직후부터 현재까지 10년간 해양오염영향조사를 실시한 결과 바다가 전반적으로 제 모습을 되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해양오염영향조사’는 해양오염에 대한 화학적, 독성학적, 생태학적 영향 및 회복 특성 통합평가이다. 유류오염평가, 생태독성평가, 생물영향평가, 생태계영향평가 등으로 구성된다.
임 센터장은 “해양환경은 육상환경과 다르다”고 말하며 “해양의 특성을 고려한 오염 진단 및 평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환경복원과 관련하여 “환경복원은 기름제거와는 전혀 다른 문제”임을 지적하며 “생태계를 고려해서 장기적인 자연회복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나지 않은 유류유출 사고
바다만 상처를 입은 것은 아니었다. 충남연구원 정종관 박사는 ‘유류유출 사고에 대한 사회영향평가결과와 지역사회 회복’을 주제로 연단에 올랐다.
정 박사는 “사회영향평가는 유류 사고가 사회적으로 끼친 영향을 다각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말하며 “사회영향평가는 환경 분야 뿐만 아니라 경제, 문화, 정책 영역까지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박사는 태안의 유류유출 사고 이후 실시된 건강영향, 지역경제, 관광 등에 대한 사회영향평가 결과를 소개했다. 2008년 태안지역 어린이는 우울증 유병률은 대조군(경기도 평택시)에 비해 7배나 높게 나타났으며, 같은 해 여름철 해수욕객 수는 사고 이전 대비 88%가 감소하였다.
공동체 회복사업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어장의 생산기반 상실, 해양 관광지로서의 이미지 추락 등으로 지역 주민들의 피해는 장기적이지만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 Fund)에서 책정된 보상금액은 주민 청구액의 6.5%. 법원이 인정한 금액은 국제 기금의 4배 수준인 17.4%이다. 주민들의 기대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금액이다.
사고로부터 얻은 것
이성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주민들의 보상신청이 기각된 주요 원인으로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의 피해보상 기준과 절차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것”을 꼽았다. 그는 “관광지 내 소규모 업체들은 부가세 신고를 하지 않고 현금 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를 입증할 만한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성태 부연구위원은 “일본의 경우 비슷한 사고가 났을 때 지역 관청에서 작성한 업체별 평균 매출액 통계자료를 제출해 증빙자료로 인정받았다”며 “우리나라도 IOPC의 피해보상 기준과 절차에 대한 숙지가 필요하며 지자체별로 대응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해양환경관리공단 해양방제본부 나선철 팀장은 해양오염 사고의 대응체계에 대한 발전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해양 관련 대형 사고들은 악천후 시 발생하기 쉬운데 궂은 날씨 때문에 방제선이 현장에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풍랑주의보 발효 중에도 방제작업이 가능한 대형 방제선을 제조할 것”을 제안했다.
나 팀장은 또한 “인공지능 등을 활용하여 효율적인 해안방제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미래의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날 종합토론의 좌장을 맡은 충남도립대학교 허재영 총장은 “10년 만에 푸른 바다를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은 기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포럼을 통해 아직 끝나지 않은 논의들을 포함하여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대비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최혜원 자유기고가
- 저작권자 2017-09-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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